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를 찾아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이번 연설은 재정 건전성 회복과 약자 복지라는 두 가지에 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예산으로 재정수지가 개선되고 약자에 대한 복지가 충분이 포함됐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인 민주당과 정의당은 입을 모아 총체적 아젠다의 실종, 말 뿐인 약자복지라고 질타했다.

◇ 여당 “글로벌 위기대응‧민생해결 위한 방안”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후 예산안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은 우리를 둘러싼 어려운 대내외 여건과 글로벌 복합위기에 맞선 대응 방향과 민생현안 해결을 위한 총체적 방안을 담았다”고 총평했다.

양 대변인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재정수지는 개선되고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긴축재정에 의미를 뒀다. 그는 또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며 필요한 부분에 충분한 복지 시스템이 실현될 수 있게 예산안을 준비했다”고 ‘약자 복지’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대한민국 미래 성장기반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도 담겼다”며 △ 반도체 경쟁력 확보 △ 원자력 생태계 복원 △ 전략기술 전문인력 양성투자 △ GTX △ 대도심 빗물 저류터널 △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 안보 예산 △ 외교 예산 등이 충실히 마련됐다고 밝혔다.

◇ 야당 “빈수레 자화자찬” 

야당은 입을 모아 한 해의 예산안을 설명하는 연설에서 내년 국가 운영의 명확한 어젠다를 주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한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례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참 무성의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체로 정부의 철학과 지향 목표는 정책과 예산을 통해 반영이 된다”며 “상황에 대한 진단이 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있고, 정책을 위한 예산이 있고 여기서 새롭게 만들어 가야할 세상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세계사적 기후위기, 불평등, 국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안보위기 등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다”며 “윤석열 정부의 분야별 증액 사업의 설명으로는 ‘내년도에 우리가 그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갖기에 너무 부족하고 무성의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임오경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탄압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이 국회 시정연설을 자화자찬으로 채웠다”며 “경제위기에 민생은 파탄지경이다. 그런데도 민생은 내팽개친 채 밤낮 없이 야당 탄압에 몰두하면서 야당의 박수 받기를 바랬느냐”고 협치의 실종을 지적했다.

정의당 김희서 대변인 또한 연설 직후 “예산은 정책적 의지의 표현이자, 국정 운영의 지표이기에 중요한 시정연설에서 대국민 사과와 국정의 전향적인 변화에 기대를 걸어보았다”면서도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사과도, 변화도 없는 실망뿐인 연설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빈 수레 자화자찬으로 민생 실패, 국정 실패를 가리는데 집중하니 진실성과 국가 운영 비전은 고사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어불성설의 연속이었다”며 “국회 무시, 법치 무시로 국회 파행과 극단적 정쟁 정치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이 초당적 협력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거 실패한 어떤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겹쳐졌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 피켓을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정의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 피켓을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더불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자 피켓을 들고 야당탄압 중단을 촉구하고있다. /뉴시스
더불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자 피켓을 들고 야당탄압 중단을 촉구하고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말 뿐인 ‘약자복지’ 비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말 뿐인 약자복지’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지원’으로 약자 복지 관련 예산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UN총회 기조연설에서 21번 외친 ‘자유’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지원은 32번이나 등장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예산안이 말 뿐인 약자 복지, 가진 자만을 위한 정부 정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핵심은 긴축재정과 약자복지인데, 긴축재정은 최근에 영국 트러스 총리가 초부자 감세를 통한 긴축재정을 하겠다고 했다가 44일만에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가 세계적 추세라고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옳지 않다는게 세계적 사례로 증명됐음에도 여전히 긴축재정 초부자감세 정책에는 기조의 변화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부자감세’ 논란으로 지난 20일 총리로 취임한 지 44일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부자감세에 기초한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자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며 “일부 증액한 사업이 마치 전체사업인 것 마냥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노인 일자리·청년일자리·지역화폐·임대주택만 따져도 대략 10조원 정도의 민생 예산을 삭감하고 겨우 몇 푼 편성한 것을 약자 복지라고 하는 것은 참 비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류호정 원내대변인은 “노골적인 친시장·친기업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은 직접 민생현안을 챙겼다고 하지만, 실상 대통령이 직접 깎은 약자 실종 예산이었고 연설이었다. 약자 복지는 없고, 강자 퍼주기만 가득했다”고 일갈했다.

류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으로의 전환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우려했다면 부자·대기업 감세 중심의 조세 지출을 할 수 없다. 법인세율을 인하할 수 없고, 가업상속공제 기준을 완화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지방재정의 부담을 가중한다. 윤 정부의 감세 정책은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부세의 교부액을 감소시켜 지방재정에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무엇보다 2023년 예산안 중점 과제로 내세운 사회안전망 강화, 사회적 약자 보호는 허울이다”며 “전년보다 증액한 예산이라고 발표하면서 내세운 2개 과제 주요 사업은 대부분 기존 사업의 확대 또는 자연 증가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국정감사가 끝난 국회는 이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이번 심사에는 민생 예산부터 대통령 집무실 예산, 경찰국 예산까지 여야 쟁점 예산이 산적해있다. 예산안 시정연설부터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시작돼면서 일각에서는 벌써 준예산 사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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