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경제상황과 경제활성화 추진방향'에 대한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경제상황과 경제활성화 추진방향'에 대한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서비스산업부라고 봐야 하고 국방부는 방위산업부, 국토교통부도 인프라건설산업부가 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열한번째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 부처가 ‘산업부’가 돼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이날 회의는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는데, 윤 대통령의 발언은 모든 부처가 협력해 국가 전략산업을 지원하고 촉진시킨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현안인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는 강원도발 채권시장 불안이나 고금리 등 현안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 이례적으로 80분간 전체 생중계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에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고금리로 인해 투자와 경제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장관들께서 그동안 생각하고 준비한 추진전략들을 잘 말씀해주시고, 우리 부총리께서 정리도 좀 해주시고 이렇게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국무위원 토론 위주로 진행됐으며 △주력산업 수출전략 △해외건설·인프라 수주 확대 △중소·벤처기업 지원 △관광·콘텐츠산업 활성화 △디지털·헬스케어산업 발전 방안 등 5개 분야 활성화 방안을 중심으로 80분 동안 이어졌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비공개로 하던 회의를 방송으로 생중계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 활성화가 핵심키인만큼 수출 동력을 발굴하고 총력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위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민간기업이 계획하는 340조원 규모의 투자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고, 추 부총리는 2023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총 1조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재정 자금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가산업단지 조성 지원책을 각각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2차 전지 등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 확보에 대해 “공급망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산업부에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디테일한 상황을 상시 점검해주시고 다른 부처나 기업과 공유해달라”고 지시했다. 

또 이 자리에서 조선 산업과 원전·방산 수출 등에 대한 지원책도 제시됐다. 노동부는 조선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고용 인력의 특별연장근로를 180일로 확대하고, 외국 인력에 대한 고용 허가 발급 시 최우선으로 인력이 배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산 수출 분야에 대해서는 일회성 수출에 머무르지 말고 다른 산업 부문으로 확대할 기폭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가 전략 산업이자 먹거리 산업이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중동 지역과 유럽 지역에 원전과 방산의 패키지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정부 부처가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모든 부처가 산업부’ 강조

이날 회의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분야는 부동산 규체 완화 대책이었다. 원 장관은 “11월 중 부동산 규제 지역을 추가 해지하고, 중도금 대출 보증을 분양가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높이겠다”고 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까지 허용하고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모빌리티, 바이오,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투자와 스타트업 육성, 글로벌 바이오 시장점유율 제고를 위한 투자, 국가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 등이 나왔다. 청와대를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고 경복궁 등 주변을 관광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방안도 보고됐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비자 문제 개선도 언급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세계 1위의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에 도전해보겠다”며 “국내 인공지능 시장이 2조2,000억 원 규모인데 5년 이내에 세 배 이상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AI 산업 육성과 관련해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리터러시 알고리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켜서 많은 선수를 배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새로운 학교 교육 과정을 개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보교육 시간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2배 이상 늘리고, 고등학교는 아예 교과를 하나 신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한 상인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한 상인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의 역할은) 민간 부문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좋은 신발을 육상대회 나가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더 좋은 유니폼과 더 좋은 운동화를 공급하는 것”이라며 “때에 따라서는 더 좋은 감독과 기술을 지원해주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경제정책의 방향은 공정한 시장질서 하에서 기업들이 창의와 자율로써 경영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 관리를 해나간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추위와 비바람에도 원활하게 상거래를 할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방위산업부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산업부로, 건설교통부는 규제하는 기관이라기보다 건설교통산업부로, 문화체육부 역시 문화산업부로 산업증진과 수출촉진을 위해 우리 모두 다 같이 뛴다는 자세로 일해달라”며 이른바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당부했다. 

◇ 레고랜드·고금리 대책은 언급 없어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회의 시작 전에 “너무 긴장하지들 말라. 언론 보도를 보니 제가 장관들을 골탕 먹일 질문을 던질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국민과 함께 경청할테니 편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의는 장관들 발언 위주로 이어졌다.

또 이날 회의는 전반적으로 각 부처의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국민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모든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 활동하는 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경제 활동, 투자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여러 지원과 촉진 방안을 설명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감안하면, 민간이 위축되지 않고 왕성하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 비전을 제시하고자 마련한 자리인 셈이다. 

다만 ‘경제 활성화’ 방안 제시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려는 데 집중한 탓인지, 최근 주요 이슈로 떠오른 레고랜드 사태, 고금리 해결 방안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일말의 기대마저 무너뜨리려고 작심한 듯 이름만 ‘비상경제민생회의’였다. 비상과 민생은 없고, 자화자찬으로 점철된 80분간의 정치쇼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수석대변인은 “오늘 비상경제민생회의는 경제와 민생에 밀어닥친 경제위기의 퍼펙트스톰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무풍지대였다”며 “당장 발등의 불이 된 김진태발 금융위기 사태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장관들은 단 한마디의 언급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까지 열린 열한차례의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으니 경제와 민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추경호 부총리 등 무능한 경제 라인을 모두 교체하고, 야당 탄압과 정치 탄압 대신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TV로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봤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경제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장밋빛 전망만 하기엔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위험하다. 국민과 기업이 지금 가장 듣고 싶은 것은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할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전략인데 그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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