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주재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면서 경제불안,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정부의 경각심 없는 모습만 확인 할 수 있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주력산업, 해외건설확대, 중소‧벤처 기업지원, 관광‧콘텐츠 산업육성,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개 주제에 대한 주관 부처 장관의 발표로 이어졌다. 농담이 오가고 웃음꽃이 피는 등 토론장보다는 환담장 같은 분위기의 회의가 끝나고, 생중계 화면에는 ‘인증샷’을 찍는 대통령실 직원들의 모습이 그대로 비쳤다.

이에 정부는 야당 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까지 상당한 비판을 맞닥뜨렸다.

회의 다음날인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저희가 평가하기로는 ‘비상도, 경제도, 민생도 없었다’ 이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모두가 아는 것처럼 민생경제가 혹독한 시련의 터널로 접어들었다. 민생과 경제의 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자화자찬하고, ‘펀더멘탈 문제없다’라고 하던 IMF 당시의 당국자 발언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인정하고 심각성을 인지해서 실효적인 대책을 반드시 신속하게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런데 매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상한 시기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내놓도록 해야 퍼펙트스톰을 대비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가 리스크를 감당하고 리스크를 완화‧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리스크를 해소해야 할 정부가 경제 리스크의 중심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여야정 협의체 마련을 요구했다.

정의당 예윤혜 부대변인 또한 같은 날 “민생회의에 민생은 없고 일부 고소득자만을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 모든 부처의 산업부화라는 ‘정부의 공공의무 포기 선언’만 있었다”며 “윤석열 정부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무주택 서민, 고물가와 고금리로 신음하는 시민들에게 탄식만 안긴 80여분간의 ‘희망 고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방이라는 공공의 가치보다 무기 수출 외화벌이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국방부가 방위산업부가 돼야 한다는 발언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작 쌀값 폭락에 고통받는 농민은 외면하면서 농림산업부를 운운하고,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인프라건설산업부가 되어 전국구 땅장사 큰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공의 가치보다 오직 ‘돈, 돈, 돈’이 중요하다는 윤석열 대통령 국정철학의 민낯”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고금리, 고물가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는 시민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회의인 줄 알았는데 일부 고소득자들만을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만 ‘과감하게’ 풀었다”며 “15억 초과 주택에 대한 주담대 규제를 풀고 LTV를 50%로 완화해 내 집 마련을 용이하게 하겠다지만 정작 가장 혜택을 보는 사람은 연봉 1억 이상의 고소득자”라고 분개했다.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한 상점 TV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 화면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 대통령실 해명에도 비판 이어져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토대로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이 기지개를 켜실 수 있도록 정책연대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국정목표는 ‘우리 국민 모두 다 같이 잘 사는 것’”이라며 “금리 등의 논의과정을 모두 알리는 것은 시장에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도 있고, 회의 시간의 제약 등을 감안해 당장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다음날 오전 출근길 약식기자회견에서도 “어제 (회의는) 경제활성화 추진전략 및 점검회의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마는 한마디로 말해서 수출 드라이브 회의라고 보시면 된다”며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거의 세계 최고에서 높은 나라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역시 경제가 어려울 때는 민관이 합쳐서, 힘을 합쳐서 이러한 수출 촉진 전략을 펴야 될 때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회의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과거처럼 정부가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기업을 밀어줘서 더 돈도 벌고 일자리도 더 만들고 또 고금리로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도와주자는 차원에서) 모든 부처에게 전부 산업부처럼 일을 하도록 촉구하는 회의였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설명에도 당장 국민들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만 나눴다는 지적을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경제전문가인 채이배 전 의원은 2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물에 빠진 국민들이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장관과 대통령이 옆에서 한가로이 뱃놀이 하고 있는, 전혀 ‘비상’하지 않은 비상경제민생회의였다”고 표현했다.

채 전 의원은 “‘왜 한가로이 저런 말씀을 하시지’했다. 뒤에서 긴급한 것에 대한 대책이 나올까 했는데 안 나오더라. 굉장히 아쉬웠다”며 “대통령이 ‘쇼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진짜 앉아서 방송을 80분간 국민들을 지켜보게 만든 것 자체가 ‘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혹평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TV로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봤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경제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장밋빛 전망만 하기엔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위험하다. 경제위기의 핵심을 피하지 않고 국민 앞에 솔직하게 어려움을 얘기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정부·여당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려는 듯 민생과 경제 투 트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28일 이재명 당대표는 대구 매천시장 화재피해현장으로 향해 상인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였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금융위기 긴급진상조사단회의에서 경제현안을 챙겼다. 김성한 정책위의장은 이와 같은 민주당의 행보를 “정부의 무능·무책임·무대책으로 일어난 일이다. 민주당은 야당이지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긴급 대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김태현의 정치쇼
2022.10.28 SBS 라디오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2022.10.27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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