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소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정성호 소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예산 증액’과 ‘혈세 낭비성 예산 삭감’의 방점을 두고 정부의 예산안에 대대적 수술을 예고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국민의힘은 마뜩잖은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재명표 예산 살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준예산’ 편성 가능성의 운을 띄우기도 한다.

여야는 1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본격화했다.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은 소위에서 심사를 거친 뒤 오는 30일 전체회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상임위별로 일차적 심사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최종 관문이 남은 셈이다. 하지만 각 상임위별로 쟁점 예산안에 대한 격론이 벌어져 왔던 만큼,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은 낮다.

이번 예산안 심사를 벼르는 민주당의 태도는 완강하다. 민주당은 이미 이번 예산에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눈치만 보지 말고 집권 여당답게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 예산 대폭 증액과 함께 혈세 낭비성 예산 등 삭감, 초부자 감세 저지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삭감을 강하게 밀어붙인 예산은 대통령실 이전 관련 비용이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개방‧활용 예산(59억5,000만원)을 삭감한 데 이어 전날(16일) 국토교통위원회 예결 소위에서 용산공원 조성사업 예산 303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예산도 민주당의 칼날을 피할 순 없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경찰국 신설 예산을 1억원 가량 삭감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했다. 당초 민주당이 ‘전액 삭감’을 요구하며 난항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방어에 성공했지만 아쉬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결과다.

◇ ‘이재명표 예산’ 두고도 힘겨루기

민주당은 정부안에 대한 대대적 삭감에 나서고 있는 반면 ‘민생 예산 증액’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지역화폐 예산’에는 더욱 적극적이다. 당초 정부안은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민주당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효율적 정책’이라는 점을 이유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역점 사업’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는 점도 동력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여론전도 펼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지역화폐 예산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소액의 예산으로 아주 큰 정책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분명한데 아쉽게도 이번 정부에서 전체적으로 다 없애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방침을 들고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심의에서 저희로서는 1순위로 노인 일자리 예산 복구, 지역화폐 예산 복구, 주거지원 예산 복구 등 많은 것들을 들고 있다”며 “그중에서 역점을 둘 정책 중 하나가 지역화폐 예산 복구”라고 강조했다. 

결국 여야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화폐 관련예산 5,000억원 가량 복원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지난 9일 국회 행안위 예산소위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편성한 7,050억 중 일부를 받아들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재명표 예산’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용산‧국정과제‧공약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일단 무소불위 삭감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며 “민주당은 소위 ‘이재명표 예산’은 따지지도 않고 대거 증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내지 못한 탈청와대 공약을 윤석열 대통령이 이뤄낸 것이 아직도 못마땅하고 배 아픈 모양”이라며 “국민의 뜻 따라서 새 정부가 들어섰으면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 심사에 착수한다고는 하지만,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이 여전한데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을 두고 정국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렇다 보니 여권에선 ‘준예산 현실화’ 가능성까지 회자된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벌써부터 준예산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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