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시사위크와 만나 윤석열 정부에서 기본소득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시사위크와 만나 윤석열 정부에서 기본소득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기본소득’ 하면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이재명 의원을 떠올리거나 ‘포퓰리즘’ 또는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했거나,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은 생각보다 더 많다. 신안 주민들은 이미 태양광 발전 수익으로 햇빛연금을 받고 있고, 장고도는 해삼 어장에서 나온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기본소득으로 1년에 1,000만원 정도의 돈을 국민들에게 주는 게 의미가 있냐는 지적과 상상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은 어디선가는 시행되고, 계속적으로 도입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왜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기본소득 대한민국’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와 만났다.

<시사위크>와 만난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은 좌우를 떠나서 우리 사회 분배 원칙을 다시 세우는 문제”라고 그 근본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비현실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부자 감세하는 것이야 말로 비현실적이다”고 밝혔다.

-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를 당명으로 채택했다. 기본소득당이 제시하는 기본소득은 무엇인가.

“기본소득은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것처럼 모두에게 조건 없이,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 소득을 의미한다. 다만 단순히 지금 사람들이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돈을 얼마씩 줘야 한다는 정책이 아니라, 기본소득이라는 원칙을 세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고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정당명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시사위크를 만나 기본소득당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시사위크를 만나 기본소득당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우리 사회는 아직도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낯설다. 심지어는 공산주의와 비교되기도 한다. 기본소득이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겠는가.

“기본소득은 단순한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부의 분배 원칙을 다시 세우는 사회계약이다. 시작은 우리 사회에 ‘공통부’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자연, 지구, 땅 이런 것들은 지금 현 제도로는 개개인의 소유지만 사실은 인류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에게 있지 않나. 예를 들면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명동에 있는 네이처 리퍼블릭 땅이다. 가장 싼 땅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눌옥도에 있는 땅이다. 이 두 땅은 지질학적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가 주변에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의 차이다. 유동인구, 지하철역 등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에 달린 것이다. 이 ‘공통부’ 또는 ‘공유부’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두에게 몫이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한쪽에서는 공산주의라고 욕하기도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지나치게 자본친화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기본소득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 정당에서도 기본소득을 지지하기도 하고, 진보 정당에서 오히려 기본소득을 반대하기도 한다. 이미 우리가 선진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나라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검토나 논의,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당연히 한국 사회에서도 한국에 맞게 잘 설계해서 자리 잡고 시행하면 실제로 국민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복지서비스가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본소득과 복시서비스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나.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기존의 복지제도에 들어가는 예산을 다 통폐합해서 한 번에 그냥 1/n로 나눠버리자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의 생각대로 진행이 된다면 복지재원을 다 통폐합해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기본소득당의 모델은 기존의 복지 서비스를 후퇴시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히려 기본소득이라는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보는 제도를 통해서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복지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면서 증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나.

“모델에 따라서 많이 다르지만, 기본소득당은 2020년에 창당할 때는 전국민 월 60만원을 목표로 했다. 단순 계산하면 360조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 때는 물가상승률에 비춰서 월 65만원으로 인상을 했다. 당연히 증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기본소득이 정말 비현실적이냐고 따진다면, 저는 기본소득에 비현실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면서 대대적인 초대기업 중심 부자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어서 빚을 줄여야 되는데 재정건전성은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정부의 수입 규모를 줄여버리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지금 그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는 정치인이 더 많이 등장한다면,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들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 기본소득당이 제시하는 최종 기본소득 목표는 전 국민 월 65만원인가.

“2020년에 60만원의 모델은 양가적인 비판을 받았다. 금액이 너무 적다는 용돈 기본소득론과 너무 큰 지원을 해야 해서 재원이 너무 많이 든다는 모순된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그런데 저희가 60만원으로 잡았던 것은 당시 정부가 생계급여를 지급할 때 1인가구 기준이 60만원 언저리기 때문이다. 60만원, 65만원, 62만3,700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는 국민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 이미 신안 같은 곳에는 햇빛연금, 태양광배당금이 있다. 이런 것도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있나.

“태양광이라는 자연에서부터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 주민들의 몫으로 나눈다는 측면에서 ‘공유부’ 배당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농민들이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이미 농민수당 같은 개념으로 수당 정책들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사례로, 강원도 정선군은 강원랜드 카지노 수익을 정선 군민들에게 배당을 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하는 중이다. 강원랜드라는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회적 이익을 주민들에게 평등하고 동등하게 배당을 한다는 측면에서 기본소득 중 공유부 배당의 모델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시사위크를 만나 윤석열 정부에서 기본소득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시사위크를 만나 윤석열 정부에서 기본소득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이제 이번 정부에서의 기본소득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기본소득은 논의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기본소득당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 자체가 굉장히 퇴행적이다. 다양한 복지 정책들이 후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제도뿐 아니라 국가 재정 문제, 조세 제도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기 때문에 지금 기본소득당의 역할은 윤석열 정부로 인한 퇴행을 막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동의하는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저는 기본소득당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는 정부의 퇴행을 적극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의정 활동들을 하고 있고 지역 현장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기본소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작업들도 병행하고 있다.”

- 2024년 총선에서 기본소득당이 대안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을 통해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나.

“일단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잘 막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그냥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윤석열 정부와 맞서는 것이 대안정당의 모습이라고 본다. 얼마 전 횡재세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정부의 초부자 감세정책과 그리고 탈탄소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국제적 합의에 반하는 퇴행, 묻지마식 감세 후 보완책은 내놓지 못하는 무능. 기본소득당은 이에 반대하면서 횡재세 같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힘든 점이 있나.

“대한민국의 국회법은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의 모든 운영과 관련된 것들은 교섭단체에만 논의할 자격이 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도 의석수가 기준이기 때문에 원래 비교섭단체 의원은 한 명 밖에 못 들어간다. 기본소득당이 이태원 참사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특위위원으로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참사 직후부터 계속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를 제기해 온 것들이 국민들께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특위에 들어가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성과를 통해서 인정받는 것 말고는 답이 없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시사위크를 만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함께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시사위크를 만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함께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이번 국정조사에 야3당으로 함께하게 됐다. 그 결정을 한 이유가 뭔가.

“국회가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은 제가 참사 직후부터 이야기해왔던 부분이다. 국정조사도 어느 당이 먼저 라기보다 다양한 국회의 역할들을 강구하면서 야3당 모두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협력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은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청년들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진상 규명 활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서 8년 만에 또다시 이런 참사를 마주하게 된 것에 대한 참담한 마음이 크다. 또 정부의 대응에 2014년이 떠올라서 절망스럽기도 하다. 한 명의 국민이자 세월호 참사를 경험했던 세대로서 ‘도대체 내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하는 생각을 한다. 8년 전과 똑같은 혹은 더 무책임한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만큼은 8년 전과는 좀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성역 없이 조사해서 제대로 밝혀내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정치적, 법적 책임들을 묻는 것까지 해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고 나면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들까지 마련해서 국민들께 제시해야 한다는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 정기회에서 다양한 행보를 준비했을텐데 어떤 것들이 있었나.

“원래는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정기국회를 시작하면서 탈가정 청소년부터 초단시간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의 문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대응, 스토킹 범죄, 그리고 국민연금 개혁까지 많은 의제들에 대한 계획들을 세우고 있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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