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1일 소수정당 대표들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며 야권 연대 행보를 가졌다.

지난달 30일 이진복 정무수석, 그 뒷날인 31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1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연달아 만나 “제1야당으로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며 뼈 있는 지적을 이어온 이 대표가 소수정당 대표들과의 만남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 조정훈 시대전환 당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를 예방하며 민주당과 각 당의 공통점을 찾고 거대 양당 독식체제의 개혁을 약속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과 만난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과 관련해 공감을 형성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축하인사와 함께 쌍용차 노동자, 무주택 세입자,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등을 거명하며 “정의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이들 시민의 삶을 지키는 국회로 만들려 한다. 이재명 대표께서도 억강부약의 정치철학을 말씀해 오신만큼 함께 협력할 과제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한 시기”라며 “반사이익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는 말씀에 백번 공감한다. 반사이익 정치와 결별하고 시민에게 신뢰받는 정치를 여는 유일한 길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제 항로를 찾을 수 있도록 견인할 책무가 야당에 있다. 제1야당이자 입법부의 제1당으로서 그 역할을 앞장서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정의당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서 “지금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사회가 아니라 상직과 비상식이 경쟁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라는 게 없지 않겠냐. 우리 모두 상식적인 사회로 만들어 가는데 그 중심에 정의당이 있어 왔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관심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거대 양당의 독식체제를 바꾸자, 국민의 다양성이 보장되면서 사표가 최소화 되게 하자는 점을 저도 공감하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민주당과 정의당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대상, 방침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은 비공개로 진행된 양 당 대표 간의 대화에 정치개혁 관련 대화도 있었다며 “국회가 다원적으로 구성되고 운영되는 것,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가는 것과 관련해서 말씀이 있으셨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진행 과정에서 위성정당 문제들이 아쉬운 지점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정치개혁 과정에서 다원성이 보장되는 제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를 만나서도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약속했다. 조 대표가 “대통령 선거 기간에 약속하신 정치 개혁, 실행 의사 있으신거죠”하고 묻자 이 대표는 “해야죠. 저는 말 하면 지키잖아요”하고 답했다.

이 대표는 “소수 정당 입장에선 사표가 없는, 소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정당 시스템을 원할 텐데 저는 정치가 원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표에 따라 압도적인 다수당이 볼로소득하는 그런 경우가 되지 않나. 다양한 국민의 정치 반영이 필요하고, 그래야 정당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당과는 이 대표가 ‘기본’시리즈의 대표적인 인물인 만큼, 기본소득 정책 연대를 염두에 둔 대화가 오갔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기본소득당과 민주당이 기본소득 정책 연대를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용혜인 상임대표는 “기본소득과 관련한 내용을 실제로 시행하신 분이 대표가 되셨으니, 기본소득 의제 확장에도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본소득당은 이름도 그렇고, 제가 꼭 집에 들어온 느낌이다”고 인사하며 “정치적 환경 때문에 의제화가 쉽지 않겠지만, 생산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기술과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공동체가 책임져야 하고 책임질 수 있는 정도의 사회에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앞서 이 대표와 이진복 정무수석,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덕수 국무총리의 만남에서는 이 대표가 뼈 있는 말을 하면서 분위기가 경색되기도 했다. 이진복 수석과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지만 이 대표가 빠른 시일 내에 형식과 절차 없는 만남을 요구했고, 권 원내대표와의 만남에서는 예산안 문제로 불편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1일 한 총리의 예방을 받은 이 대표는 여야정 합의체에 대한 공감을 이루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예산안, 대기업감세 등을 두고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공방을 벌였다.

반면 같은 날 이뤄진 정의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과 같은 소수 정당과의 만남에서는 오히려 각 당 대표가 이 대표에게 “제1야당 대표로서 중심을 잡아 달라” “국회가 공전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 등 요구하는 모양새였고, 이 대표는 시종일관 좋은 분위기 속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소수 정당의 의견에 공감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거대 야당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하지만 그래서는 야당의 횡포, 거대당의 독주로만 보인다”며 “소수정당의 협력이 필요하고,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대표를 넘어서 소수정당과의 적절한 협치로 야권의 대변인이 되어야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면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기국회 시작 전 이 같은 야권의 협력으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민주당에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