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프로야구 무대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두 번째 해, 양측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뉴시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프로야구 무대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두 번째 해, 양측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구사랑’ 나비효과가 ‘롯데 야구’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신세계그룹이 SSG 랜더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 또한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KBO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가 통합우승을 달성한 이후 신세계그룹은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그룹 차원에서 우승을 기념해 진행한 ‘쓱세일’은 많은 고객들이 몰려들었을 뿐 아니라 새벽부터 대기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야구단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모습이다. 오래 전부터 야구단 운영에 관심을 보여온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SK 와이번스 인수에 성공해 SSG 랜더스를 출범시킨 뒤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했을 뿐 아니라 핵심선수들과 전에 없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고, 시설 개선 등도 단행했다. 뿐만 아니다. 선수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는가 하면, 자주 야구장을 찾아 팬들과 소통하는 등 진정성 있는 ‘야구사랑’을 보여줬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가 결실을 맺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SSG 랜더스는 출범 2년차인 올해 정규리그에서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개막부터 시즌 종료까지 1위 유지)을 이룬 데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거머쥐며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그룹은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보이지 않는 효과는 물론, 우승 기념 세일전 등 각종 마케팅을 통한 실질적인 효과까지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SSG 랜더스는 출범 이후 KBO 원년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와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이목을 끌었다. 유통업계에서 오랜 세월 이어온 라이벌 관계를 프로야구 무대로 옮겨간 것이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은 롯데그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소위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고, 이러한 자극에 반응한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년 만에 야구장을 찾기도 했다.

SSG 랜더스가 주인공이 된 2022시즌 정규리그를 마친 뒤 롯데지주는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1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즉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아울러 롯데 자이언츠 차원에서 전력 및 인프라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롯데 자이언츠는 핵심 투수인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원 규모의 비FA 다년계약을 구단 최초로 체결했다. 이어 최근엔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포수 유강남을 4년 총액 80억원에 영입했다. 기존 외국인 선수들과도 일찌감치 계약을 마쳤다. 이미 박세웅과 유강남 계약에 총액 기준 170억원을 투입한 가운데, FA시장에서 추가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 자이언츠는 2022시즌에도 정규리그 8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8위에 머무른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2017시즌이고, 이후 최고 성적은 7위였다. 2019시즌엔 꼴찌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처럼 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가뜩이나 고민이 깊었는데, ‘라이벌’ SSG 랜더스가 출범 2년차에 통합우승에 성공하면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SSG 랜더스를 통해 신세계그룹이 실현시킨 각종 마케팅 및 시너지 효과는 롯데그룹에게 남다른 메시지와 과제를 던져준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2022시즌을 뒤로 하고, 롯데 자이언츠와 롯데그룹은 다음 시즌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용진 부회장이 ‘롯데 야구’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