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주거취약계층 위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 방안 빠져 미흡”

서울시가 지옥고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뉴시스
서울시가 지옥고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서울시가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생활 중인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주거안전망 종합대책’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심주택·안심지원·안심동행’ 등 3개의 큰 틀 아래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상향을 돕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향후 4년 동안 시비·국비 등 총 7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주거안전망 종합대책’을 접한 시민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주거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공공주택 공급대책이 빠졌다며 서울시가 이를 추가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 지옥고 시설 개선 및 주거비 지원… 민‧관 협력 통해 대책 지속 시행

이번 대책에 따르면 서울시는 우선 반지하 주택을 사들여 반지하층은 신축하고 지하층의 경우 비주거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상층은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주거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입주토록 할 방침이다.

또 안전기준과 주거기준 등을 충족하는 민간 소유 고시원은 서울시가 ‘안심 고시원’으로 인증한다. 서울시는 고시원 리모델링 비용 등을 지원해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여기에 노후 고시원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거나 정비사업 공공기여로 확보한 부지를 활용해 1~2인 가구를 위한 ‘서울형 공공기숙사’ 건립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옥탑방은 시설 수리비 등을 지원한 뒤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집주인간 약정을 체결해 향후 주거취약계층이 일정기간 지낼 수 있는 ‘장기안심주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구룡·성뒤·재건마을 등의 판잣집·비닐하우스에서 거주 중인 1,500여가구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주거비·이사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전·월세 보증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장기안심주택’ 지원 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더불어 ‘주거안전망 종합대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지역사회·기업·비영리조직 등과 ‘동행파트너’를 구축하고 대책 실행 전 과정을 공유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주거안전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주거안전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시민단체들 “주거취약계층에게 가장 중요한 공공주택 공급확대 방안 빠져”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발표한 종합대책 내용들이 강제성, 실행 기한 등 구체적인 내용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목소리로 공공대책 공급 확대만이 주거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존 고시원, 반지하 대책 등 개별적으로 접근하던 방식에서 종합대책으로 전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이미 나왔던 대책만 정리했을 뿐 새로울 만한 부분이 없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지하 주택 매입은 올해 8월 국토교통부가 먼저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0월 초 해당 대책을 서울시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 산하 SH공사도 지난 11월 초 반지하 주택 매입 공고를 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고시원 시설 개선 대책도 서울시가 몇 년 전 고시원 안전 내용과 관련해 조례를 이미 개정한 바 있다”면서 “일정 기준이 넘는 고시원에게 부여하는 ‘안심 고시원 인증’의 경우 마치 ‘깨끗한 식당’ 인증 마크처럼 단순 인증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노후 고시원을 언제까지 시설 등을 개선하라는 등 강제성이 없고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자세한 내용도 없다”고 문제 삼았다.

뒤이어 “전반적으로 단순히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시설 개량에만 초점을 맞춘 것인지 의심스럽고 공공주택을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며 “사실상 서울시가 공공주택을 늘릴 방안은 정비사업과 매입임대 뿐인데 서울시 산하 SH공사의 경우 10월 기준 당초 공공주택 공급 목표치의 10%만 달성했다. 따라서 공공주택 목표를 달성할 의지도 없어보인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그는 “지옥고의 시설 개선과 연계해 다양한 이주대책도 마련됐어야 하는데 발표 자료만 봐서는 이러한 내용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며 아쉬워 했다.

서울시가 지원 대상 계층을 나눠 주거비 보조와 장기전세임대 등을 차등 지원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전반적으로 지옥고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이 주된 내용인 반면 주거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공공임대 공급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고 혹평했다.

또 “정해진 예산에 따라 서울시가 공공주택을 공급하려면 건설임대‧매입임대로 지원해야 한다”며 “건설임대는 토지구입비가 비싸 실현성이 어려워 매입임대를 통한 전세임대‧민간임대 등으로 공공주택 공급에 나서야 하는데 서울시는 보증금 지원에만 집중할 뿐 공급 의지는 없어 보인다. 올해 서울시의 공공주택 공급률은 목표 대비 6%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공공기숙사도 필요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마련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고시원과 옥탑방 등의 시설 개선도 필요하지만 이들은 최저 주거기준에 속하므로 명백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효주 간사는 “주거취약계층이 한시적으로 고시원 등을 거쳐 상향 이주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 공급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온 대책만 봐서는 서울시가 계층별로 지원에 급을 나눈 듯 하다”며 “저소득 주거취약계층에게는 주거비 보조에 집중하고 어느 정도 자력 이주가 가능한 계층에게는 장기전세, 반값 주택 등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주거안전망 종합대책‘의 예산 관련 부문 설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간사는 “먼저 대책 실행을 위한 관련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거 같다”며 “발표된 자료에는 어느 정도 비율로 각 부문별로 예산을 배정할지 등의 내용은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2년마다 시행 예정인 주거 실태조사는 거주공간의 물리적 상태, 재해 취약성 수준, 점유자의 경제적 상황이나 건강 상태, 취약한 거주공간이 점유자의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시원 등의 물리적 환경 개선은 시급한 문제인데 ‘안심고시원’ 수준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윤은주 간사 역시 “공공임대 주택 공급확대 방안이 빠져 있어 현실성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며 서울시가 공공임대 주택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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