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DDP 아트홀서 ‘2022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 해외 사례·발전방안 논의

서울시가 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2022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해외 학자들이 핀란드와 독일, 미국 등의 기본소득 실험 경험을 공유했다./조윤찬 기자
서울시가 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2022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해외 학자들이 핀란드와 독일, 미국 등의 기본소득 실험 경험을 공유했다./조윤찬 기자

시사위크|동대문=조윤찬 기자  서울시가 현재 시범사업 중인 ‘안심소득’에 대해 국내외 학자들의 평가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2022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을 열고 독일, 핀란드, 미국 등에서의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공유했다. 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학자들은 해외 사례들을 통해 안심소득 사업 진행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문제점과 함께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국제적인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미래형 복지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 선별 지원하는 안심소득… “취약계층 사각지대 없게 한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일자리 구조변화, 코로나19 등으로 세계적으로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안심소득 시범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고 사각지대 없이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미래 복지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안심소득’은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수정해서 나온 선별지원 제도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 소득평가액) × 0.5 - 차감 공적이전소득’ 으로 계산된다. 서울시는 소득이 적을수록 안심소득을 많이 지급 받도록 설계했다. 서울시민 중 중위소득 50% 이하이며 재산이 3억2,6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신청 대상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을 대비하고 미래 사회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1단계 시범사업으로 지난 7월부터 1,523가구(중위소득 50% 이하 지원집단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을 지급해오고 있다. 1단계는 3년간 지급한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는 2단계 시범사업을 추진, 대상을 중위소득 85% 이하로 확대해 1,100가구를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은 두 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1세션에선 헤이키 힐라모 헬싱키대학교 사회정책학부 교수와 위르겐 슈프 독일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온라인 화상회의(ZOOM)를 통해 각국의 소득보장 실험 경험을 공유했다.

우선, 헤이키 힐라모 교수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에 대해 설명했다. 헤이키 힐라모 교수에 따르면 핀란드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4개월 간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다. 25세에서 58세 기초실업보장 수급자가 대상이었다.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해당 실험은 △취업을 해도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수당을 지급 받은 이후 취업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해 진행했다.

헤이키 힐라모 교수는 “핀란드에서는 노동시장 측면에서 실험했다”면서 “공공재정 지출에 대한 압박이 있었고 근로 참여 효과는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76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받은 2,000명과 대조군인 17만3,000명의 취업효과 차이는 없었다면서 “실험 예산이 적었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위르겐 슈프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베를린 기본소득 실험’을 소개했다. 실험 대상은 21세부터 40세까지이며 소득기준 약 168만원에서 359만원 사이인 1인 가구다. 2021년 6월에 시작해 2024년 5월까지 매월 약 168만원을 지급한다. 그는 “납세자 돈으로 하는 실험이 아니라 시민사회 지원으로 하는 실험”이라면서 크라우드 호른(crowd-horns)에 의해 자금이 조달됐다고 말했다. 또한 “2020년 8월에 모집 시작하고 200만명이 넘게 지원했다. 최종 1,500명을 선정해 122명 실험집단에 기본소득을 주고 나머지는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르겐 슈프 선임연구위원은 “핀란드처럼 노동시장 참여를 보고 있다. 또한 돈을 저축하는지 여행경비 등에 소비하는 지 관찰해 심리학적 특성도 살펴보고 있다”며 “자금 조달 모델 개선을 위한 자료로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 학자들, 안심소득 목적 구체화 및 실험 표본 확대 지적 

6일 열린 ‘2022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 2세션에서는 김상철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의 발표가 진행되고 국내외 학자들이 보완할 부분들을 지적했다. / 조윤찬 기자
6일 열린 ‘2022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 2세션에서는 김상철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의 발표가 진행되고 국내외 학자들이 보완할 부분들을 지적했다. / 조윤찬 기자

발표 이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마이클 터브스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 대표(스톡턴 전 시장),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의 토론이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선 발표에 대해 “핀란드를 요약하자면 노동시장 참여효과는 없었다고 이해 될 수 있겠다”면서 “1,2년 해보고 (중위소득)85%를 바꿔보는 등 실험들을 하고 싶지만 다양한 실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포럼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철 교수는 “3인가구 기준 안심소득은 월 100만원을 지불한다. 서울시 안심소득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면 연간 25조에서 35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반면 30조원을 골고루 나눠주는 기본소득으로 한다면 3인가구 기준으로는 월 15만원이 된다. 같은 재원으로는 불평등 개선 효과가 안심소득이 월등하다”고 덧붙였다.

소득보장이 수급자를 게으르게 만든다는 주장들에 대해 마이클 터브스 전 스톡턴 시장은 “(캘리포니아 도시)스톡턴에서 보장소득 실험을 했고, 시카고 등 도시에서 실험을 채택하고 있다. 스톡턴에서는 125명이 참가했고 월 500달러가 지불됐다. 이후 파트타임에서 전일제로 전환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소득 보장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탈퇴하지는 않는다”고 대응했다.

포럼에서 김상철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안심소득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일과 고용 △가계 △교육·훈련 △주거환경 △건강 △가족 및 사회 △삶의 태도 등 7가지 부문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고 알렸다.

2세션에서는 이러한 안심소득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나왔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는 “실제로 안심 소득을 제공했다고 해서 모든 7개 영역에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해보고 싶다”면서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고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노동시장 참여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빈곤율 감소가 목적인지 분명해져야 된다. 실제 직접적인 영향에 대한 지표 같은 것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조언했다.

이어 “양적평가가 부족하다면 질적 평가도 고려해보셔야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안심소득 실험집단 500명 중 100명은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연령차별로 인해 실질적으로 노동 시장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연령별이나 소득분위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특징들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대해 헤이키 힐라모 교수는 “표본이 적다. 지원집단 500가구로 됐다고 하는데 표본이 크지 않다는 것이 우려사항이다. 소규모이기 때문에 그룹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자살하는 것을 막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재산제한) 3억2,600만원은 사실 너무 낮다. 어려운 상황이 되면 급박하게 된다. 재산이라는 허들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첨언했다.

이어 “정순둘 교수께서 어떻게 여러 효과들이 다 나오겠냐고 말하는데 경제학에서는 한계효과라고 있다. 효과가 조금 나오더라도 한계적으로 효과가 있으면 그게 결정적일 수가 있다. 근로 관련해서는 정 교수님 지적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안심소득 급여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지속되며 연구는 추적조사 결과까지 포함해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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