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스토킹 범죄 벌금형만으로도 공무원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 사유가 된다고 밝힌 가운데 현행 스토킹처벌법으로는 직장 내 스토킹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행정안전부가 스토킹 범죄 벌금형만으로도 공무원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 사유가 된다고 밝힌 가운데 현행 스토킹처벌법으로는 직장 내 스토킹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난 9월 있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해 벌금형만으로도 공무원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 사유가 된다고 밝힌 가운데, 현행 스토킹처벌법으로는 직장 내 스토킹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스토킹 범죄… 공직 임용 ‘제한’

지난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고인은 피해자와 2018년 서울교통공사 입사동기로 알려졌다. 피고인은 2019년부터 300여 차례 연락 및 불법촬영 영상으로 피해자를 협박해 왔고, 이에 직위해제가 되자 피해자에게 3개월 간 협박성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인은 2018년 음란물 유포 등으로 이미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와 음란물 유포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공직 임용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지난 8일 ‘지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행안부에 따르면 현행 법률상 공무원이 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에 해당된다. 특히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 범죄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까지 확대하고 있어 공직에 대한 제한이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개정은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범죄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도 성폭력 범죄와 동일한 수준에서 공직 임용을 제한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 법률에 따라 해당 범죄에 대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재직 중인 자는 당연퇴직하게 된다.

나아가 지방공무원법상 결격사유를 준용하고 있는 지방공기업법에도 적용돼 해당 범죄를 저지른 자는 공사 임원이 될 수 없게 된다.

행안부는 이번 개정에 대해 “공직 임용 제한 강화로 공직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개정 법률은 정부로 이송돼 공포되면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 “스토킹처벌법으로 ‘직장 내 스토킹’ 대응 어려워”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으로 그동안 처벌이 어려웠던 스토킹 범죄에 대한 법적조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지닌 한계에 대한 지적은 계속돼왔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스토킹처벌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공무원법 일부개정은 공직 사회 내에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결격사유가 있는 자를 내부에 두지 않기 위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스토킹과 관련된 현행 법들에 여전히 피해자 보호에 대한 조치가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같은 ‘직장 내 스토킹 범죄’에 대한 대응은 기존 스토킹처벌법 적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0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 ‘직장 내 스토킹 피해자 보호의 한계와 과제’에서는 “현재의 친밀한 관계 또는 불특정 다수에 초점을 두고 있는 ‘스토킹처벌법’으로는 직장과 같은 공적인 생활공간에서 △동료 △상급자나 하급자 △고용주 △고객 등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스토킹에 대응하는 것에 많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고 짚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서는 △직장 내 접근차단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 등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경찰의 영장집행으로 강제 체포될 때까지 가해자는 회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소와 근무지, 야간근무 일정까지 파악한 가해자는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찾아가 위협하고 주변을 배회했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는 직장 내 스토킹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다르게 적용 규정이 모호하다고 짚었다. 직장 내 스토킹의 △피해-가해관계 규정 △접근차단 △분리조치 △배치전환 △징계 등 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해 대응하도록 하는 조치가 현행법과 제도에서 사실상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직장 내 스토킹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에 준하는 규제 등을 도입하고 민간기업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경찰이 가해자에게 긴급응급조치를 취하거나 법원에 의해 잠정조치 2호가 발령되면 피해자 집·직장 등에 100m 이내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이때 직장 내 스토킹에서 가해자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사측의 조치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스토킹처벌법의 한계점으로 지적돼왔던 △반의사불벌죄 폐지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피해자 보호 및 회복을 위해선 보다 확고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러한 여론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1월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이러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안건으로는 상정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스토킹 범죄 및 음란물 유포죄, 공직 임용 제한된다’ 
2022.12.08 행정안전부
‘직장 내 스토킹 피해자 보호의 한계와 과제’ 연구보고서
2022.10.12 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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