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스토킹 범죄 처벌법·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법을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이며,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및 지원법은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의 보호 및 지원 제도화를 명문화 한 것입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지난 2021년 4월 제정돼 10월부터 시행된 법률입니다. 가해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골자로 합니다. 기존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던 스토킹범을 확실하게 처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현행 스토킹 처벌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현재 국회에는 28개의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Q. ‘당론으로 발의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A. 한국과 일본에는 ‘당론’이라는 특징적인 정치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정당에서 어떠한 법안이나 목표를 당론으로 정하면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소속 의원들이 모두 합심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의원은 당론을 반드시 따라야하지는 않지만, 정당에서 정당이나, 국민, 국가의 이익을 위해 결정했으므로 따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번에 민주당에서 스토킹처벌법과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법을 당론으로 결정했으므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우리나라 스토킹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요?

A. 경찰청이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에게 제출한 ‘연도별 스토킹 112 신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스토킹 신고 건수는 1만8,784건에 달합니다. 하루에도 78건 이상의 신고가 들어오는 셈입니다. 상당수의 스토킹 피해자가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으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스토킹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얼마 전 일어난 ‘신당역 스토킹 살인’은 상당수의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해당 사건은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31세 남성 전주환 씨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28세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입니다. 가해자 전씨는 2019년 11월부터 3년 가까이 350여 회 이상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등 스토킹 했습니다. 피해자는 2021년 10월 7일과 2022년 1월 27일 두 차례 전씨를 고소‧고발 했지만, 전씨는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청년진보당 당원들이 지난 10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 공판 시작일에 맞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청년진보당 당원들이 지난 10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 공판 시작일에 맞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Q. 현행 스토킹처벌법에서 가장 개선되어야 하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A. 반의사불벌죄, 즉 친고죄입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현행 스토킹은 이제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사건이 그냥 유야무야 증발을 하게 돼 있다”며 “그러니까 피해자가 고소를 했는데 고소를 취하해 주면 얼마든지 사건화가 안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더욱 피해자를 협박하고 공갈하고 못살게 구는, 그래서 결국은 취하를 안 해주니까 앙심을 품고 살해하기에 이르는 이런 식으로 법률이 만들어져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교수는 “지금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기관에서 강제력을 가지고 개입을 하고, 임시조치도 좀 더 분명하게 할 수 있다. 또 수사를 하니까 구속영장을 청구할 근거가 생겨서 법원에서 그 근거로 구속영장을 인용할 수가 있는 상황이 된다”며 “반의사불벌죄를 무슨 일이 있어도 폐지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일단 친고죄가 폐지되면 CCTV 등도 확인하게 되고, 문자 기록 같은 것도 압수수색할 수 있다. 그러면 증거 확보를 통해 피해자로부터 가해자를 분리 조치하는데 상당한 정보들을 활용할 수 있다”며 “법을 일단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Q.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법은 처벌법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스토킹피해지원법은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과 스토킹 범죄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을 담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보호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법률안에는 여성가족부가 주도한 △ 스토킹에 대한 실태조사 △ 예방 교육 △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 비밀누설 금지 △ 피해자 지원 시설 근거 마련 △ 경찰의 현장 출동 및 조사 △ 무료 법률 지원 △ 신변안전 조치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법령이 통과되면 피해자는 사생활을 보장받으면서 전학‧이직 등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감사원법 개정안·기초연금법·스토킹처벌법·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법·반인권적 국가 범죄 시효에 대한 특례법 등의 민생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감사원법 개정안·기초연금법·스토킹처벌법·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법·반인권적 국가 범죄 시효에 대한 특례법 등의 민생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뉴시스

Q.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통과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요?

A. 처벌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스토킹 사건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방향에는 모두 공감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대통령 선거 이후 21대 후반기 국회가 원 구성 문제로 50일이 넘게 공전했고, 국정감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태원 참사 등으로 입법 일정은 하루하루 미뤄졌습니다.

법령의 종류 및 내용 등에 따라 법률안 처리 절차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다만 스토킹 처벌법과 같은 시급한 민생법안은 여야는 특위를 통해 우선 통과를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여야의 대립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Q. 이 시점에 민주당이 스토킹처벌법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요?

A.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야권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주장하면서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국정조사에 발목 잡혀 국회의 공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박홍근 원내대표는 11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주장하면서 “참사 진상규명만큼 민생입법 추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한다. 어제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스토킹피해지원법, 기초연금법 등 5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는 야권은 국정조사와 민생입법 투 트랙 전략을 가지고가면서 국정조사가 국회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꾸준히 정부 여당을 향한 투쟁과 민생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써왔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애도기간에는 초당적 협력을 위해 대여투쟁을 잠시 멈췄으나,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면서 대정부 압박과 민생입법이라는 투 트랙에 다시 올라탄 것으로 보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022.11.07 국회입법현황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2022.11.09 국회입법현황

이수정 “스토킹이 여성 혐오 범죄는 아냐, 반의사불벌죄는 반드시 폐지돼야”

2022.09.19 KBS1 주진우라이브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021.10.21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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