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극적으로 마련했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넘지 못하면서 그룹 차원의 노사갈등도 지속될 전망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가 극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반전을 맞았던 현대중공업그룹의 노사갈등이 또 다시 ‘시계제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지 못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지난 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이 49.94% 그치며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찬성표가 3,093표로 반대표 3,078표보다 많았지만, 무효표가 23표 나오면서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하게 된 모습이다.

현대일렉트릭지회 역시 찬성률이 46.25%에 그치면서 부결됐고, 현대건설기계지회는 50.49% 찬성률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가결됐다. 현대일렉트릭지회와 현대건설기계지회는 현대중공업지부와 함께 3사 1노조를 구성 중이며, 각 지부 및 지회가 모두 가결돼야 임단협이 최종 마무리된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의 임단협 타결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그룹 차원의 노사갈등도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조선부문 3개 계열사가 나란히 갈등에 휩싸인 바 있다. 

공동요구안을 마련해 임단협에 임한 조선 3사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이 나란히 난항을 겪자 공동 대응에 나섰다. 특히 지난 6일엔 현대중공업그룹 사상 초유의 조선 3사 공동파업 돌입이 임박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교섭에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극적으로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고, 이에 조선 3사 노조는 파업 돌입을 유보했다. 이렇듯 어렵게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의 노사갈등 향방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데다 올해 남은 기간도 많지 않은 만큼, 연내 타결이 어려워지고 파업 가능성 또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통과에 가까운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당장 파업 커드를 꺼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최근 화물연대 총파업 등 노동계 전반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투쟁동력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올해도 험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임단협 노사갈등이 그 마침표를 연내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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