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조가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하면서 파업이 임박한 모습이다. /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조가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하면서 파업이 임박한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노동계에서 파업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가 거듭되는 노사갈등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사상 첫 조선3사 공동 전면 총파업 사태 빚어지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 현대미포조선노조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조는 최근 공동·순환 파업 일정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지난 21일부터 서울 계동 본사와 경기도 분당 글로벌R&D센터, 국회 등에서 집행간부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어 오는 30일엔 글로벌R&D센터 천막농성장에서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다음달 6일 3사 공동 4시간 파업을 시작으로 순환 파업을 실시하고, 다음달 13일부터는 무기한 공동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조가 이처럼 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올해 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3사 노조는 공동요구안을 마련해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임단협 교섭에 임하고 있지만, 사측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나란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합법적 파업 준비를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단협에 진전이 없자 파업을 실행에 옮기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국내 노동계 전반에 파업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다, 연대 투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지난 7월 일찌감치 올해 수주목표를 넘어섰다. 또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측면에서도 본격적인 개선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사갈등이란 고질적 악재는 좀처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9년과 2020년 임단협이 지난해 7월에 이르러서야 타결됐고, 이 과정에서 전면파업과 크레인 점거 등 숱한 진통 및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어 지난해 임단협 역시 해를 넘겨 올해 5월 타결된 바 있다.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의 악순환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공동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이는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첫 사례로 그 여파가 상당히 클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 조선업계 전반에 최근 인력난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파업까지 단행될 경우 생산차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3사 노조가 섣불리 강도 높은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취한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파업, 특히 조선3사 공동 전면 총파업이란 최악의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남은 시간은 이제 약 2~3주 뿐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는 임단협이란 숙제를 내년으로 미루지 않고 연내 해결할 수 있을지, 갈등으로 점철된 채 연말 및 새해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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