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권고안을 발표하자 노동계가 반박에 나섰다. 사진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권고문을 발표하는 모습. / 뉴시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권고안을 발표하자 노동계가 반박에 나섰다. 사진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권고문을 발표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권고안을 발표하자 노동계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해당 안은 결국 장시간‧저임금 노동의 굴레를 강화할 것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계가 재검토를 촉구한 가운데 정부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 ‘월 단위’ 이상 연장근로… 노동계 “장시간 노동 고착화될 것”

지난 6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라 노동시장 개혁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가 발족했다. 연구회는 약 5개월에 걸친 논의를 마무리하고 지난 12일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혁 방안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위한 제안이 담긴 권고문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우선 연장근로시간의 관리단위를 현행 1주 외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노사의 선택 재량을 넓힐 것을 권고했다.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은 관리단위에 비례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따라서 근로시간은 기존 1주의 경우 12시간 △1월 52시간 △1분기 140시간(90%) △1반기 250시간(80%) △1년 440시간(70%) 수준에서 서면합의를 통해 연장 가능하다.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가 월 단위 이상이 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등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회는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의 질 개선은 변함없이 지향‧지속돼야 할 노동시장 제도 개혁의 목표이자 과제”라면서 “이를 위한 수단으로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의 획일적인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사가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근로의 효율성을 높이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노동의 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노동계는 “선택권을 빙자한 장시간노동체계로의 회귀”라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사 간 합의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근본적 구조를 해결하기 전에 노동시간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은 사용자 재량권만 넓혀 장시간노동 고착화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체계가 고착화된 현실,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노동시간 자율선택권 확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1시간 연속최소휴식시간제에 대해서도 저항이 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연구회가 제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11시간 휴식제에 대해 “보편적 적용도 아니고 24시간 내 11시간 휴식제도 아니어서 장시간 노동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여전하다”며 “휴가‧휴식권에 대한 언급은 구체성 없고 원론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연공급제, “신규채용 제약” vs “문제는 저임금 굴레“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임금체계에 대해서도 개편안을 제시했다. 연구회가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가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들의 주요 임금결정 방식이라는 점이다.

연구회는 현재 △100인 이상 사업체의 약 55.5% △300인 이상 60.1% △1,000인 이상 70.3%가 해당 방식을 사용 중이며, 이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확대해 기업의 신규채용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공의 안정적 누적이 가능한 계층에게 배타적으로 유리한 제도로 △비정규직 △중소기업 △여성 등에게는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호봉제 등 기존 임금체계를 업종별로 개편을 지원하고 직무‧성과평가 도구 개발 등 공정한 평가 및 보상 확산을 지원할 것을 연구회는 권고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대기업과 금융,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체만 고임금의 연공급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어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나은 임금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문제는 연공급제가 아니라 장시간-저임금 노동의 굴레”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같은 부분을 짚었다.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직무‧성과급제의 효과성을 인정하는 연구는 생산직이나 영업직, 집단성과급제 등 상당히 제한적이며 반면에 효과성을 비판하는 여러 연구도 존재한다”며 신중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이번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이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권보다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시키고 임금 또한 저하시킬 수 있다면서 재검토를 촉구했다. 노사 간 불평등한 관계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재량권을 확대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이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권고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자료 및 출처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
2022.12.12 고용노동부
제55회 국무회의 브리핑
2022.12.1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한국노총 성명서 - 장시간노동체제 회귀-노동자 임금삭감안 폐기하라
2022.12.12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2022.12.1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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