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중소기업 측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연장에서 더 나아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노동계가 노동 단위시간 연장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반박에 나섰다.
◇ “구조적 문제, 근본적 시스템부터 고쳐야”
30인 미만 제조업 대상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올해 말을 끝으로 일몰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일 ‘5~29인 제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 활용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중소기업 다수는 제도 폐지에 대한 마땅한 대책도 없을뿐더러 이에 따른 문제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권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중소기업 업계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법이 될 수 없다”면서 “시스템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중소기업에서 (일감이 몰리니) 생산량을 못 맞추고 이런 상황이 힘들다고 말하는데 그 이야기는 역으로 이야기하면 중소기업이나 작은 사업장에 가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짚으며 “중소기업에 가면 처우가 안 좋으니 인력난이 계속되고, 전체 기업의 1%도 안 되는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가져가니 중소기업은 근로자의 처우를 맞춰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측이 주장하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해서도 한 대변인은 해당 제도가 유지되고 있을 때 대기업과 정부 등에 변화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근로시간)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는 건 예상할 수 있었는데 일몰 때 되니까 당장 일손이 모자를 것 같아서 (제도를 유지해달라) 주장하는 것”이라며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오래가지 못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 정부, 노동시간 개편안 놓고 반발… ‘해법’ 찾을 수 있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주52시간제가 지난해부터 전면 도입되면서 즉시 반영이 어려운 30인 미만 사업장을 위한 보완제도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경영권에서는 주52시간제 확대 이후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연장을 포함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주장해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노동시간 개혁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혁안은 △월단위 노동시간 관리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및 업종 확대 △근로시간저축 계좌제 도입 △스타트업‧전문직 노동시간 예외 적용 등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우선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전했지만 노동권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없는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이 발간하는 ‘월간 한국노총 7‧8월호’에서 이상윤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은 “새 정부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2항에 규정된 ‘1일 8시간’이라는 법정노동시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로 정부의 노동 개혁안 중 하나인 ‘월 단위 노동시간 관리’가 가능해진다면 1주에 최대 92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짚었다. 1주에 12시간씩 사용가능하던 것을 월 단위로 관리할 경우 한 주에 4주치를 몰아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외의 개혁안에 대해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일 내지 1주 최장 노동시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무제한 노동’ 초래할 가능성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하면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도입될 경우 야간‧휴일 노동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부담 회피 가능성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도 과잉노동 등의 이유로 도입한 국가에서는 보완제도 도입 등 한계점을 짚었다. 따라서 정부의 개혁안은 ‘노동자 없는 노동개혁안’이라는 것이 한국노총 측의 주장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38개국 중 4위를 차지한 1,928시간으로 1,500시간대인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동일년도 기준 한국의 1시간 당 노동생산성은 46.9달러로 OECD 국가 중 30위권 밖에 머무를 정도로 낮다. 이는 일하는 시간에 비해 생산성이 매우 낮아 효율 없이 오래 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한국의 근로시간이 평균보다 길며 앞으로 고령화 등으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더욱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와 노동권 모두 동의하고 있다. 다만 개선 방법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주52시간제 등 근로시간 개혁안에 대해 논의하는 전문가 논의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다음달 17일까지였던 연구회 활동기간이 연장될 여지가 있다고 17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제도 전환 시의 건강권 대한 문제, 기존 제도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세밀하게 고려하면 시기가 촉박하다는 이유에서다. 활동기간에 시간이 더해진 만큼 노동권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더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