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서만 관련법안 발의 8건, 공전 거듭하며 무산되기 일쑤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국가시스템엔 등록되지 않은 존재. 첩보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엔 태어났음에도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의 존재가 학대피해를 통해서야 뒤늦게 확인되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으론, 출생신고를 하고 싶어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존재한다. 2022년,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출생신고 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발의돼왔으나, 아직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 뉴시스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발의돼왔으나, 아직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상에 태어났지만, 국가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이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움직임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19대 국회 시절인 2015년엔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법안과 출생통보제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중 ‘사랑이법’이라고도 불린 미혼부 출생신고 허용 법안은 통과됐지만,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출생통보제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또한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2020년 5월 출범한 현 21대 국회에서도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은 여럿 발의된 상태다. 2020년 7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2021년엔 1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2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3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5월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3월엔 정부에 의한 발의도 이뤄졌다. 

현재까지 21대 국회에 발의된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만 총 8건이다. 특히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이의 학대‧사망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해당 법안 발의가 앞다퉈 이뤄졌다.

의료기관 등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생신고가 누락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의 법안도 이번 국회에 4건이 발의된 상태다. ‘사랑이법’을 보완하는 내용의 법안도 8명 의원에 의해 10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해당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법안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으론, 출생통보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존재한다. 당장 출생통보제의 당사자인 의료계의 반응부터 달갑지 않다.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게 과도한 의무와 행정적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라는 반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효성을 둘러싼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출산하는 사각지대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미혼모 등의 출산을 오히려 의료기관을 회피해 더욱 음지로 향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반대 및 우려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때문에 출생통보제를 근간으로 각종 부작용 및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분명한 것은 출생통보제가 출생신고 누락과 그에 따른 학대 문제를 해결할 ‘만능열쇠’는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출생통보제는 부모 개인에게만 맡겨진 출생신고 의무 및 권한을 사회적으로 확대하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지적되는 바와 같이 미혼모 등이 출산을 철저하게 은폐하는 것이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열악한 여건 속에 태어난 아이가 학대당하는 문제까지 출생통보제로 해결할 수는 없다. 출생통보제를 밑바탕으로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나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다양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출생통보제를 골자로 한 출생신고 제도의 개선이 없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가가 모르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고통 받고 있을 수 있다. 올해는 그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첫걸음을 뗄 수 있을까.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근거자료 및 출처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 발의 현황
2023. 1. 6.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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