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한 켠에 '보호출산에 관한 븍별법안' 등 법안들이 놓여 있다. / 뉴시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한 켠에 '보호출산에 관한 븍별법안' 등 법안들이 놓여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소위 ‘유령 영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출생통보제를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2명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유령 영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출생통보제 자체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함께 논의되는 보호출산제의 경우 여야의 이견이 불거지면서 6월 내 통과가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열어 출생통보제를 논의하고,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 후 30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유령 영아’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해당 법안 통과에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출생통보제란 부모가 고의로 출생 신고를 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직접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부모에게만 출생한 아동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유령 영아’가 생긴 것으로 분석돼 출생통보제를 도입키로 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김미애 국민의힘·신현영 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 10여 건 계류된 상태다. 

◇ ‘병원 밖 출산’ ‘법안 악용’ 부작용 우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초저출산 문제로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태어난 아기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여야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있어 신속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출생통보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반면 출생통보제와 함께 논의되던 보호출산제는 6월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호출산제는 산모의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될 경우 병원 밖 출산 수요가 늘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논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어 보호출산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야당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이에 대해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누군지를 알리지 않도록 함으로써 영아 유기를 막자는 취지”라면서 “(하지만) 산모의 신분을 보호한다고 해도 실제로 영아 유기와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들 반응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법안이) 같이 다뤄지는 것은 맞지만, 보호출산제는 찬반 의견이 나뉘기 때문에 충분히 숙고해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생통보제가 본회의를 통과하고, 보호출산제를 추가 논의해서 통과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졸속입법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여야가 충분한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최근 이슈가 불거지면서 급하게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각 법안마다 갖고 있는 부작용도 우려점이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등록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여전히 ‘유령 영아’가 될 위험성이 높다. 한 야당 관계자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될 경우 집에서 낳다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산모의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하는 보호출산제를 함께 논의했지만 이 법안 역시 문제점이 있다. 이 관계자는 “산모의 정보를 익명으로 보호하는 것은 병원 출산 유도라는 취지는 옳지만, 오히려 악용의 여지도 높다”며 “아이를 손쉽게 포기하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영유아 유기 사건이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해당 법안을 출산율 제고 방안이라 여긴다면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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