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는 것을 두고 ‘자체 핵무장’까지 언급했다. 최악의 사태를 언급하며 미국에게 ‘핵 공동기획·공동실행’ 수용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방부·외교부로부터 2023년 연두업무보고를 받은 후 마무리발언을 통해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오랜 시간이 안 걸려서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 무기를) 가질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3축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량응징보복(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KMPR)이라고 강조했다. 북핵에 대한 확고한 KMPR은 한미의 강력한 확장억제와 미 핵자산 운용에 대한 ‘공동기획·공동실행’ 협력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 핵자산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은 우리의 안보를 미국이 지켜주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과)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며 “서로 간의 안보 이익에 있어 (한미양국은) 공동된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미소 냉전시대에 핵무기를 개발할 때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을 언급하며 “북핵  위협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만 위협이고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일본, 미국에 (대한) ‘커먼 인터레스트’(common interest·공동의 이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 한국만 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한국 너희들이 우리(미국)를 믿고 있으면 우리가 지켜줄게’(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한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이나 북핵에 대해서는 다 동일한 위협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자체 핵무장’ ‘핵개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은 북핵 위협이 현실화 됐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이럴 경우 미국과 일본도 북핵 위협에 노출된다고 경고한 셈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미국과 ‘핵 공동기획·공동실행’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핵 보유국이 아니라는 논리로 “No”라고 해 다소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미국을 향한 ‘핵 공동기획·공동실행’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자체 핵보유’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냉전시절 프랑스가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하며 내세운 논리까지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아무리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라 할지라도 현직 대통령이 자체 핵 보유에 대해 언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술핵 배치를 주장한 바 있다. 

만일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스스로 부정하게 되며, NPT에서 탈퇴해야 한다.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는 순간 국제사회 내 입지는 좁아지고, 제재를 피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지게 되는 셈이다. 

한편 윤 대통령의 ‘자체 핵보유’ 언급에 대해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2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론을 제기하거나 한 건 아니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며, 결국에는 확장억제를 언급한 것”이라며 “핵무장론을 대통령이 지시한 것도 아니고 우리 군도 자체 핵무장에 대해서는 정책적 옵션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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