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3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3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12일 신년기자회견을 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말 폭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보 무능을 감추기 위한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말 폭탄으로 국민 불안과 시장 혼란만 증폭됐다”며 “정말 이러다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국민들 사이에 생겨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안보 참사까지 더해지면서 ‘코리아 리스크’가 전면화 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쟁’ ‘확전’ 등을 언급하고 미국과 핵전력 공동기획·공동연습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군 통수권자의 신중하지 못하고 경솔한 언사가 코리아 리스크의 핵심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남북관계 불안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우려해 왔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런 점들이 많이 아쉽다”며 “저도 사실은 말하기로 하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감과 역할의 무게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 전 세계의 합의 사항이다. 우리나라가 핵 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NPT(핵 비확산 조약)를 탈퇴해야 한다”며 “그리고 핵 확장억제 전략으로 한반도에 핵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협의해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공식적으로 핵 무장을 하면, 북한에 핵 무장을 포기하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냐. 그래서 남북한이 핵무장을 한다면 일본은 가만히 있겠냐”며 “첫째는 그래서도 안되고, 둘째는 실현가능성도 전혀 없고, 셋째는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키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 질문에 앞서 이 대표는 책임감에 따른 무게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된 후 ‘이재명다움을 잃었다’ ‘사이다 발언이 덜하다’는 지적에 대해 "상황과 역할에 따라 행동과 책임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일국의 최대수당의 대표로 있는 현재, 그 책임감과 무게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책임감 때문에 많이 진중해질 수밖에 없어서 본인이 가진 생각이나 의지, 욕구를 드러낼 수 없는 게 아쉽지만,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더 이상 개인으로서의 표현을 지속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 대표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자리의 무게로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발언 뒤에 윤 대통령의 ‘말 폭탄’을 지적하게 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자체 핵무장을 언급한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이런 발언은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원론적인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윤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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