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조는 지난 16~17일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추진을 규탄했다. / 마트노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2년 도입돼 10년 넘게 시행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구시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마트노조가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노정갈등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제도의 실효성 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팽팽한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대구시 ‘강행’에 마트노조 전국서 ‘들썩’

지난 1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는 서울시청과 경기도청, 경남도청, 부산시청, 인천시청, 대우시청 산격청사, 광주시청, 울산시청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루 앞서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연 대전시청까지 포함하면 총 9개 지역이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이 정조준한 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최근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인 월요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를 대대적으로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월요일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트노조는 대구시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반발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엔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란 소식을 접한 마트노조가 대구시청을 항의 방문했다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트노조는 이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불법·폭력적인 방식으로 감금 및 연행 당했다며 이달 초 고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마트노조는 또한 윤석열 정부도 겨냥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민제안을 통해 접수된 민원·제안·청원 중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여기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이 제안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초 투표를 통해 뽑힌 상위 3개 제안을 우수제안으로 선정하고 본격 추진할 방침이었던 윤석열 정부는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를 무효화했다. 마트노조는 당시에도 정부를 향해 거세게 반발한 바 있으며, 이번 대구시 행보의 근간에 윤석열 정부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추진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노정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 당시 강경한 대응으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봤던 정부·여당 입장에선 또 한 번 같은 효과를 기대해볼만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러싼 팽팽한 갑론을박이 자리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도입 과정에서부터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최근엔 업계 상황이 급변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도입 당시엔 유통부문의 ‘공룡’으로 군림하던 대형마트에 맞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게 핵심 취지였는데, 최근 가파르게 성장한 온라인 기반의 유통채널들이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기반 유통채널들은 휴무일 없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시장 보호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러싼 주요 이해당사자로 소비자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도 논란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해당 제도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며 불만을 품고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노정갈등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다. 앞선 화물연대 총파업 역시 사안의 본질 이상으로 불편함을 겪은 국민들의 여론이 중요하게 작용한 바 있다.

여기에 마트노조의 입장까지 더하면 각 주체의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마트노조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변경을 반대하는 핵심 이유엔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보호 못지않게 ‘노동자 휴일 보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한 진통과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와 대기업,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소비자, 그리고 노조의 이해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가운데, 특히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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