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 집값 대비 90% 이하일 경우만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추진
원희룡 국토부 장관 “보증보험, 그동안 조직적인 무자본 갭투자 수단으로 활용돼”

2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가운데)이 전세사기 추가 대책을 브리핑했다. / 뉴시스
2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가운데)이 전세사기 추가 대책을 브리핑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오는 5월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대상 주택의 전세가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조정한다. 그동안 시세의 100%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함에 따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가 무자본 갭투자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악성임대인이 증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2일 국토교통부‧법무부 등 정부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올해 5월 중 무자본 갭투자 근절 및 악성임대인 퇴출을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즉 시세 3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그간 전세금이 3억원이어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2억7,000만원(90%) 이하일 때에만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기존 보증갱신 대상자는 2024년 1월부터 적용‧시행할 예정이다.

또 건전한 전세계약은 충분히 보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서민임차인의 보증료 할인 대상을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할인폭은 50%에서 60%로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 출자를 통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정부에 따르면 그간 시세의 100%까지 가입 가능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악용한 깡통전세 계약이 분양대행사, 중개사, 악성임대인 간 공모 하에 체결돼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세보증 사고액도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약 1조2,000억원을 기록했고 전세사기 검거 건수도 2021년 187건에서 2022년 618건으로 급증했다.   

수도권에서 빌라‧다세대연립 주택 등 1,139채를 보유하다 지난해 10월 사망해 이슈가 됐던 ‘빌라왕’ 김모 씨가 보유한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매매가 대비 90% 이상 전세계약으로 체결된 경우 매우 위험한 계약으로 보고 이를 보증대상에서 배제하고 임차인들에게도 이런 물건은 회피하도록 미리 경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투자자는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매매가격을 충당하고 2차, 3차, 무제한 (주택)매입이 가능했는데 앞으로 최소한 10% 이상은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매매가 불가능하다”면서 “이에 따라 조직적인 갭투자와 매매가 보다 비싼 전세가에 리베이트 내지 자기들의 수익배분까지 얹어서 체결하는 비상식적인 전세계약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대상 제한과 관련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책이 전세사기를 방지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나 전세가율을 10% 수준만 하향 조정한 것은 조금 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사금융이라는 점”이라며 “세입자의 보증금을 집주인이 주식 투자 등 자기 멋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역전세난’, ‘깡통전세’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전세보증금이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저금리 기조로 전환되면 전세가율은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송승현 대표는 “전세제도의 문제점을 완충하기 위해서는 현재 8%에 불과한 공공임대 주택을 정부가 더욱 늘리는 것”이라며 “도심 주변 요지에 충분한 양의 장기임대 공공주택이 확대 배치될 경우 집주인들도 더 이상 함부로 전세가격을 높일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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