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해 6월부터 논의됐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지난 6일 확정됐다. 고용노동부가 확정된 제도 개편안을 지난 6일 공식적으로 발표한 가운데, 이에 대한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려 이목이 집중된다.

◇ 개정안 ‘입법예고’… 6~7월쯤 국회제출 예정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에 확정된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은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3중 건강보호장치 △휴가 패러다임 전환 등을 골자로 한다.

근로시간 제도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은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다. 현행은 ‘주52시간제’로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개편안은 ‘1주 12시간 연장’이라는 제한을 없애고 근무형태에 따라 노사간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월 단위로 연장근로를 관리할 경우 한 달 동안 가능한 연장근로시간 52시간을 노사간 합의에 따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장기간 연속근로 방지를 위해 단위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이 감축된다. 분기(3개월) 단위의 경우 연장근로시간 총량은 140시간(156시간 대비 90%) △반기의 경우 250시간(312시간 대비 80%) △연간의 경우 440시간(625시간 대비 70%) 내에서 조정 가능하다.

이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시 발생할 수 있는 근로자의 과도한 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3중 건강보호장치’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는 관리단위에 비례한 연장근로 총량 감축 외에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를 건강보호장치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실근로시간을 감축하고 온전한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연장근로를 저축하고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확대‧개편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일하는 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기존의 연차휴가와 결합하면 안식월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개편안이 산업현장에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밝혔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개편안이 산업현장에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밝혔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이해당사자 온도차 ‘극명’… 정부 의도대로 안착 가능할까

그러나 이번에 확정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 모양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발표를 환영한다”며 “그동안 중소기업 현장은 극심한 구인난과 불규칙한 초과근로로 인해 중소제조업체의 42%가 여전히 제도(주52시간제) 준수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 건강권 보호가 중요한 사안임에는 공감하지만, 재도 개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업무량 폭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노사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연장근로한도 확대를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6일 전경련이 낸 입장문에 따르면 전경련 측은 이번 개편안이 산업현장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면서 “특히 연장근로시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부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64시간 상한을 도입한 점 등은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개악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개편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근로자 보호 방안에선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또는 주64시간 상한’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1시간 연속휴식을 하고 싶으면 1주 69시간 이상을 일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1주 64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이라면서 “정부안대로 연단위 연장노동 총량관리를 하게 되면, 4개월 연속 1주 64시간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측은 “휴일을 늘려서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하지만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 있는 노동자에겐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작은 사업장이나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스스로의 건강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과 잔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개편안이 당초 의도한 성과를 내기 위해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가지가 산업현장에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등에 대한 내용은 당장 입법예고가 시작됐음에도 야간근로자를 보호할 방안에 대해서는 이제야 실태조사에 들어간다는 점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현행제도에서조차도 연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등 눈치를 보는 상황이 많은데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장기휴가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 목소리도 있다.

해당 제도 개편안 중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내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된다. 이후 오는 6~7월 정도에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도 개편에 있어서 가장 큰 이해관계에 있는 단체 중 여전히 한쪽만 환영하고 한쪽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이해단체 의견 수렴이 충분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이번 개편안의 목적이 실근로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해당 개편안이 역효과를 내지 않도록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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