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왼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 관리 우수사업장 노사간담회 시작 전 민주노총 청년회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와 피켓시위를 하자 시위 종료를 부탁하고 있다. / 뉴시스
이정식(왼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 관리 우수사업장 노사간담회 시작 전 민주노총 청년회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와 피켓시위를 하자 시위 종료를 부탁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통령실이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주 69시간 제도’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가 노동계는 물론 MZ 세대 등의 반발에 직면하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이 입장을 선회하자 여당도 이에 보조를 맞췄다. ‘전면 폐지’는 아니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이 개편안에 대한 ‘완전 폐기’를 압박하면서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15일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유연화 개편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종래 주 단위로 묶인 것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노사가 협의할 수 있도록 하되 최대 근로시간은 약자의 청취 후 세밀하게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14일) 참모들에게 앞서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유연화 개편안’에 대해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개편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론 수렴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라는 취지다. 특히 윤 대통령은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개편안에 대해 MZ 세대를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새어 나온 것을 의식한 셈이다. 

당초 정부가 해당 제도를 발표할 때만 해도 여당은 이를 적극 뒷받침하고 나섰다. 이번 제도가 근로자를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이라고 치켜세웠다. 해당 제도가 노동시간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데도 힘을 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매주 69시간을 일하는 것처럼 호도를 해 혼란을 주는 거 같다”며 “노사 간 합의가 안 되면 이 제도를 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수습 진땀’ vs 민주당 ‘노동시간 단축’

하지만 ‘싸늘한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온라인 등에서는 근로에 대한 ‘휴가 보장’도 확실치 않은 노동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심지어 MZ 세대도 반발했다.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이에 대해 ‘국제 기준 역행’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총선까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필수인 만큼, 여당에서도 즉각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는 데 온 힘을 쏟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주 69시간은 너무 과도한 시간이라고 보여 진다”며 그간 당의 입장과는 다른 말을 내놨다. 이를 추진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선 “혼선을 빚은 거는 매우 유감”이라고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좀 더 진지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의견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이 한발 물러나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정쟁화의 불씨가 피어나는 조짐이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보완·수정’을 하겠다는 여권의 입장과 달리 민주당은 주 69시간제에 대한 ‘전면 폐기’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로사 조장법인 주 69시간 노동은 보완이 아닌 폐기가 정답”이라고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런 제도는 재검토할 것이 아니라 당장 폐기되는 게 오히려 맞다”고 쏘아붙였다.

여권이 주춤한 사이 민주당은 ‘노동 시간 축소’ 의제를 새롭게 꺼내 들기도 했다. 노동 이슈에 대한 정책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14일) 성남 판교에서 열린 IT 노동자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국민 대다수의 삶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대선에서 말씀드렸던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해나가는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노총을 찾아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주 4.5일제 의제화 및 입법화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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