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또 한 번 흥행을 노린다. / 쇼박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또 한 번 흥행을 노린다. / 쇼박스

시사위크|성수=이영실 기자  ‘너의 이름은.’으로 큰 인기를 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다시 한국 관객을 찾았다. 국내 극장가에 불어온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신드롬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에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주인공 스즈메의 목소리를 연기한 하라 나노카가 참석,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너의 이름은.’(2017)으로 379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앞서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것은 물론,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8일 스크린에 걸린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5일 전인 지난 3일 예매율 1위에 오른 뒤, 8일 오후 5시 40분 기준 실시간 예매율 51.1%를 기록하며, 6.5%로 2위에 자리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있어 이목을 끈다. 

특히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부터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연이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스즈메의 문단속’을 향한 관심도 더욱 뜨겁다.   

개봉을 기념에 한국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왼쪽)과 하라 나노카.  / 이영실 기자
개봉을 기념에 한국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왼쪽)과 하라 나노카. / 이영실 기자

이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정치적인 상황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문화에 있어서는 강하게 연결되길 바란다”며 한국 관객들에게 ‘스즈메의 문단속’을 소개하는 소감을 전했다.  

-‘문’을 중요한 소재로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를 만들려고 처음 생각했을 때부터 떠오른 아이템 중 하나다. 우선 한국드라마 ‘도깨비’를 보면서 문을 사용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문은 일상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다녀오겠습니다’는 말과 함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다녀왔습니다’면서 문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것을 반복하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재해라는 것은 단절이다.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재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이 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다이진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고양이로 설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다이진의 모티프는 여러 가지다. 먼저 일본 신사에 가면 두 개의 동물 석상이 문 옆에 있는데, 그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고양이로 설정한 이유는 내가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변덕스러운 자연을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눈에 자연은 굉장히 변덕스럽다. 아름답게 보이다가도, 쓰나미처럼 어느 순간 무시무시하게 인간을 덮쳐오기도 한다. 예측 할 수 없는 자연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고양이의 성격이 그런 자연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스즈메의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다이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이 영화를 통해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려내고 싶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극 중 스즈메의 이모가 스즈메에게 ‘우리 집의 아이가 되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스즈메는 자신이 들어온 말을 고양이 다이진에게 똑같이 말을 하게 된 거다. 이들의 관계를 통해 피가 섞이지 않아도 부모와 자식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소타를 인간이 아닌 소품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 다리가 하나 없는 의자를 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이 영화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큰 비극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무겁고 괴롭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즈메와 함께 다니는 존재가 따뜻하고 귀여웠으면 해서 의자를 택했다. 다리가 세 개인 설정은 쓰나미가 왔을 때 떠내려갔다가 찾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재해의 피해로 다리가 하나 없어진 것이기도 하고, 움직임이 코믹하기 때문에 영화의 온도를 올려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스즈메가 가진 마음의 메타포로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스즈메는 재해를 입고 무언가를 잃은 상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다리가 세 개인 의자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무언가 상실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의자처럼 달릴 수 있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하라 나노카 “의자를 상대로 연기를 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웃음) 인간인 소타는 미스터리하고 쿨한 부분이 있는데 오히려 의자로 바뀌고 나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더 인간적이고 귀여웠다. 그래서 의자인 소타와 함께 있는 게 좋았고 표정이 보였기 때문에 연기하기 좋았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스즈메의 문단속’. / 쇼박스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스즈메의 문단속’. / 쇼박스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스즈메 역에 캐스팅됐다. 첫 성우 도전이었는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   

하라 나노카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불안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 불안하고 모든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감독님이 세세하게 연출해 줘서 안심하고 잘 해낼 수 있었다. 또 더빙할 때마다 훌륭하다, 잘한다고 칭찬을 해줘서 큰 힘이 됐다. 특별히 어려웠던 것은 ‘아!’라는 대사였다. 또 마이크 앞에서 가만히 서서 액션을 연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달리는 호흡을 표현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전반적으로 즐겁게 더빙을 잘 끝낼 수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아’라는 게 여러 가지가 있었다. 뭔가 깨달았을 때, 놀랐을 때 등. 스즈메는 ‘아’를 굉장히 많이 했다. 그래서 같은 ‘아’라도 매번 다르게 요구해서 (하라 나노카가) 연기하는 게 힘들었을 거다.” 

-스즈메는 어떤 인물이었나.  

하라 나노카 “우선 굉장히 잘 달리는 사람이다. 달린다는 것은 액션적인 의미도 있지만 감정적인 것도 의미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달려가는 성격이다. 그런 스즈메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 없는 면이기 때문에 부럽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달려서 대관람차에 올라가 문을 닫을 수 있는 여고생은 (스즈메 외에는) 없을 거다.”  

-각 캐릭터마다 그 지역의 사투리를 정확히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하라 나노카 “스즈메의 이모 타마키 역을 맡은 후카츠 에리가 사투리 연기를 많이 힘들어했다. 늘 더빙할 때 옆에 사투리 지도하는 분이 서있었다고 들었다. 듣고 억양이 아닌 것 같으면 다시, 또 다시 하면서 녹음한 걸로 알고 있다. 같은 현 안에서도 위 지역이냐 아래 지역이냐에 따라 억양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세세하게 확인하면서 연기했다고 들었다. 감독님도 각 지역의 방언에 대해 세세하게 연출하고자 했다.”

-음악 활용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의도가 담겼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차 안에서의 선곡은 일본인들이 대부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곡을 선곡했다. 유명한 곡들을 넣었다. 이유는 영화와 현실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세계에도 대지진이 있었고 현실에서도 대지진이 있었다는 설정을 똑같이 두고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유명한 가요를 넣고 싶었다. 또 그 곡들을 상황과 연관 지어서 선곡했다. 예를 들어 스즈메와 이모가 싸운 뒤에는 ‘싸움을 멈춰요’라는 가사의 곡을 택해서 가벼운 개그 코드로 활용하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재난 3부작을 완성했다. / 쇼박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재난 3부작을 완성했다. / 쇼박스​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국에서 큰 흥행을 거뒀고, ‘스즈메의 문단속’ 예매율도 높다. 이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 “한국 관객들에게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웃음) 일본과 한국이 문화적인 것이나 풍경이 닮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끔 서울의 거리를 보면서 그립다는 생각도 들고,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거리나 동네의 풍경이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미래는 사람의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일본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많이 보는 게 아닐까 싶다. 정치적인 상황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파도와 같지만, 문화에 있어서는 강하게 연결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아주 상업적인 소재를 고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해오고 있다. 어떤 이유인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 “‘너의 이름은.’이 대히트를 하고 나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렇게 히트를 하고 나면 다음 작품을 봐주는 분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대한 힘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히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생각은 없었다. 무언가 하나라도 넣자고 생각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일본인 전체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대지진, 재해를 엔터테인먼트로 그려내면서 제대로 표현한다면 잊고 있다거나 잘 모르는 이들에게 이런 기억을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관객들에게 그런 기억을 남겨줄 수 있는 것은 엔터테인먼트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경험으로 얻게 된 책임 하나를 완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아무래도 같은 감독이기 때문에 유사한 부분이 반복적으로 있고, 공통점이 있을 거다. 이번 세 작품을 통해 자연재해를 다뤘는데, 앞으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보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신작에 대해서는 백지상태다. 이번 한국에 와있는 동안 힌트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우리의 현실과도 상관이 있구나, 우리의 세계를 그려낸 영화라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많고 지진의 재해를 그리고 있지만 한국에는 지진은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재해는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재해가 아니더라도 전쟁, 사고 등 우리의 일상을 갑작스럽게 단절시키는 재해는 늘 있다. 일상이 단절됐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그것을 회보하고 살아가게 되는가를 테마로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도 우리의 세계를 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봐주면 좋겠다.”

하라 나노카 “한국 관객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활력을 얻길 바란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보물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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