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보유세, 주택구매에 직접 영향끼치는 요소 아냐…급매 회수 및 가격 조정 가능성 커”

올해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8.65%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올해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8.65%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역대 최대 수준인 18.61% 하락했다. 이에 따라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역시 지난해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의 부과기준으로 활용된다. 공시가격이 낮아질수록 재산세 등 보유세도 적게 부과되고 지역가입자의 재산가액이 낮아져 건보료 부담도 적어진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및 경기 악화로 집값이 급락 중인 상황에서 주택 보유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덜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공시가격 하락이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8.16%↓… 세종 30.68% 급락

최근 국토교통부는 올해 아파트 등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의 전년 대비 18.61%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시가격 하락에 대해 국토부는 “그동안 급등했던 부동산 가격이 작년 한 해 동안 금리인상, 정부의 시장 안정화 노력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며 “여기에 작년 11월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으로 인해 2023년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춘 것이 올해 공시가격 하락에 추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시가격 하락률(18.61%↓)은 정부가 2005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하락 규모이기도 하다. 또 공시가격이 떨어졌던 지난 2009년(4.6%↓)과 2013년(4.1%↓)에 비해 약 14%p(퍼센트포인트) 추가 하락한 수치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올해 모든 시‧도의 공시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세종은 전국에서 가장 낙폭이 큰 30.68%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어 인천(24.04%↓), 경기(22.25%↓), 대구(22.06%↓) 순으로 하락률이 컸다. 

특히 작년 공시가격이 29.32%(↑) 상승했던 인천은 올해 24.04%(↓) 급락하면서 편차가 가장 큰 지역으로 꼽혔다. 경기 역시 지난해 공시가격이 23.17%(↑) 올랐지만 올해엔 22.25%(↓) 떨어지면서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시가격 중위값은 1억6,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억9,200만원보다 2,300만원 내려간 금액이다. 세종의 공시가격 중위값은 1년 새 1억3,400만원(4억500만원→2억7,100만원) 급감했다. 뒤이어 서울 7,900만원(4억4,300만원→3억6,400만원), 경기 6,000만원(2억8,100만원→2억2,100만원) 순으로 중위값 변동이 컸다.

공시가격 하락으로 인해 올해 주택보유자가 부담하는 보유세는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재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작년과 같다고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2년 공시가격 10억원이었던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8억원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보유세 부담도 기존 203만4,000원에서 125만2,000원으로 대략 38.5%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공시가격 하락으로 재산세 부과시 특례세율 적용대상인 9억원 이하 공동주택이 지난해보다 65만호 증가한 1,443만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작년 특례세율 적용세대는 공시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더 하위 세율구간으로 이동해 감세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한편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 현재 1세대1주택에 해당하는 주택의 공시가격(시가표준액)이 9억원 이하인 경우 표준세율(0.1~0.4%)보다 0.05%p 낮은 특례세율(0.05%~0.35%)을 적용해 재산세가 부과된다.

최근 10년간 공시가격 변동률 현황 / 국토교통부
최근 10년간 공시가격 변동률 현황 / 국토교통부

◇ 전문가 “공시가격 하락, 시장에 큰 영향 못 미쳐… 급매 회수‧갈아타기 현상 발생”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시가격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애초에 보유세는 주택구매 의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다”라면서 “보유세가 급등한다고 1주택자나 다주택자 집을 팔진 않는다. 반대로 공시가격 인하로 보유세 부담이 낮아져도 추가로 집을 구매하는 수요는 없다시피 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신에 다주택자는 급매물로 내놓은 주택을 금액 조정하던지 다시 회수해 시장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1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줄어 고가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락장인 상황에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힘겨루기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며 “거래량이 소폭 늘고 있는 시장 상황이 급매물 회수로 거래가 줄면서 가격 하락폭은 줄어든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우병탁 팀장은 빌라(다세대‧연립)의 경우 공시가격 인하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공시가격 인하로 인해 빌라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로 인해 빌라 전세가격은 더 떨어지고 결국 매매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우병탁 팀장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함영진 랩장은 “일단 아파트 일부에서 나타나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간 역전 문제가 줄면서 수요자들이 공시가격을 더 수용하게 될 것이고 공시가격(안)의 이의‧이견 신청 건수도 다소 감소할 것”이라며 “그간 일부에선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해 월세화를 가속화시켰는데 공시가격 하락에 따른 과세 속도조절이 이같은 부작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공시가격 하락에 따른 주택 거래량 회복이나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동산 호황기에 비해 주택 구매환경이 악화됐고 주택보유에 따른 세금부담이 낮아져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 관망하려는 매도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택구매 수요가 적고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고가주택 등에 대한 세부담이 일부 경감돼 일명 △똘똘한 1주택 구매 △수도권 상급지 위주 갈아타기 △지방의 수도권 원정매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빌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일각에선 전세사기가 집중되고 있는 빌라의 경우 공시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제한돼 임차인 보호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다세대·연립 주택은 HUG의 전세금반환보증(수도권 7억원 그외 지역 5억원 이하) 가입 과정에서 1년 이내 매매가격보다 주택가격이 공시가격 대비 140%에 해당하는지가 최우선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는 작년 12월 31일 이전 신청 건(공시가격 대비 150% 적용)보다 10%p 요건이 낮아진 것이다. 정부는 올해 5월 1일 이후 보증보험 신청 건부터는 ‘전세가율(부채비율) 90%’ 요건도 추가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관련 흔히 이슈가 됐던 종부세만 아닌 재산세까지 포함해 공시가격과 연계된 보유세 부담 등을 경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단 이번 공시가격 하락은 아무래도 정책효과보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기조 등 대외요인에 의한 국내 부동산 가격 변동에 영향 받은 것이 크다”며 “때문에 작년 11월 정부가 선보였던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순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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