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을 하면 음악을 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 청양=박우주
귀농을 하면 음악을 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음대를 졸업한 나는 원래 꿈이 학원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강남에서 6년 정도 음악학원 일을 하면서 수천 명의 사람들과 상담을 하고, 또 수백 명의 강사를 관리를 하며 지냈다. 그게 ‘꿈’이었으니까. 근데 지금은 꿈이 바뀌었다. 아니 인생이 바뀌었다.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겠다. 예체능의 길은 너무 험하다. 내가 상담했던 거의 모든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상담을 받고 가르치고 있어도 반대를 많이 했다. 실제 내 주변을 봐도 같이 음악했던 사람들이 100명이라면, 그 중 지금도 음악 쪽 일을 하는 사람은 1명 수준이다. 모든 일이 다 그런 거 같다. 예체능뿐만 아니라 다른 길도 1% 만 살아남는 게 현실이다.

중고등학교 때 예술만 공부한 사람이 그것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건 쉽지 않다. 물론 다시 공부를 해서 다른 길로 갈 수는 있다. 그 길 중 나는 귀농을 추천한다. 이유는 농사도 짓고 예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예로 들어본다. 나는 귀농을 하면서 음악을 아예 안할 줄 알았다. 그래서 장비들도 다 팔거나 버렸다. 그런데 귀농 후 사람들과 알아가고, 내가 음악을 했었다는 걸 이야기하기도 했더니 어떻게 알게 됐는지 군청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군청 월례행사 때 우리 부부는 오프닝 공연으로 피아노와 드럼을 연주하게 됐다. 

그리고 그걸 본 공무원이 개인레슨을 부탁해서 개인레슨을 했다. 그런데 그 개인레슨을 하던 곳의 원장님이 청양군 푸른밤 음악회를 지휘하시는 분이어서 우리는 푸른밤 음악회 공연도 하게 됐다. 또 방과 후 강사 제의도 들어와 우리 부부는 강사 활동도 하고 있다. 소농이기 때문에 강사활동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지방 도시들은 예술인재가 부족하다. 시골은 애초에 사람이 부족하다. 청년층이 필요하다. 예술인들이 지방에 내려오게 된다면, 지역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올라갈 것이다. 예술인들에게는 새로운 길을 가면서 자신의 예술 활동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예술인들이 구속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귀농은 ‘자유’다.

물론 어려운 점들도 많다. 귀농을 했다가 실패하면 더 시간을 낭비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좋은 귀농정책이 필요하다. 실제로 계속해서 좋은 귀농정책들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눈에 띄는 귀농정책 중 알면 좋은 정책들을 몇 가지 꼽아보겠다.

먼저, ‘청년창업농’이 있다. 3년 동안 매월 110만원, 100만원, 90만원을 지원해줘 귀농초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다. 우리도 이 사업으로 혜택을 받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청년 후계농 대출’은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5년 거치 20년납, 1.5%의 저렴한 금리로 농장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다. 물론 대출은 언제나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또 내가 사는 청양엔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있다. 초기에 농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보조해주는 영농디딤돌사업을 비롯해 시설지원, 가공상품 창업기술지원, 귀농귀촌 이사비용 지원, 귀농인의집 등이다. 이러한 지원 정책들은 청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각 지역마다 다른 이름 또는 다른 내용들로 존재하기 때문에 잘 알아보면 좋을 거 같다.

귀농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러 지원 정책이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 청양=박우주
귀농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러 지원 정책이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 청양=박우주

이렇게 좋은 정책들이 많아도 귀농은 여전히 어렵다. 다음은 내가 실제로 겪으면서 이런 게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들이다.

나는 귀농 정착 지원을 위해 농사지을 수 있는 땅과 집을 대여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처음 귀농할 때 땅과 집을 임대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지금의 귀농주거정책은 농사를 지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땅과 집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귀농교육을 위한 주거 지원에 그치고 있다. 귀농인을 위한 주택 주변에 땅까지 임대가 가능해(시설까지 있다면 더 좋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어떨까. 그 사람이 수익을 올려 귀농의 희망을 본다면, 자신의 땅을 사거나 장기 임대해 본격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더 확실한 귀농정착 지원 아닐까. 교육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부딪혀야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부딪힐 기회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농기계 센터에서 여러 장비들을 빌릴 수 있다. 우리도 나무를 자를 때 쓰는 작은 전정가위들을 빌리고는 한다. 근데 갑자기 트럭이 필요할 때도 있고, 트랙터나 관리기 등이 필요할 때도 생긴다. 우리는 다행이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쉽게 트럭도 빌리고 큰 농기계도 썼다. 

그런데 주변 분들이 외면한다면? 답이 없다. 때문에 정말 가끔 필요하지만 대여할 수 없는 것들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각 마을에 ‘수호천사’를 지정해 적당한 일당으로 도와주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는 현재 200~300평 정도 밭을 트랙터로 정리할 때 10만원 정도 드린다. 굴삭기는 하루 50만원이고, 트럭은 아는 형에게 빌리고 있다.

우리는 귀농 와서 교육을 듣고 방문 컨설팅도 몇 번 받았다. 솔직히 말해 큰 도움이 된 적은 몇 없다. 우리 상황에 맞고 우리랑 비슷한 환경인 분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텐데, 다른 작물이거나 실전보다는 이론에 강한 전문가 등이 와서 시간만 보내다 가기도 했다. 

귀농인 혹은 농업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소정의 비용을 지급하고 이제 막 귀농을 시작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연결해준다면 보다 제대로 된 컨설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큰 사업들도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관리들도 중요하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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