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는 문화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편견이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훨씬 여유있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젊은 나이에 귀농을 하고 시골에 살면서 참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시골, 그리고 귀농에 대해 가질 수밖에 없는 막연한 걱정 또는 편견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런 말들은 시골생활과 귀농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거론되는 것이기도 하다.

“시골에선 문화생활하기 어렵지 않아?”

이 말을 들을 때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땐 문화생활을 얼마나 즐겼지?’ 귀농을 하기 전, 서울에서도 ‘핫한’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특별히 대단한 문화생활을 했던 건 아니다. 주말에 이따금씩 영화나 공연을 보거나 미술관을 가는 정도였다. 힘들어서 그냥 쉬는 날도 많았다.

시골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문화생활을 정말 많이 즐긴다.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 지역축제, 스포츠, 체험거리 등등.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서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기도 한다. 지방엔 사람이 많지 않아 예약할 필요가 없고, 예약을 해야 하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문화시설들이 차로 30분~1시간 거리에 널려있다. 그것도 막히지 않는 길이다. 

우리가 사는 청양에서 차로 30분~1시간 거리엔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마련돼있다. 요즘 같은 봄엔 꽃을 즐기기에도 좋다. / 청양=박우주 
우리가 사는 청양에서 차로 30분~1시간 거리엔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마련돼있다. 요즘 같은 봄엔 꽃을 즐기기에도 좋다. / 청양=박우주 

요즘 같은 봄엔 꽃을 만끽하기도 좋다. 서울에선 꽃구경 갔다가 사람에 치어 사진하나 제대로 찍기도 어려운데 시골은 그렇지 않다. 너무 좋지 않은가? 나는 도시에 살 때보다 오히려 시골에 와서 문화생활을 더 잘 즐기고 있다.

한 번은 호주에 살고 있는 친구가 아이 2명과 함께 겨울방학에 청양에 놀러온 적이 있다. 그래서 청양 천문대, 청양 목재박물관 뿐만 아니라 1시간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의 대전, 전주, 익산 등에 가서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문화시설과 체험활동을 즐겼다. 

이후 서울 구경도 하고 싶다 해서 서울로 갔다. 그런데 서울에선 죄다 예약이 꽉 차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겨울방학 시즌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결국 사설로 운영하는 곳에서 비싼 돈을 주고 체험을 했다. 시골이라고 모든 면에서 아이를 키우기 힘든 환경인 것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이들을 위한 문화시설도 서울 등 도시와 달리 한결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청양=박우주
아이들을 위한 문화시설도 서울 등 도시와 달리 한결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청양=박우주

물론, 청양군 자체엔 문화시설이 많지 않다. 그래도 영화관이 있고, 주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학습 프로그램 등은 꽤 있다. 청양군에서 군민 설문조사 같은 걸 했을 때 문화시설을 늘려달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다만, 나는 이런 요구에 반대한다. 청양군은 인구가 3만 명이다. 고령화가 많이 진행돼있기도 하다. 이런 곳에 더 많은 문화시설이 필요할까? 그 예산으로 다른 것들을 발전시키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파리바게뜨 있어?”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이야기 할 때 또 하나 빠지지 않는 게 바로 프랜차이즈다. 이와 관련해 재밌는 일화가 있다. 귀농 2년차 때다. 가족들이 사촌누나와 함께 놀러왔다. 그런데 사촌누나가 빵을 잔뜩 사온 거다. 왜 사왔냐고 묻자 “시골에 사니까 빵 먹을 기회가 없을 거 같아서”라고 했다. 그때 나는 ‘시골에 산다고 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 사는 줄 아는구나’라고 생각 했다.

청양은 충남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군 중 하나다. 아니, 전국적으로도 인구가 하위권에 있는 곳이다. 그런 이곳에도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같은 유명 빵집 프랜차이즈가 있다. 롯데리아, 설빙, 맘스터치, 배스킨라빈스도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놀란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장난식으로 “우리 동네 배스킨라빈스도 있다”고 말하며 재밌어하곤 한다.

“무섭지 않아?”

시골에 살면 무섭지 않느냐는 말도 굉장히 많이 듣는다. 우리 집을 와보면 알겠지만 주변에 아무도 안 산다. 소리를 질러도, 크게 노래를 틀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자유롭게 산다는 게 장점이지만 위험에 노출 되는 건 맞다. 

그래서 우리는 움직임 감지 CCTV를 달아 놨다.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도시에 이상한 사람들이 있듯, 시골에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이사오기 전 집에 도둑이 들어서 물건들을 몇 개 가져간 적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집에 오면서는 CCTV를 달았고, 항상 확인하면서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있다. 

다만, 도시라고 해서 안전하고 무섭지 않다 할 수 있을까? 흉악범죄나 끔찍한 사고는 도시에서 더 많이 발생하지 않나. 시골이라고 해서, 인적이 드물다고 해서 꼭 더 위험하거나 무서운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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