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봄이 시작되는 3·4월, 우리에겐 농사를 시작하는 계절이 아닌 준비하는 계절이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2월 초에 찾아오는 ‘입춘’은 24절기의 시작이자 봄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추워서 딱히 봄 같은 느낌이 들진 않는다. 실제로 24절기는 중국 화북지방에서 유래해 우리의 기후와 정확하게 맞는 건 아니라고 한다. 3월은 돼야 겨울이 지났다 느껴지고, 4월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봄을 실감할 수 있다.

“봄이면 씨앗 뿌려~”라는 노랫말이 있듯, 농촌에서의 봄은 한 해 농사의 시작으로 여겨지곤 한다. 때문에 봄이 되면 우리가 농사를 시작하며 굉장히 바빠질 거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귀농 후 몇 해를 경험하면서 5월 5일이 진짜 새로운 농사의 시작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그래서 그때 쯤 농작물을 심고, 집에 있는 겨울 이불과 옷들도 정리한다. 봄이 시작되는 3·4월은 우리에겐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라기 보단 준비하는 때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3·4월 봄을 어떻게 보낼까. 먼저 미뤄둔 일을 한다. 우리의 작물인 고추와 구기자는 각각 10월과 12월이 돼야 농사가 끝난다. 그때가 되면 춥기도 하고, 쭉 농사를 지어온 탓에 모든 게 귀찮고 힘들다. 우리는 그때 미뤄둔 일들을 봄이 찾아오는 3·4월에 해결하곤 한다.

올해는 잡초매트를 사서 지난해 잡초 때문에 고생했던 자리에 깔았다. 또 배수가 안돼서 힘들었던 곳엔 배수로를 깔았고, 비닐에 구멍이 나고 바람에 날아갔던 창고도 정비했다. 겨울철 동파로 터졌던 부동전을 교체하고 마당 잔디를 깎아주고, 농장정리를 하는 데에도 시간을 썼다. 

만약 우리가 고추농사만 지었다면 아마 이 시기에 더 할 일이 없었을 거다. 고추는 4월 초중순 밭을 갈아 고추 심을 준비를 하고, 4월말~5월초에 고추를 심고 관리에 돌입한다. 이후 7월~8월 수확을 하고, 10월경에 농사가 끝나게 된다. 그리고 약 4개월 동안은 할 일이 없다.

물론 이렇게만 농사를 지으면서 먹고살려면 농사를 정말 크게 지어야한다. 실제로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청년농부는 고추 하우스를 10동 이상 짓는다. 그 청년농부는 농사가 시작되면 정말 바쁘게 지내고, 겨울에는 푹 쉰다. 반면, 우리부부는 작은 규모로 농장을 운영하는 소농이라 농작물의 ‘고부가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더라도 구기자도 함께 재배 중이다.

올해 구기자 농사를 위해 가지치기 작업을 한 모습이다. / 청양=박우주

구기자는 3월 중순부터 가지치기 작업을 해줘야한다. 그래야 새로운 가지가 나오고 그 가지에 7월~8월경 열매가 맺혀 수확을 할 수 있다. 1년 차에는 뭣도 모르고 전지가위로 수 만개의 가지를 악력으로 잘랐다. 그러다가 둘 다 며칠 동안 주먹 쥐는 게 안됐다. 그래서 2년차부터는 전동전지가위를 청양군 농기계 센터에서 빌렸다.

1년에 1~2번 쓰는 장비가 있다면 구매하는 것보다 빌리는 게 더 이득이다. 몇 번 쓰는 것도 아닌데 고장 나거나 더 좋은 장비가 나오면 아쉽기 때문이다. 우리가 빌리는 전동전지가위를 예로 들면, 시중가격이 200만원 정도하는 아주 좋은 장비다. 우리는 두 명분을 1일 1만2,000원에 빌려서 딱 이틀 쓰고 반납한다. 시중에는 10만원~30만원하는 전동가위들도 많다. 그런데 200만원 이상 하는 전동전지가위는 무게나 작업속도, 충전,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매년 빌려서 작업한다.

여담으로 전동전지가위는 손가락도 한순간에 잘릴 수 있는 위험한 장비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오른손에 전동전지가위를 들고, 왼손은 주머니에 넣거나 돌 같은 걸 잡고 있어야 다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똑같은 작업을 하다보면 사람이 멍해진다. 그러다 아내가 그 비싼 전동전지가위의 선을 잘라 버렸다. 반납하면서 10만원을 물어줘야 했고, 그 뒤로는 더 조심하게 됐다.

농사 준비에 있어 퇴비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구기자 하우스 3동을 운영 중이다. 구기자는 수확 철이 되면 몇 만개의 열매를 맺는다. 그만큼 많은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년 2톤 이상의 퇴비를 쓰고 있다.

2톤은 20kg 퇴비 100개에 해당한다. 1개당 가격은 5,000원~6,000원 정도다.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매년 봄이면 경영체가 있는 농부에게는 1,500원 정도 할인을 해준다. 농사를 크게 짓거나 큰 장비들이 있는 농부들은 소똥을 직접 받아 숙성시켜 퇴비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큰 규모가 아니고 큰 장비도 없기 때문에 20kg 포대 퇴비를 사용 중이다. 예전에 숙성이 잘돼있다는 소똥도 받아 봤지만, 숙성이 안됐었는지 오히려 농작물이 병에 걸렸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안전하게 포대 퇴비를 사용하고 있다.

4월이 농사의 시작은 아니어도 이때 준비를 잘해놔야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다. 요즘은 어떤 농사라도 대략 어떻게 지으면 되는지, 규격이나 간격, 퇴비양 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인터넷으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걸 참고하면서 자신과 맞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우리도 매년 방법이 달라진다. 지난해에는 준비기간에 세팅을 잘못해서 고추농사가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초반계획들을 다 세워놓았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도 농사를 잘 짓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농사분야에서도 매년 새로운 것들이 끝없이 나온다. 고추와 구기자뿐 아니라 다양한 작물들은 저마다 연구하는 곳들이 따로 있다. 청양만 해도 구기자 연구소가 있어서 그쪽 연구원님 분들이 매년 새로운 품종, 새로운 수확방법 등 다양한 연구결과를 내놓곤 한다. 때문에 품종과 수확방법 등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해야 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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