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 초기 직접 기른 농작물로 채운 밥상을 기대했던 우리는 이내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 청양=박우주
귀농 초기 직접 기른 농작물로 채운 밥상을 기대했던 우리는 이내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시골이라고 하면 직접 기른 농작물로 채워진, 한국적이고 건강한 ‘시골밥상’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삼시세끼’ 같은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우리도 귀농을 하면서 당연히 그런 기대감이 컸다. 온 가족이 다모여 작은 텃밭을 만들고 토마토, 상추, 가지, 고추, 수박, 참외, 오이, 옥수수, 파, 감자, 호박 등 온갖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난생처음 직접 기른 채소를 먹을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큰 실수였다. 작물들은 심기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것도 지지대를 세워주거나, 순을 잘라주거나, 영양분을 주거나, 해충관리를 해주거나 하는 등 각 작물 특성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본 농사인 고추와 구기자에 대해서만 교육을 받고 공부를 했을 뿐 다른 작물에 대해선 전혀 지식이 없었다.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텃밭은 망했다. 초반에 상추만 조금 뜯어먹고 나머진 벌레들에게 다 양보했다.

그 뿐 아니다. 우리가 먹기 위해 심은 작물에 진딧물과 나방 같은 온갖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은 도시에서 살아온 우리에겐 꽤나 충격적이었다.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였다. 그래서 이후 텃밭 작물은 3년이나 심지 않았다.

텃밭에 다시 도전한 건 집을 짓고 이사를 하면서다. 이번엔 소소하게 고구마, 가지, 방울토마토 이렇게 세 가지 작물만 심어봤다. 역시 쉽지 않았다. 방울토마토는 순치기를 못해서 10알 정도밖에 따먹지 못한 반면, 가지는 너무 많이 열려서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 

귀농 초기에 250평 정도 농사를 지어봐서 나름 자신이 있었던 고구마는 그때처럼 인터넷으로 좋은 해남 고구마 모종을 구매해 50개 정도 심었다. 그런데 수확은 10개 정도 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일단 심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고구마 심는 시기에 심었는데, 청양은 다른 곳보다 추워서 1~2주 정도 늦게 심었어야 했다. 또 보들보들한 흙이 아닌 딱딱한 흙이었던 점, 비가 적게 온 점도 농사가 잘 안 된 이유였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농사를 10년 지은 사람이라도, 농사를 지어본 건 10번뿐인 거라고. 딱 1번 농사지어본 걸로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고,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이렇게 두 번의 실패를 거치면서 우리는 주력 농산물 외에 텃밭 작물과는 안 맞는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고, 올해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작물들은 심는다고 끝이 아니라 각기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우리는 이제 판매용 농작물에만 주력하고 있다. / 청양=박우주
작물들은 심는다고 끝이 아니라 각기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우리는 이제 판매용 농작물에만 주력하고 있다. / 청양=박우주

우리가 이사 온 곳은 전 주인이 두릅을 좋아해 주변 곳곳에 두릅을 엄청나게 심어 놨다. 그래서 수확시기가 되면 두릅을 따서 우리도 먹고 주변 분들에게도 나눠줬다. 두릅은 따로 관리가 필요 없고 그냥 봄이 되면 알아서 순이 나와 따먹기만 하면 돼서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하우스농사를 짓는 주변에 심어져있는 두릅은 수확시기가 지나자 이파리가 무성해져 해를 가렸다. 또한 생명력 강한 두릅이 하우스 안까지 침투해 벌레가 들끓었다. 결국 반 이상은 베어버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주위에도 원래는 사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매실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있었다. 하지만 귀농 텃밭 트라우마를 겪었던 우리는 주력 농작물 외에는 아무것도 키우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은 “나무는 키워서 해로울 거 없다”며 수확해 나눠먹자고 했지만, 신경 쓸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귀농 원칙 중 하나가 신경 쓸 일을 만들지 말자다. 그래서 이 또한 다 베어버렸다. 그러나 아직도 포기 안하시고 감나무는 하나 심자고 얘기 하신다. 

TV를 보면 온갖 나물이나 약초들을 캐러 다니는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 우리는 어떤 게 먹는 거고 아닌지 구분이 안 된다. 어느덧 농부가 된지도 6년차에 접어들었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기본적인 나물만 알고 도시사람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래도 시골에 살다보니 주변 어르신들 집에 놀러가 이런저런 먹을거리 이야기를 듣거나 함께 나물을 캐러 가기도 한다. 쑥이 많을 때는 쑥을 캐고 냉이, 달래, 돌나물, 고사리, 미나리, 두릅 등 시기에 따라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들이 참 많다. 지금도 가족들은 텃밭 작물은 기대도 하지 않고 그 시기에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 있을 때 놀러오기도 한다. 최근에도 쑥과 냉이를 엄청 캐가서 가족들도 먹고 주변에 나눠줬다고 한다.

주변 어르신들은 수확철이 되면 이것저것 많이 주신다. 파, 양파, 마늘, 감자, 고구마, 밤, 감 등 다양하다. 우리가 키우는 것보다 어르신들에게 잘해서 얻어먹는 게 현실적으로 더 좋다. 단,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절대 얻어먹기만 하진 않는다. 일거리를 도와 드리고, 명절이면 꼬박꼬박 선물과 인사도 드린다.

외식을 즐기는 우리는 차로 30분~1시간 거리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기곤 한다. / 청양=박우주
외식을 즐기는 우리는 차로 30분~1시간 거리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기곤 한다. / 청양=박우주

그렇다. 귀농해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직접 키운 작물로 채운 시골밥상은 없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식생활을 한다. 정기적으로 장을 보고, 음식을 해먹는다. 우리부부는 대형마트를 갈 때가 많다. 아무도 없는 시골에만 있다 보니 대형마트를 가면 재밌다. 뭔가 새로운 세상에 가서 데이트를 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1~2주에 한 번 장을 보기 때문에 잔뜩 사오곤 한다. 처음 귀농했을 때는 한 번 장을 보면 10만원 안쪽이었는데, 요즘은 20만원 이상 지출을 하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간식이나 완제품 먹거리를 구매하기도 한다. 시골이라 택배가 늦게 온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여기까지 택배가 오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신선제품은 보통 하루 만에 온다. 택배기사님이 신선제품이 있는 날에는 빨리 가져다주고 그렇지 않은 날은 2일정도 걸리는 것 같다.

우리는 외식도 자주하는 편이다. 일단 사는 곳 특성상 배달은 되지 않고, 우리는 도시에 살 때도 배달음식은 잘 시켜먹지 않았다. 일이 힘들 때 기분전환도 하고 우리에게 보상을 해주는 게 외식인 것 같다. 청양에는 외식할 곳이 많고, 이미 다 가보았다. 또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홍성 내포신도시에 가면 조금 더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고, 충남지역의 맛집으로 알려진 곳은 1시간 정도 거리여도 가보곤 한다. 그리 멀지 않은 부여, 공주, 세종, 천안, 대전 등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데이트도 즐긴다.

귀농을 하면 자연을 벗 삼아 무슨 음식을 먹어도 맛있고 행복할 것 같지만, 실제 몇 년을 살아보면 자연도 좋지만 도시의 북적거림도 좋다. 익숙해지면 무뎌지는 법.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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