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처음엔 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물건들, 정작 사고 보니 새로운 삶을 안겨줬다. / 청양=박우주
처음엔 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물건들, 정작 사고 보니 새로운 삶을 안겨줬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도시에서의 삶과 귀농 후 시골에서의 삶은 많은 것이 다르고, 또 같다. 그렇다보니 도시에서는 구경도 하지 못했던 물건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하고, 시골에서는 잘 쓰지 않을 것 같았던 물건을 구입해 잘 사용하기도 한다. 오늘은 귀농 후에 참 잘 샀다 싶은 물건들, 왜 이제야 샀을까 했던 물건들을 되짚어본다.

1. 의류건조기

시골에서의 삶을 떠올릴 때 고전 같은 장면이 있다. 넓은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어 부서지는 햇빛에 말리는 거다. 우리가 꿈꿨던 시골생활의 모습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도 초반엔 빨래를 자연광에 널어 말렸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생각보다 빨래거리는 매일 생기기 마련인데, 빨래 말리기 좋은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나쁜 날이 적지 않았다.

도시에서도 심각한 미세먼지, 황사 문제는 시골이라고 다르지 않다. 게다가 시골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과 나무, 꽃들이 너무 좋은 풍광을 선사하지만 한편으론 송화가루나 꽃가루 같은 문제가 더 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의류건조기를 구입하기로 큰 결심을 했다. 처음엔 반대하던 아내는 건조기를 산 뒤 새 삶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농사는 몸이 힘들다. 그래서 신경 쓸 일을 많이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빨래를 말리는 일도 다 노동이다. 그 노동력을 다른 것에 신경 쓰는 게 정신·육체·건강에 더 좋더라.

2. 음식물처리기

도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다. 제각기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시골에서 개를 많이 키우는 이유이기도 할 거다.

우리도 4년 동안은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랬더니 고양이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밥 달라는 듯 울어재꼈다. 그래서 유튜브를 참고해 다른 방법을 썼다. 큰 대야에 구멍을 뚫어 땅에 묻은 다음 대야가 꽉 찰 때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다 차면 대야를 뺀 뒤 흙을 덮어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냄새는 확실히 덜 났다. 그런데 지난 겨울, 대야가 꽉 차서 새롭게 묻을 땅을 파려다 한바탕 고역을 치렀다. 땅이 너무 꽝꽝 얼어있던 탓이다. 

그래서 음식물처리기를 샀고, 이 역시 새 삶을 안겨줬다. 일거리도 줄고, 냄새도 안 나고, 너무 행복하다. 혹자는 개나 닭을 키우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닭은 징그러워서 못 키운다. 개는 2년 전 키우던 개가 죽어서 안 키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사는 중이다.

3. CCTV

도시는 CCTV 천국이다. 아파트나 빌라 곳곳, 그리고 길거리 곳곳에도 CCTV가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CCTV는 시골에서도 필수 아이템이다. 

처음엔 나도 ‘설마 요즘에 도둑이 있겠어?’라는 생각에 CCTV를 달지 않았다. 그러다 도둑이 우리집 마당 물건들을 훔쳐가는 일이 벌어졌고, 곧장 CCTV를 달았다. 이제는 혹시나 모를 여러 상황에 대비하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업체를 부르면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데 우리는 인터넷으로 구입해 직접 설치해서 6만원짜리 2개, 12만원이 들었다. 녹화기에 따로 저장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CCTV 자체에 메모리카드가 있어서 핸드폰으로 저장이 되고 움직임을 감지해서 바로 볼 수 있다. 우리집에 설치해 놓으니 주변 어르신 분들도 해달라고해서 이장님집을 비롯해 다른 집에도 직접 CCTV를 설치해드리기도 했다.

귀농 후 생활과 농사일을 잘 기록해두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된다. /청양=박우주
귀농 후 생활과 농사일을 잘 기록해두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된다. /청양=박우주

4. 전기차

시골하면 보통 투박한 트럭이나 경운기를 떠올리곤 하는데, 우리는 지난해 구입한 전기차를 참 잘 샀다고 생각한다. 귀농 생활 중에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물건이다. 

시골에 살려면 트럭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왠지 모를 청개구리 심보가 생겼고, 절대로 트럭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귀농 5년 동안 트럭 없이 잘 살고 있다. 

이전엔 경유차를 타고 다녔는데, 지난해 기름 값이 너무 올라 전기차로 바꿨다. 주변에선 터진다는 둥, 좋지 않다는 둥, 아직 이르다는 둥 말이 많았지만 그럴수록 나의 청개구리 심보는 더 커졌다. 

전기차로 바꾸고 너무 행복하다. 우리는 마을 읍내 등 어디를 나가려면 무조건 20분 이상 걸린다. 놀러 갈 때는 왕복 1~2시간은 걸린다. 그건 서울에 살았어도 마찬가지일거 같다. 단독주택에 사는 우리는 전기차 충전도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다. 기름값이 거의 5분에 1정도 들고, 어딜 가든 부담 없이 자유로워졌다. 

물론 단점이 없진 않은데, 더 멀리 갈 때면 충전을 밖에서 해야 한다는 점 정도다.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1년 정도 전기차를 타고 다니니 나름의 충전 요령이 생겼고, 익숙해졌다. 미리 충전할 곳을 정하고 주변에서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한다. 

5. 전기or엔진 농기계

농작물에 약을 치거나 제초를 할 때 쓰는 농사용 분무기라는 게 있다. 수동이 있고, 엔진이 있고, 배터리로 사용하는 전동분무기도 있다. 처음 귀농을 했을 땐 운동도 되고 좋을 거라고 생각해 수동분무기를 샀다. 순진했다. 딱 한 달 쓰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들었다.

수동분무기는 20리터를 메고 손으로 계속 압력을 주면서 다 쓸 때 까지 분사가 되도록 펌프질을 해야 한다. 봄에도 땀이 삐질삐질 났다. 그래서 엔진분무기와 전동분무기 둘 다 샀다. 둘 다 시동만 켜면 알아서 분사가 된다. 엔진분무기는 농작물이 많이 자랐을 때 사용하고, 전동분무기는 초중기에 사용한다. 수동분무기를 사용하다가 자동분무기를 사용하니 신세계였다. 

장인어른이 퇴직하시고 작게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하나 사 드린다고 했더니 계속 반대하셨다. 그래서 그냥 사드렸더니 너무 좋다고 하신다. 최근엔 고장 나서 배터리까지 구매하셨다고 한다.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 스마트하게 농업을 한다면 더 편하고 즐거울 것이다.

6. 카메라 

특정 물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기억을 저장하는 수단으로서의 카메라다. 스마트폰에도 하나씩은 있는.

우리는 귀농 1년차 때부터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영상과 사진을 많이 찍었다. 농사를 할 때도, 일상생활도, 집을 지을 때도 그때그때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활용해 일기 식으로 블로그를 하는 거다. 더 나아가 유튜브를 찍는 것도 좋다. 

우리가 언제 뭘 했는지, 언제 이런 작업을 또 수확을 했는지 기록해 쌓아두면 그 자체로 큰 자산이 된다. 우리는 특히 병해충 대응에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 병해충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방제하는 것이 수월하다. 또한 이맘때 어떤 방제를 해야 하는지 확인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다. 영상과 사진을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면 우리를 알리고 생산한 농작물을 판매하는 데에도 좋은 도움이 된다. 실제로 블로그와 유튜브를 열심히 운영 중인 우리는 이미 모든 주요 방송사와 촬영을 했고, 요즘도 두세 달에 한 번은 출연 제의가 오는데, 너무 많이 찍어서 잠시 쉬고 있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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