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국민의힘에서 ‘국회의원 정수 감축안’을 본격적으로 띄우는 모양새다. 이는 김기현 대표가 앞서 의원수 30명을 줄이자는 데서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당론으로 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고, 선거법 개정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당론으로 정해질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국민의힘 일각서 “의원정수 축소, 당론으로 정하자”

국민의힘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는 김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당지도부에서는 김 대표를 비롯해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 서병수, 김영선, 정진석,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윤상현 의원 등 당 중진의원들도 자리에 함께 했다. 

정우택 부의장은 “김 대표가 국회의원 수 3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게 부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여론과 국민감정이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데 동의하고 있는데, 당대표 제안을 당이 적극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당론으로 정해야 국민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8년에도 당론을 정하지 못해 (준연동형 비례제같은) 이상한 선거법이 만들어졌다”며 “야당이 단합에 의해 엉뚱한 선거법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 우리가 선제적으로 당론을 정해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전날 국회 전원위 2차 토론에서 “비례대표를 폐지해 의원 정수를 줄이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주요 7개국(G7) 국가 중 과반 이상이 비례대표가 존재하지 않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정치개혁을 통해 의원 정수를 각각 106석과 345석을 줄였다는 점을 소개했다. 

이날 열린 전원위에서도 여야는 ‘의원정수 축소’를 두고 충돌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 신뢰도 꼴찌인 국회가 인기영합적 의원 수 축소나 확대 논의에 매몰된다면 21대 국회의 정치개혁은 빈손으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70%가 의원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염치없는 일로, 현재 300석의 10%라도 줄여보자”고 했다. 

◇ 선제적으로 정국 주도

여당에서 의원정수 축소를 언급하는 것은 선거제 개편에서 프레임 싸움을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지난번 선거제 개편 당시 민주당은 정의당 등과 손잡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제대로 손 써보지도 못하고 밀린 바 있다. 이에 이번에는 의원정수 축소를 선제적으로 언급해 정국을 주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또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것도 의원정수 축소 주장의 배경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높지 않은 편이고, ‘의원정수 확대’를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정수 축소를 언급하면 국민의 호응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우택 부의장이 이날 회의에서 의원정수 축소를 언급하며 “(먼저 안을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이 볼 때 ‘국민의힘이 여당답게 하고 있구나’ 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한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의원정수를 줄이면 어떻게 되겠느냐. (의원정수를) 줄이면 줄일수록 더 귀족 의원, 황제 의원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가 늘어나야 기득권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대표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는 약 5,155만명으로, 의원 1인당 약 17만1,834명을 대표하고 있다. 만일 270명으로 줄일 경우 의원 1인당 약 19만926명을 대표한다. 인구가 많은 지역에선 한 도시를 대표하는 것이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에선 의원 1인이 여러 군을 대표하게 되기 때문에 대표성이 약화된다. 

아울러 의원수를 조정하면 지역구 역시 조정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인구감소 지역의 대표성이 더 약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의원정수 축소를 당론으로 정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며, 정해지더라도 실질적 논의보다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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