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에 올해 신규 수주 목표 전년 대비 약 6% 하향 조정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 집중… 국내외 전문가 그룹과 신기술 모듈러 기법 지속 개발

금리인상,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위험선(6만여호)을 훨씬 넘은 7만5,000여호(올 1월 기준) 수준의 미분양 주택,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은 시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재로 작용 중이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 한 해 동안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디거나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사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주요 사업 부문인 주택 사업 불황으로 올해 새로운 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위기 돌파를 위한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과 새로운 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한 삼성물산이 올해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 뉴시스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한 삼성물산이 올해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지난 상당수 건설사들이 실적 하락을 겪은 것에 비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매출‧영업이익 모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의 작년 매출은 14조5,980억원으로 전년 10조9,890억원 보다 32.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14억원(2021년)에서 8,750억원으로 무려 248.6% 폭증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대규모 프로젝트 본격화와 국내 및 해외 수주물량 증가, 하이테크 공정의 호조 등으로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신규 수주 실적은 총 16조9,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서소문 사옥 7,000억원, 판교 삼평동 빌딩 4,000억원 등 국내 건축사업에서만 11조470억원을 거뒀고 해외에서는 5조4,980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부동산 경기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회사는 2023년 실적 목표치를 전년에 비해 하향 조정했다. 올해 매출 및 수주 목표는 40조4,000억원, 13조8,000억원으로 이는 2020년에 비해 각각 6.5%, 6.8% 낮게 잡은 수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하이테크 건설사업 조기발주 기저효과로 수주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우량 입지 위주로 재건축‧리모델링 사업 등을 확대 추진하고 중동‧동남아 등 해외에선 에너지, 스마트시티, 인프라 중심으로 수주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태양광·SMR·그린수소 등 친환경 미래사업 박차

삼성물산은 올 한 해 태양광, 소형모듈원전(SMR), 그린수소 등 친환경 미래사업을 더욱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 10월 탈석탄을 선언한 회사는 작년 6월 괌 밍길라오 태양광 프로젝트를 통해 태양광 발전 EPC(설계·조달·시공) 전 단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총 발전용량 875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남쪽으로 약 40km에 위치한 사이드(Mesaieed)와 도하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라스라판(Ras Laffan) 지역 2곳에 각각 417MW 급과 458MW 급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EPC를 수행한다. 

회사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의 태양광 프로젝트 공사금액은 약 8,000억원 규모이며 사업부지에 설치되는 태양광 패널은 총 160만여개에 달한다. 준공 예정시기는 오는 2024년 11월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SMR 사업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회사는 SMR 시장 진출을 위해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에 2021년 2,000만달러, 2022년 5,0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와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대표는 미국 오레곤주 뉴스케일파워 본사에서 만나 ‘글로벌 SMR사업 공동진출과 시장확대’를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사는 우선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아이다호 주에서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추진 중인 SMR 프로젝트에서 사전 시공계획 수립부터 기술인력 파견까지 상호 기술 및 역량을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또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공동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비롯해 동유럽 지역 SMR 사업에서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그린수소를 핵심 에너지 수출 자원으로 육성하려는 국가와 더욱 긴밀한 협력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삼성물산 등 국내 업체와 UAE 현지 업체인 페트롤린캐미가 ‘UAE 키자드 그린수소·암모니아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지난해 5월 삼성물산 등 국내 업체와 UAE 현지 업체인 페트롤린캐미가 ‘UAE 키자드 그린수소·암모니아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지난 2021년 11월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그린수소·모듈러·인프라 사업 등에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삼성물산-포스코-사우디국부펀드(PIF) 3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같은 해 11월 한국전력-석유공사-남부발전이 추가 사업 파트너로 참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현재까지 그린수소 생산·활용을 위한 실증 사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중동국가인 UAE(아랍에미리트)와는 그린수소·암모니아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다. 작년 5월 삼성물산을 포함한 한국전력·서부발전과 현지 개발사인 페트롤린캐미는 ‘UAE 키자드 그린수소·암모니아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UAE 키자드 산업단지에 연간 20만톤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 생산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1단계로 연간 3만5,000톤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한 뒤 2단계인 연간 16만5,000톤 생산 사업으로 확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세계적인 에너지 저장시설 전문 설계업체인 자회사 웨쏘(Whessoe)의 역량을 활용해 액화수소 저장시설 및 재기화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3월에는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방식의 선두주자인 일본의 지요다화공건설과 SPERA 수소 기술을 활용한 수소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회사에 따르면 SPERA 수소는 수소에 톨루엔이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해 원거리 이동·저장이 용이한 메틸시클로헥산(MCH) 형태로 변환해 이송한 후 수소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수소가 상온·상압 상태로 유지돼 안정적인 운반·저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물산 측은 “지요다화공건설과의 협약을 통해 기존의 그린수소 생산·공급 사업뿐만 아니라 운송·저장 기술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그린수소 사업 전 과정에서의 역량을 확보한 만큼 향후 그린수소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모듈러 기법을 통해 준공한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 전경 /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물산이 모듈러 기법을 통해 준공한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 전경 / 삼성물산 건설부문

◇ 신기술 모듈러 기법 역량 강화 위해 관련 기술 특허 출원 

삼성물산은 신기술로 평가 받는 모듈러 기법 역량을 강화해 국내외 모듈러 건설시장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회사는 지난 2022년 5월 첫 공공 모듈러 데뷔작인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를 성공리에 준공하면서 모듈러 건설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모듈러 건설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부품‧자재 등을 모듈(부품) 형태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시공 방식이다. 현장 작업이 대폭 줄어들고 규격화된 공장 작업이 늘어나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균일한 품질을 가질 수 있고 소음‧분진‧폐기물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여기에 공장과 현장에서 동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물산에 의하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주한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는 총 69개의 3D Box형 모듈로 구성됐다, 부지 정비 및 토목 공사부터 완공까지 약 10개월만에 완료됐는데 이는 기초 공사 등 현장 작업 과정 중 공장에서는 모듈 제작을 동시에 진행됐고 완성된 모듈을 현장으로 운반‧설치하는 데에는 단 8일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작업 소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제조‧조립을 위한 설계(Design for Manufacturing and Assembly. DfMA)’를 도입하고 '빌딩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BIM)'을 전면 활용했다”며 “더불어 MR(Mixed Reality)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 모듈 설치 사전 시뮬레이션도 실행했다. 덕분에 공기를 준수하면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고 동시에 단 한 건의 사소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안전히 공사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모듈러 건설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모듈러 유닛간 수직접합구조 △강봉을 활용한 모듈러 접합시스템 △블록 모듈러 건축물의 시공방법 △철골보와 경량 콘크리트 패널이 합성된 모듈러 바닥구조 등 모듈러 관련 기술들의 특허를 출원하고 국내·외 전문가 그룹과 함께 관련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삼성물산은 사우디 PIF와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현지 대규모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협력사항을 구체화한 후속 협약을 맺었다. 

같은 시기 라트비아 모듈러 전문회사인 포르타 프로(Forta PRO)사와 글로벌 모듈러 건설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삼성물산은 글로벌 모듈 전문회사와 장기적인 협업체계 구축 후 해외 모듈러 사업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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