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보유 유통·관광 시설 주요 거점과 연계해 차별화한 ‘버티포트‘ 구축 목표
고령층 틈새시장 공략 위한 시니어 하이엔드 레지던스 ‘VL 르웨스트‘ 출시
친환경 콘크리트 및 이산화탄소 이용한 스마트 팜 등 친환경 기술 개발 강화

금리인상,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위험선(6만여호)을 훨씬 넘은 7만5,000여호(올 1월 기준) 수준의 미분양 주택,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은 시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재로 작용 중이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 한 해 동안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디거나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사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주요 사업 부문인 주택 사업 불황으로 올해 새로운 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위기 돌파를 위한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과 새로운 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롯데건설이 올해 UAM 사업, 친환경 자재, 시니어 하이엔드 레지던스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 뉴시스
롯데건설이 올해 UAM 사업, 친환경 자재, 시니어 하이엔드 레지던스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롯데건설은 전년 대비 매출이 소폭 오르면서 외형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 불안한 원가 요인은 피하지 못했고 결국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하락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사이트(DART)에 따르면 연결기준 롯데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5조9,4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5조5,765억원에 비해 6.6% 오른 규모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1년 4,296억원에 비해 16% 내려간 3,60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롯데건설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톤당 68만5,000원이었던 철근 가격(HD 10mm 기준)은 2022년 96만8,000원까지 폭등했다. 같은 기간 레미콘의 경우 M3당 6만7,700원에서 8만300원으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지난해 롯데건설의 재무지표는 부채비율이 급등하면서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단기금융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롯데건설이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특수목적법인이 발행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채권 연장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건설은 지난해 2조9,226억원 규모의 ABCP채권을 매입했고 채권 매입 재원 확보를 위해 금융기관 및 계열사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렸다. 그 결과 작년말 기준 3조8,970억원의 차입금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기말 대비 2조9,241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부채비율은 전년 142%보다 123%p(퍼센트포인트) 오른 265%로 집계됐다.

롯데건설 측은 “올해 초 메리츠금융 주관으로 약 1조5,000억원의 기매입된 ABCP채권을 매각하는 등 다양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실행했다”며 “이외에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발부채 실현 및 유동성 대처를 위한 충분한 계획을 수립해 재무건전성을 한층 더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금리인상 이후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올해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인 UAM(도심항공교통, Urban Air Mobility)을 본격화하고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 공략을 위해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에 집중할 계획이다.

◇ UAM 핵심 인프라 시설인 ‘버티포트‘ 기술 개발에 전력

정부는 지상과 항공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이자 미래 이동수단(모빌리티)으로 주목받는 UAM 사업을 오는 2025년부터 상용화하고자 올해부터 실증비행 테스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간 UAM 사업을 눈여겨 본 롯데건설은 UAM 인프라 시설의 핵심인 수직 이착륙장 ‘버티포트(Vertiport)’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5월 롯데건설은 롯데정보통신·롯데렌탈·민트에어·모비우스에너지 등 9개사와 ‘롯데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UAM 통합 운용을 위한 국가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K-UAM GC-1)’ 참여를 위해 국토교통부에 제안서를 공동 제출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프랑스 파리 인근 세르지 퐁트와즈 공항에서 열린 ‘유럽 첨단 항공 모빌리티 실증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롯데건설은 볼로콥터(Volocopter), 스카이포츠(Skyports), 아볼론(Avolon) 등 현지 UAM 선도 업체를 만나 국내 K-UAM 그랜드챌린지와 롯데컨소시엄을 소개하고 협업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사는 그룹이 보유한 유통·관광 인프라 시설의 주요 거점과 연계해 UAM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버티포트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기존 교통망과 연계한 UAM 서비스 제공 계획 수립 및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한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협력해 롯데몰·롯데마트·롯데백화점 등 도심 내 주요 거점 상부에 버티포트 설치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더나아가선 고속도로 휴게소, 복합환승센터 등에도 버티포트를 설치하기 위해 타 기관들과의 기술개발 협력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롯데건설에 의하면 롯데컨소시엄은 국토교통부가 오는 8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고흥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 진행하는 실증 비행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후 2024년 9월부터 2개월 간 UAM 기체의 안정성과 통신 시스템, 버티포트 인프라 등의 운용성을 통합 검증할 계획이다.

올해 2월 국토부는 롯데컨소시엄 등 UAM 1단계(개활지 실증) 참여기업과 협약식을 가진 바 있다. UAM 1단계 통과하게 되면 상용화를 위한 최종 점검 단계인 2단계(도심 실증)를 내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롯데건설은 롯데렌탈과 함께 버티포트 분야를 실증하고 보다 안전한 버티포트 운용을 위해 △원격관제 △자율주행 연계 △소음‧진동 측정 등을 추가로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건설이 위드엠텍과 함께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다. / 롯데건설
롯데건설이 위드엠텍과 함께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다. / 롯데건설

◇ 탄소 저감 위해 친환경 콘크리트 및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개발

탄소 저감을 위한 친환경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2월 초 회사는 친환경 건설 신소재 기술개발 벤처기업인 위드엠텍과 함께 기존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주원료인 시멘트 함량이 많을수록 높은 강도를 발현하지만 그에 비례해 1톤 생산 시 0.9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에 취약하다는 것이 롯데건설 측 설명이다.

롯데건설이 위드엠텍과 협업해 개발한 친환경 콘크리트는 시멘트 5%에 철강산업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를 80% 이상 사용해 기존 콘크리트 강도를 발현하고 내구성 역시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측은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콘크리트는 시멘트 100%를 사용한 콘크리트 대비 90% 이상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해 1,000세대 기준 약 6,000톤의 탄소 저감이 가능하고 아파트 1,000세대 기준 나무 약 4만2,000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현장에 적용해 녹색건축물 인증을 통한 친환경 건축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롯데건설은 건물용 수소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공동주택 단지 내 스마트팜(ICT 기반 원격 자동 농장)에 공급하는 기술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회사는 기술 연구를 위해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 에스퓨얼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6개 기업·기관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CO2 포집 연계형 저탄소 건물용 개질기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실내 스마트팜 설계·시공은 스마트팜 전문기업 그린플러스와 공동 개발에 나선 상태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국내 공동주택에서 활용되는 연료전지 대부분은 도시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얻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렇게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전기·열에너지를 공동주택의 스마트팜에 공급할 경우 탄소 중립을 추구할 수 있으며 고농도 이산화탄소는 스마트팜 내 작물의 재배 속도를 향상시키기도 한다.  

◇ 고령층 대상 틈새시장 공략 시니어 하이엔드 레지던스 VL 르웨스트 출시

롯데건설은 최근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를 선보이면서 은퇴 이후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면서 노년기를 준비하는 과도기 세대인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층 공략에도 나섰다.

‘VL 르웨스트’는 서울 마곡지구 복합단지 내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총 810세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특히 시니어 수요자의 특성을 고려해 의료 케어, 입주민 서비스, 특화 설계와 다양한 커뮤니티 및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VL 르웨스트’는 롯데호텔이 VL(Vitality & Liberty) 브랜드를 통해 운영 지원하는 호텔급 입주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아울러 시니어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 서비스를 차별화했는데 지난해 이화의료원과의 협약으로 VL르웨스트와 인접한 상급종합병원인 이대서울병원 이용이 가능하다. 입주민은 해당 병원 이용 시 전용 창구를 통해 전문의 진료 및 건강검진을 장시간 대기 없이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롯데건설은 ‘VL 르웨스트’에 △신체‧안전을 고려한 전세대 미닫이문 및 무단차 설계 △세대 내 순환형 동선 구조 △IOT(사물인터넷)를 통한 비상콜 시스템 △동작감지 센서 등을 구성해 틈새시장인 시니어층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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