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청정에너지로 떠오른 그린‧블루 수소 플랜트 건설사업 집중해 사업 다각화 추진
SMR 및 가속기 연구시설 관련 기술력 강화… 포스멘트 등 친환경 건설 기술 적극 도입

금리인상,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위험선(6만여호)을 훨씬 넘은 7만5,000여호(올 1월 기준) 수준의 미분양 주택,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은 시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재로 작용 중이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 한 해 동안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디거나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사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주요 사업 부문인 주택 사업 불황으로 올해 새로운 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위기 돌파를 위한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과 새로운 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모듈러 방식으로 건설된 광양제철소 직원 기숙사/ 포스코이앤씨
모듈러 방식으로 건설된 광양제철소 직원 기숙사/ 포스코이앤씨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해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4위(2022년 기준)에 속한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포스코이앤씨의 작년 영업이익과 수주실적은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올해 초 포스코이앤씨가 공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회사의 작년 매출은 9조4,350억원으로 전년 8조1,990억원에 비해 15.07%(1조2,360억원↑)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1년 4,410억원에서 지난해 3,090억원을 기록하면서 1년새 약 29.93%(1,320억원)로 감소했다. 이 시기 5.4%(2021년)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도 3.3%(2022년)로 내려갔다. 

각 사업부문별로 매출액을 살펴보면 플랜트 사업본부와 인프라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5,350억원, 1조3,540억원으로 각각 1년 전에 비해 6,960억원, 5,130억원 늘어났다.

이에 반해 국내 부동산 경기 영향을 받는 건축사업본부는 4조3,390억원에서 4조2,359억원으로 1년 간 매출이 1,040억원 줄었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의 수주실적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작년 수주실적은 총 10조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000억원 감소했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플랜트‧인프라 부문은 신규 PJT(프로젝트계약직) 착공, 해외 PJT 이익개선, PJT 공정촉진 등으로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면서도 “단 건축 부문은 매출감소, 자재가격 및 외주비 상승 등이 반영됨에 따라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수소, SMR, 모듈러하우스 등 친환경사업에 역량을 쏟아부어 경기 불확실성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 청정수소인 블루·그린수소 생산플랜트의 설계·시공 역량 강화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준공한 중이온 가속기 전경 / 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준공한 중이온 가속기 전경 / 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는 미래 청정에너지로 대두되고 있는 수소 플랜트 건설사업에 집중해 사업 다각화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회사는 청정수소로 분류되는 블루·그린수소 생산플랜트의 설계·시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블루수소는 고온·고압 상태에서 천연가스를 수증기와 반응시키고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는 분리·격리해 탄소 배출을 줄여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수소를 말한다. 천연가스와 수증기가 반응을 일으키는 수소추출(Steam Methane Reforming)공정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제품화·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공정이 핵심이다.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물을 전기분해한 뒤 생산하는 친환경적인 방식이다. 그린수소 설비는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설비 △전력공급 및 수전해설비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정제하는 BOP(Balance of Plant) 설비 △물을 공급하기 위한 해수담수화 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그룹이 설정한 ‘2050 수소 700만톤 생산’ 목표에 발맞춰 수소 플랜트 건설사업에 참여해 수행실적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호주·중동·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프로젝트를 자체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작년 9월 회사는, 포스코홀딩스와 수소생산·판매 전문기업 어프로티움사(社)와 함께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이앤씨를 포함한 3사는 수도권에서 CCU 기반의 블루수소 사업을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 오는 2026년까지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천연가스 수소추출 및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를 건설한 뒤 연간 4만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전량 회수 후 제품화해 산업용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3사는 향후 해외 블루암모니아 생산 및 국내 도입을 위한 공동 연구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포스코이앤씨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정부 에너지기업 페트로스사와 블루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양사는 국내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영구격리하기 위한 이송 설비 등의 타당성 검토를 공동 진행하면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준비 중이다.

◇ 폐기물 생성 적고 안정성 뛰어난 SMR에 주력 

탄소저감 시멘트가 사용된 더샵 송도 마리나베이 / 포스코이앤씨
탄소저감 시멘트가 사용된 더샵 송도 마리나베이 / 포스코이앤씨

출력규모 300MWe 이하인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 모듈 원자로)은 포스코이앤씨가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인 친환경에너지 분야 중 하나다.

SMR은 모듈화 공법으로 설계·제작해 표준화가 쉽고 안정성이 뛰어난 데다 방사성 폐기물 생성 측면에서도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는 것이 장점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과거부터 원자력 발전 관련 기술력을 축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0년 포스코그룹(포스코·포스코이앤씨·포스코엔지니어링·포스코DX)은 한국전력 주도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SMART’ 국책사업을 추진했고 이후 SMART 표준설계 단계에 참여해 2012년 SMART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하는데 기여했다.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는 국가 주도로 개발된 SMR 모델이다.

지난 2014년 ‘SMART’ 사업화를 위해 설립된 민간회사 ‘스마트파워’에 주주사로 참여한 포스코이앤씨는 다음해인 2015년 한국 정부와 사우디간 ‘SMART 건설 전 사전설계 MOU’를 체결할 당시에는 민간 건설사 최초로 한국전력기술과 함께 SMART 원자력 발전 기본설계를 공동 실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SMR 모델 ‘i-SMR(innovative SMR, 혁신형 소형 원자로)’ 개발 과제 및 사업화에 참여하고 있다. 2021년 9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i-SMR’은 2028년까지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하고 2030년 수출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는 i-SMR 투자참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해외 개발 중인 원자로 노형에 대해서도 개발펀드 조성 등 투자 참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정책에 포함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 발전사업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포스코이앤씨는 원자력 발전소만큼 높은 안전성‧정밀성이 요구되는 가속기 연구 시설의 건축구조·시공, 기계‧특수(방사선안전, 극저온설비 등) 설비분야의 기술력 강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가속기 연구시설은 전자‧양성자와 같이 전기를 띈 입자를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에서 가속시켜 큰 운동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회사는 지난 2016년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건설하면서 경험‧기술력을 쌓았고 지난 2021년에는 대전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전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중이온 가속기를 준공하면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중이온 가속기에는 방사선 차폐를 위해 최대 5m 두께로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의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격간 타설 공법이 사용됐고 수축팽창 조인트(Joint), 차압배기 시스템, 연구시설 공간 확보를 위한 슬래브 포스트텐션 공법 등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시공 기술이 적용됐다. 

◇ 포스멘트‧모듈러 공법 등 친환경 건설기술 개발 강화

이밖에도 회사는 친환경 건설 기술 개발에도 매진할 방침이다. 최근 포스코그룹이 ‘Green Tomorrow, With POSCO’를 비전 슬로건으로 채택함에 따라 포스코이앤씨 또한 ‘지구의 내일을 지키는 친환경 아파트’를 주택 건설 철학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와 슬래그시멘트 3개사, 레미콘 4개사와 협력해 친환경 시멘트인 포스멘트(PosMent, 포스코 고로슬래그 시멘트)의 생산‧사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물과 섞어 굳히면 돌처럼 단단해지는 시멘트는 주원료인 석회(탄산칼슘, CaCO3)를 구워 산화칼슘(CaO)화합물로 만든 것인데 생산 과정에서 톤(ton)당 약 0.8톤의 CO2(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비해 포스멘트는 원료를 굽는 과정이 필요없는 고로슬래그를 58%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자극제 2%를 더하면 일반 시멘트보다 최대 60%의 CO2를 저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이앤씨는 2021년 전체 시멘트 사용량의 약 24%인 20만톤을 포스멘트로 사용했다. 지난 2022년에는 37만톤을 사용했고 올해에는 47만톤 이상으로 확대해 향후 전체 시멘트 사용량의 53% 이상을 포스멘트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건설 기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듈러 하우스도 포스코이앤씨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모듈러 하우스는 전체 공정의 대부분을 공장에서 맞춤 제작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기에 현장에서 자재절단 등의 작업이 없어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사용 후에도 자리를 옮겨 재사용할 수 있어 철거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이 없어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LCA(Life Cycle Assessment) 분석결과 CO2 배출이 30% 이상 감축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2003년 신기초등학교 부속동을 처음으로 모듈러 하우스 사업에 뛰어들었던 포스코이앤씨는 이후 원가 경쟁력 문제로 잠시 사업을 보류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지원하면서 건설한 기자 숙소를 모듈러 방식을 통해 포스코그룹 휴양지 숙소로 전환하면서 사업을 재추진했다.

이후 공공실버주택(백령도), 그린빌딩 교육연구시설(인천) 등에도 모듈러 방식을 적용했고 지난해에는 12층 규모의 광양제철소 직원 기숙사를 모듈러 방식으로 건립하는 등 점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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