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가 국내 시장에서 비인기 모델로 전락한 체로키에 대해 올해 2월부터 최대 2,100만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를 표했으며, 결국 체로키는 국내 시장에서 단종되는 결과를 맞았다. / 지프
지프가 국내 시장에서 비인기 모델로 전락한 체로키에 대해 올해 2월부터 최대 2,100만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를 표했으며, 결국 체로키는 국내 시장에서 단종되는 결과를 맞았다. / 지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지프 브랜드의 중형 SUV 체로키와 준중형 SUV 컴패스를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두 모델의 단종으로 지프는 국내 시장에서 허리를 담당하는 모델이 사라지게 됐다. 라인업이 줄어든 만큼 판매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지프의 1만대 클럽 재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텔란티스 코리아 측은 체로키와 컴패스 단종과 관련해 “올해 지프는 아이코닉 모델 3종과 프리미엄 모델 ‘그랜드 체로키’, 그리고 전동화 모델(4xe)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대규모 할인이 없으면 안 팔리는 모델 단종을 통해 전반적인 할인 프로모션 규모를 줄이고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한 묘책으로 분석된다.

◇ 판매 저조한 모델 2종, 2022년식 끝으로 수입·판매 중단

19일 지프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면 기존에 판매를 이어오던 체로키와 컴패스가 라인업에서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체로키와 컴패스 판매 중단 소식은 지프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전해지고 있다.

먼저 최근까지 판매가 이뤄진 체로키는 2014년 국내 시장에 출시된 후 2018년 한 차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모델이다. 이후에는 연식 변경과 트림 추가 등으로 상품성을 강화하면서 연명했을 뿐, 부분변경 이후 4년 이상의 시간이 흐를 동안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투입은 없었다. 2014년 국내 시장에 재출시를 선언한 후 8년 6개월 동안 세대 변경을 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신차의 모델 체인지(세대 변경) 주기를 약 7년 내외로 설정하고 빠른 변화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과 비교하면 지프 체로키는 상대적으로 더딘 행보다. 이러한 가운데 다른 수입자동차 브랜드에서는 적극적으로 신문물을 받아들이며 실내 인테리어를 디지털화하면서 상품성을 강화하고 나섰다.

체로키도 2018년 한 차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외관에서 전면부 헤드램프 및 안개등 형상 등이 일부 바뀌었으나 실내 인테리어는 바뀐 점을 찾기가 힘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2019년 1,757대 △2020년 1,966대 △2021년 1,659대 등 무난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2019년과 2021년 지프의 1만대 실적 달성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실내 인테리어를 개선하지 않은 지프 체로키는 지난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고 판매대수가 추락했다. 체로키의 2022년 월간 실적은 △1월 78대 △2월 33대 △3월 5대 △4월 0대 △5월 1대 △6∼8월 0대 △9월 13대 등을 기록했다. 이에 지프에서는 1,000만원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적용하면서 판매량 하락에 대응하고 나섰으나 동년 10월부터 12월까지 체로키의 성적은 40대, 45대, 39대를 기록,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프는 지난해 6월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뉴 컴패스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그러나 부진이 지속되자 국내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단종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지프 뉴 컴패스 출시행사 현장. / 성수동=제갈민 기자
지프는 지난해 6월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뉴 컴패스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그러나 부진이 지속되자 국내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단종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지프 뉴 컴패스 출시행사 현장. / 성수동=제갈민 기자

일각에서는 체로키의 부진 원인으로 지난해 6월 지프가 국내 시장에 출시한 뉴 컴패스(마이너체인지)를 꼽았다. 지난해 출시된 뉴 컴패스는 완전변경 수준으로 외관과 실내가 개선되고 사이즈도 약간 더 커졌다. 여기에 가격마저 750만원 인상해 체로키와 비슷하게 설정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큰 사이즈의 중형 SUV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뉴 컴패스로 눈길이 쏠렸다. 뿐만 아니라 지프는 뉴 컴패스의 초기 판매가 부진하자 출시 두 달 만인 지난해 8월말부터 12월까지 ‘전 트림 1,150만원 할인(할인율 20∼22%)’이라는 파격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뉴 컴패스의 1,000만원 이상 대규모 할인에 대해 ‘자충수’, ‘팀킬’ 등 우려를 표했다. 이는 체로키의 부진한 실적에 원인으로 작용했고, 지프는 부진이 지속되는 체로키에 대해 올해 들어 2,000만원 할인 프로모션을 감행했다. 뉴 컴패스도 1,000만원 할인을 못 받으면 ‘호구’라는 소리까지 듣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최종적으로 ‘할인’ 없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된 두 모델은 모두 ‘단종’이라는 종착점에 도달했다.

실제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은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1,000만원 이상의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당장 소비자들을 현혹해 판매실적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을 중고차로 매각할 때 제 값을 받지 못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할인을 하지 않는 시기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또한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감소하는 문제도 상존한다.

이에 스텔란티스 코리아에서는 체로키와 컴패스 2개 모델의 국내 판매를 중단하는 것으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모습이다.

한편, 지프는 올해 2023년식 체로키와 컴패스를 들여오지 않고 지난해 들여온 재고를 떨이해 1분기 체로키 488대, 컴패스 8대 등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지프 체로키, 뉴 컴패스 국내 시장 판매 중단
2023. 04. 19 스텔란티스 코리아(지프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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