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나라셀라는 지난 18일 증권신고서를 또 한 번 정정공시했습니다. / 나라셀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와인 수입·유통업계 최초로 상장을 추진하고 나선 나라셀라는 지난 18일 증권신고서를 정정공시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최초 공시 이후 3번째 정정공시인데요. 나라셀라는 지난 10일 첫 정정공시를 통해 각종 기업정보를 보강하는 한편 공모가격 산정방식을 변경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 13일엔 두 번째 정정공시를 통해 당초 계획했던 상장 일정을 한 달 뒤로 미뤘죠.

이번엔 또 어떤 내용을 정정했을까요?

이번에도 핵심 정정사안은 공모가격 산정방식입니다. 첫 정정공시 때 변경했던 공모가격 산정방식을 이번엔 전면적으로 변경했습니다. 여기엔 나라셀라의 고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요. 업계 최초의 상장 추진이다 보니, 기업가치로 직결되는 공모가격 산정에 있어 적절한 비교대상 상장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당초 나라셀라는 국내에 나라셀라와 같은 ‘음료 및 담배 도매업’ 분류에 속한 상장사가 없는 만큼 ‘음료제조업’을 1차 기준으로 삼았고, 해외에선 나라셀라가 주로 와인을 수입하는 미국·프랑스·이탈리아 기업 중 산업분류가 ‘알콜음료’에 속하고 한국거래소가 인정하는 적격 해외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을 1차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후 사업 유사성과 재무 유사성, 일반 유사성을 차례로 따져 국내기업 중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 해외기업 중 페르노리카,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로랑-페리에, 브랑켄 폼메리 모노폴, 아드비니, 마시 아그리콜라, 덕혼 포트폴리오 등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했죠.

하지만 이후 유사기업 선정의 적정성 논란과 함께 ‘거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나라셀라는 첫 정정공시를 통해 유사기업 선정 방식을 바꿨습니다. 국내에서는 ‘음료제조업’ 외에도 ‘기타 가공식품 도매업’을 1차 기준에 포함시켰고, 나라셀라와의 사업 유사성을 따지는 기준도 강화했죠. 그 결과 롯데칠성음료와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가 유사기업에서 제외됐고,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가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다만, 이 같은 유사기업 선정 방식 변경에도 불구하고 공모가격엔 변화가 없었습니다. 유사기업 선정 방식 변경으로 평균 PER이 오히려 올라가면서 나라셀라의 주당 평가가액 산정 금액도 높아진 가운데, 할인율을 소폭 높여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사기업 선정 방식 변경은 첫 정정공시 때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완전히 뜯어고쳤죠.

우선, 국내기업 선정 과정에서 ‘음료제조업’과 ‘기타 가공식품 도매업’을 1차 기준에서 제외하고 ‘도매 및 상품 중개업’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이에 맞춰 사업 유사성 기준도 변경했죠.

또한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모두 재무 유사성 기준도 강화했는데요. 기존엔 해당 기업의 재무상황에 대한 기준만 두었던 것을, 나라셀라 재무상황과의 비교도 추가했습니다. 최근 1년간 매출 규모가 나라셀라와 비교했을 때 5배를 넘지 않거나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한 겁니다.

결과도 달라졌을까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국내기업 중엔 실리콘투, 해외기업 중엔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와 콤파니아 데이 카라이비 등 총 3개 기업이 유사기업으로 선정됐죠. 맨 처음 유사기업으로 선정됐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1차 정정공시 당시와 비교해도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 1곳만 남았죠.

달라진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첫 정정공시 땐 유사기업 선정 방식 변경에도 불구하고 공모가격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이번엔 공모가격도 달라졌습니다.

우선 맨 처음 23배, 1차 정정공시 당시 23.22배였던 유사기업 평균 PER이 22.06배로 낮아지면서 주당 평가가액도 내려갔습니다. 이와 함께 할인율은 더 높였는데요. 맨 처음 18.45%~31%, 1차 정정공시 당시 19.23%~31.65%였던 것을 이번엔 21.52%~34.60%로 적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만2,000원~2만6,000원이었던 희망공모가 밴드 역시 2만원~2만4,000원으로 낮아지게 됐죠.

공모규모 또한 축소됐는데요. 공모주식 수는 달라지지 않은 가운데, 공모가격이 낮아지면서 319억원이었던 공모규모가 290억원으로 내려간 겁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 규모도 당초 1,417억원~1,674억원에서 1,288억원~1,545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나라셀라는 이제 ‘거품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요?

모든 판단은 시장의 몫입니다. 다만, 공모가격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논란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려운 모습입니다.

우선, 국내 유일의 유사기업으로 선정된 실리콘투는 와인이 아닌 화장품을 취급하는 기업입니다. 물론 와인과 화장품 모두 비내구 소비재이고 두 회사 모두 제조·가공 과정이 없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와인과 화장품은 분명히 다른 점도 크게 존재합니다. 또한 실리콘투는 국내 화장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핵심사업이고, 나라셀라는 해외에서 와인을 수입해 유통합니다. 이 역시 큰 차이로 볼 수 있죠.

해외 유사기업 역시 콤파니아 데이 카라이비가 평균 PER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점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리콘투와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의 PER이 각각 18.29배, 19.93배인데 반해 콤파이나 데이 카라이비는 31.7배에 달하죠.

무엇보다 거듭된 공모가격 산정 방식 변경은 나라셀라의 신뢰를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 말이죠. 

나라셀라는 공모가격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거듭 말을 바꾼 게 사실입니다. 일례로 국내 유사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음료 제조업’을 1차 기준으로 삼으며 “사업 내용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으나, 주류 유통 사업 측면에서 동사와 가장 유사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가 나중엔 “사업 내용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아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듯 공모가격을 소폭 낮추긴 했지만, ‘끼워 맞추기 식’ 공모가격 산정이란 비판을 떨쳐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상장 일정을 한 달 미룬 나라셀라는 다음달 16일~17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이어 22일~23일 일반청약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나라셀라가 논란을 딛고 상장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네요.

 

근거자료 및 출처
나라셀라 ‘증권신고서’ 공시
2023. 4. 1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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