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국내 와인 수입·유통업계 최초로 상장을 추진 중인 나라셀라가 아쉬운 수요예측 결과를 남겼습니다. / 나라셀라
국내 와인 수입·유통업계 최초로 상장을 추진 중인 나라셀라가 아쉬운 수요예측 결과를 남겼습니다. / 나라셀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와인 수입·유통업계 최초로 상장을 추진 중인 나라셀라는 지난 19일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정정공시했습니다. 지난 16~17일 실시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발행조건이 최종 확정된 데 따른 겁니다.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한 뒤 우여곡절을 겪었던 나라셀라가 다소 아쉬움을 남긴 채 중대 관문을 통과한 모습입니다.

나라셀라는 상장 과정에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을까요?

국내 와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등에 업은 나라셀라는 지난해 10월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해 지난 3월 통과했습니다. 이어 일주일 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했죠.

상장 절차에 진행에 속도를 낸 나라셀라지만, 이내 우여곡절을 마주했는데요. 상장을 추진하는 입장에선 꽤나 치명적인 ‘거품 논란’이었습니다. 특성이 뚜렷한 업계에서 최초로 상장을 추진하다보니 마땅한 비교대상이 없었는데, 결국 논란을 피하지 못한 겁니다. 특히 최초 유사기업에 글로벌 명품기업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를 포함시킨 것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이에 나라셀라는 두 차례에 걸쳐 공모가 산정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첫 변경으로 LVMH를 제외했음에도 물음표가 가시지 않자 두 번째엔 아예 전면적인 변화를 줬죠. 이 과정에서 상장 일정은 연기됐고, 희망공모가는 결과적으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몸값을 낮춘 겁니다.

수요예측 결과는 어땠을까요?

비교대상 기업을 갈아치우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 16~17일 단행된 수요예측 결과는 흥행 성공과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을 통해 먼저 시장의 평가를 받은 뒤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이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따라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상장 흥행의 바로미터로 여겨지곤 합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상장 추진을 철회하기도,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 공모가를 높이기도 하죠.

나라셀라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78.47대 1에 그쳤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수치입니다. 같은 일정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고기능성 플라스틱 시트 전문기업 진영이 1,59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크게 비교되죠.

구체적인 내용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참여건수 기준으로 91%, 신청수량 기준으로 83%가 희망공모가 최하단 이하를 제시했죠. 희망공모가 미만을 제시한 비중은 나란히 44%에 달했습니다. 반면, 희망공모가 최상단 이상을 제시한 건 각각 4%와 13%에 불과했습니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처분하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 확약도 저조했습니다. 참여건수 기준으로 760건 중 6건(0.79%), 신청수량 기준으로는 1.19%에 불과했죠.

결국 나라셀라의 최종 공모가는 희망공모가 최하단인 2만원으로 확정됐습니다. 공모주식수는 145만주, 모집총액은 290억원입니다. 시가총액은 1,288억원이고요.

남은 상장 절차는 어떻게 될까요?

이로써 나라셀라는 다소 아쉬움 속에 상장 절차의 중대 관문을 하나 통과하게 됐습니다. 이제 굵직한 절차는 일반청약만 남았죠. 일반청약은 22~23일 진행됩니다. 이후 납입과 배정공고 등을 거쳐 다음달 2일 코스닥 상장사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다만, 그동안의 과정이나 수요예측 결과를 봤을 때, 극적인 흥행 성공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인데요. 물론, 그렇다고 그것이 끝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이죠. 상장사로 거듭난 뒤에는 향후 사업과 실적에 따라 얼마든지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를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나라셀라가 최종적으로 어떤 상장 성적을 남기게 될지, 상장사로 거듭난 뒤 일련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나라셀라의 상장이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나라셀라 ‘증권신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519000339
2023. 5. 1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나라셀라 ‘투자설명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519000346
2023. 5. 1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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