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피 상장사인 유니켐은 
코스피 상장사인 유니켐은 지난 15일 ‘소송 등의 제기·신청’을 공시했습니다. / 유니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스피 상장 피혁업체인 유니켐은 지난 15일 ‘소송 등의 제기·신청’을 공시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번째 소송 관련 공시인데요. 상장사는 경영과 관련해 중요한 사안을 반드시 공시를 통해 알려야하며, 여기엔 소송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7조는 경영권 분쟁이거나 소송 청구금액이 자기자본의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등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는 소송은 제기 및 신청, 판결 및 결정 사실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죠.

소송은 누가 제기한 걸까요?

주식회사 햇발입니다. 햇발은 현재 6%대의 유니켐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상 보유 주식 지분은 6.45%였습니다.

햇발은 지난 2월부터 유니켐을 향해 수차례 소송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쳐온 바 있습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주주행동’ 차원에서 주주명부 열람, 정기주주총회 의안상정, 임시주주총회 소집, 검사인 선임 등을 요구했고, 다른 소액주주들도 햇밭을 중심으로 결집했습니다. 이러한 주주와의 갈등은 유니켐의 신사업 추진이 발단으로 작용했는데요. 골프장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햇발의 공세는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입성에 성공했죠. ‘3%룰’이 적용되는 감사 선임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정재형 햇발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떤 소송을 제기한 걸까요?

햇발이 이번에 제기한 소송은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요청입니다.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제시돼있습니다. 이사의 해임과 선임이죠. 먼저,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사내이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정재열 이사의 해임입니다. 아울러 사내이사 후보 1명과 사외이사 후보 2명의 선임 안건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햇발은 정재열 이사에 대한 직무집행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직에서 해임되거나 이와 관련된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 직무를 집행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이죠.

왜 정재열 이사의 해임을 추진하고 나섰을까요?

햇발이 정재열 이사를 겨냥하고 나선 ‘명분’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성실성 문제로 파악됩니다. 정재열 이사는 최근 3년간 이사회 출석률이 무척 저조합니다.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공개되기 시작한 2018년과 이듬해인 2019년엔 80%대의 출석률을 기록했지만 2020년 39%, 2021년 27%에 이어 지난해에는 4%까지 추락했죠.

정재열 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사로서 이사회 출석 책임이 없는 건 아닙니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출석은 이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책임으로,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상장사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을 공개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고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의결권 자문기관과 ‘큰 손’ 국민연금 역시 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을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죠.

반면, 오너경영인인 이장원 유니켐 부회장은 정재열 이사 지키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재열 이사는 이장원 부회장이 유니켐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부터 함께해온 인물입니다. 또한 유니켐의 사업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니켐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정재열 이사는 본업이 따로 있는데요. 코스피 상장사이자 자동차용 내장재 중견기업인 두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죠. 2013년 두올에 합류해 2019년 3월 각자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유니켐은 가방이나 신발, 그리고 카시트 등에 쓰이는 피혁을 제조하는 업체입니다. 카시트를 비롯해 자동차 내장재를 제조하는 두올은 유니켐의 핵심 고객이죠. 정재열 이사는 바로 그 두올을 이끌고 있고요.

따라서 정재열 이사를 향한 햇발의 공세가 또 다시 성과로 이어질 경우 상당한 의미와 파장을 남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주행동 측면에선 이사의 성실성을 문제 삼아 해임한 성공사례로 남겠죠. 반면, 이장원 부회장 입장에선 유니켐 인수 때부터 함께하며 주요 고객사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중요한 인물을 잃는데 따른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사회 입성에 성공한 햇발은 이번에도 뜻 깊은 성과를 남길 수 있을까요. 또 정재열 이사는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그 진행상황과 결과 또한 ‘공시’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유니켐 ‘소송 등의 제기·신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515802651
2023. 5. 1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7조
https://law.krx.co.kr:/las/RefJoView.jsp?lawid=000012&pubno=0000021120&pubdt=20230329&hanchk=N&refjono=7_0
2023. 5. 16. 현재 한국거래소 법규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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