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녹취록 논란’으로 당이 시끌벅적하다.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으로 비화하는 형국이어서 당 내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단 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태 최고위원에게 돌리면서 논란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태 최고위원이 사실상 정면 돌파를 선언하며 여진이 이어질 조짐이다.
3일 국민의힘은 태 최고위원의 논란을 진화하는 데 열을 올렸다. MBC는 지난 1일 보도를 통해 태 최고위원과 보좌진의 회의 음성 녹음을 공개한 바 있다. 녹취록에서 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하루 뒤인 지난 3월 9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한일 관계에 대한 옹호 발언’을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요청대로 할 경우 ‘공천’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태 최고위원은 전했다.
보도 이후 당사자인 태 최고위원은 “보좌진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 섞인 내용”이었다고 일축했고, 이 정무수석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말들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해당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일 경우, 대통령실이 당의 ‘공천’에 개입할 것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꼴이 됐기 때문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형 선고를 받았던 문제”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대통령실과 여당에 대한 집중 공세를 퍼붓고 나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에서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총선 공천에 분명한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정치 중립 훼손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선거 등을 미끼로 대통령실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면 선거법 9조 위반”이라며 검찰‧경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문제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 밖에서만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간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온 비윤계의 비판에 다시금 힘이 실리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만약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정무수석은 당무 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도부 선출에 개입했던 곳에서 공천에 개입 안 하겠느냐는 생각을 당연히 국민들은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정면 돌파 나선 태영호
사태의 여파가 당을 넘어 대통령실까지 미치자 당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논란 진화에 나섰다. 태 최고위원이 직접 해당 발언에 대해 ‘과장’이라고 해명한 만큼, 이에 힘을 싣고 나선 것이다. 동시에 이번 사태를 태 최고위원의 ‘개인적 문제’로 일축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이 알려졌기에 태 의원께서 별도의 사과를 하시든 정치적 책임을 지시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태 최고위원의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해당 사안과 관련해 당 윤리위원회에 앞선 사건들과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태 최고위원이 사실처럼 언급해 당에 혼란을 준 것을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 자진 사퇴 요구까지 분출되고 있지만, 태 최고위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보도를 ‘악의적’으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독려하는 차원의 발언을 보좌진 중 누군가가 ‘불순한 의도’로 녹음해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언론에서 ‘쪼개기 후원금’ 의혹, ‘잦은 보좌진 교체’ 등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음해와 비난, 억측과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앞으로 저를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음해성 정치공세와 마크 작전, 가짜뉴스들은 더 많이 나올 것이고 태영호 죽이기는 더 거세질 것”이라며 “그러나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꺾으면 꺾일지언정 굽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당 보도 관련 제보자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그는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