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황보승희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황보 의원은 “선당후사 정신”을 강조하며 내년 총선 역시 불출마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황보 의원의 의혹으로 속앓이를 해왔던 국민의힘은 황보 의원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황보승희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황보 의원은 “선당후사 정신”을 강조하며 내년 총선 역시 불출마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황보 의원의 의혹으로 속앓이를 해왔던 국민의힘은 황보 의원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황보승희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아울러 내년 총선에도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보 의원의 문제가 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던 국민의힘으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된 모양새다.

황보 의원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오늘부터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겸허히 내려놓고 저에 대한 모든 비난을 오롯이 내 탓으로 돌리며 더 낮은 자세로 깊이 성찰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보 의원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시‧구의원에게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 중이며 황보 의원의 동거남으로 알려진 A씨로부터 현금과 차량 아파트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더해졌다. 여기에 A씨가 황보 의원의 관용차를 사용하고 보좌진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논란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황보 의원은 가정폭력 가해자인 전 남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직후 곧장 황보 의원의 ‘공천 헌금 진상조사단’ 구성에 나선 민주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까지 꺼내들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황보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도 촉구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이 정도면 부패의 온상”이라며 “사익을 추구했다면 당장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 자진 탈당에 국민의힘 ‘존중’

국민의힘으로서는 해당 논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그간 ‘도덕성 문제’ 우위를 앞세워 민주당을 압도하겠다는 당의 분위기 역시 이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놓여 왔기 때문이다. 당이 나서서 황보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에 속도를 높였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무감사위 후 기자들을 만나 “위원들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에서도 요청이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황보 의원이 자진 탈당을 선택함에 따라 당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개인사’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았던 점은 그간 당이 마주했던 딜레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본인이 굉장히 깊은 고뇌 끝에 선택하셨을 것으로 생각하나 그 결정에 대해 당의 입장에서는 존중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날 황보 의원의 탈당으로 당의 당무감사 역시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예정대로라면 황보 의원은 오는 23일 당무감사위에 출석해 해당 의혹에 대한 소명을 할 예정이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탈당하셨기 때문에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게 됐다”며 “진행 중이던 당무감사는 사실상 종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으로선 일단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당장 야당은 이러한 탈당이 ‘꼬리 자르기’라고 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말이 ‘자진 탈당’이지 논란이 지도부로 번지니 꼬리를 잘라내려는 꼼수”라며 “이미 황보 의원 개인의 문제를 넘었다”고 했다.

황보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현재 의원직 사퇴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은 “불출마 선언으로 선 긋고, 의원직은 사퇴하겠다는 의지”라며 “은근슬쩍 복당의 막장 스토리, 유권자는 더 이상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만 유 수석대변인은 “위장탈당은 원래 민주당 전문”이라며 “황보 의원은 그런 일을 벌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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