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으로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여당은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에는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으로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여당은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에는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선언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선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 포기를 당 차원의 문제로까지 끌고가는 데는 신중한 모습이다.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의 불체포 특권 포기 동참을 압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치 쇄신 과제는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할 공통 과제”라며 “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하느냐의 방법을 만들어 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67명의 의원들은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불체포 특권 실천 압박은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제적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에 대응하려는 측면이 크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언급했다. 해당 선언은 이 대표와 당 지도부 일부만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오히려 저희가 설득을 당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이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에 맞서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이 대표가 이러한 특권을 더 일찍이 내려놓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명계 역시 긍정적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그런 입장을 발표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혼란스러운 민주당에 국민의힘 ‘총공세’

하지만 여당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이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외친 것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아울러 불체포 특권 선언의 경우 표결에 부쳐졌을 시 ‘당론 가결’이 없다면 사실상 ‘선언’에만 그칠 수밖에 없다는 대목도 국민의힘이 이를 못미더워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당 차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는 상황도 의심을 더 하는 대목이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다른 의원들 같은 경우 사안마다 사안에 맞게 따로 평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불체포 특권이 분명히 헌법적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해선 포기하겠다고 말했고 추후 검찰권 수사에 의한 다른 사건의 경우 사안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 독재 정권에 불체포 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정권과 싸울 수 있겠나”라며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자는 사람은 투항주의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행위는 투항적인 노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가) 마치 자신에 대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할 것처럼 했으나 송영길‧추미애 전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가 ‘야당이길 포기하는 것’, ‘당내 저격 때문’이라며 비명계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며 “나는 포기했는데 동료 의원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쌓고 내부 단속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