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치고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치고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상황에서 ‘방탄’ 프레임이 계속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만간 출범할 당 혁신기구에 힘을 실어주고, ‘당에 부담을 주지 말라’는 비명계(비이재명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어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고 강조했다. 

◇ 연설 직전까지 고심하다 원고에 없는 발언 추가

이 대표의 발언은 사전에 언론에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 대표는 연설 직전 최고위원들에게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연설 직후 자신의 SNS에 “나는 만류했으나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과 맨몸으로 맞서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전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연설 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의 결단에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가 실종되고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이 난무했다. 무자비한 압수수색이 일상이 됐다”며 “이런 무도한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러모로 이 대표와 민주당에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인의 체포동의안은 지난 2월 말 부결됐지만, 민주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와 이 대표 리더십에 상처를 입혔다. 이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 보유 논란’도 ‘사법 리스크’와 묶여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게다가 최근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비난은 계속됐다. 야권의 한 인사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고 나니, 다른 의원들의 체포동의안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만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계파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어서 가결을 해도, 부결을 해도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넘어 오더라도 본인에 한해서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셈이다. 이대로 가면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방탄 정당’ 프레임에서도 벗어나면서, 당내 비명계 의원들로부터 제기되는 비판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당내에서는 2차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2월 체포동의안도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다수 발생한 만큼, 두 번째 부결의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 의원들이 더 많이 이탈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오는 20일 출범하는 혁신기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또 다시 화제가 되면 혁신기구가 주목받지 못하기 때문이며,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편 이 대표의 선언은 당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호평받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의 ‘깜짝 선언’에 국회 본회의장 민주당 의석 쪽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친명계(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답다. 국민과 정의의 승리를 믿는다”고 밝혔고, 이상민 의원도 “매우 잘한 결정이다. 방탄 국회, 방탄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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