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하노이 총리실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하노이 총리실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양국은 외교,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달러 달성’을 위해 경제협력을 더욱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 윤 대통령 “양국 간 공조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

양국 정상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협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번 국빈 방문의 제반 분야 성과를 망라해 ‘행동계획’을 수립했다. 양국은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협정과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또 양국은 ‘한-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설립해 희토류 등 핵심광물 분야의 공급망을 증진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텅스텐 세계 3위, 보크사이트 세계 2위 매장 국가다. 아울러 한국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베트남에 최대 20억불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교통·공중보건·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분야에서 금융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1992년 수교 이래 양국 교역은 175배가 늘었고, 한국은 베트남 내 최대 투자국이 됐다”며 “지난 3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밝고 역동적인 미래 30년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엄중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양국 간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엉 주석은 “베트남은 경제사회 발전사업과 대외 정책에서 한국을 우선순위의 중요한 국가로 선정하고, 베트남과 한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며 장기적으로 함께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오늘 면담에서는 양국 간 새로운 관계의 내용 이행을 위한 큰 방향과 방법, 그리고 공통 관심인 세계화 역내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를 양자 방문하는 것은 베트남이 처음이다. 또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지난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신남방정책의 중심 국가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베트남과의 외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우리나라의 주요 외교국에서 베트남은 빠지지 않는 것이다. 

◇ 서로가 필요한 한국과 베트남

그 이유는 최근 국제 정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세안 국가는 중국 외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시장이다. 이를 ‘알타시아’(Alternative Asian supply chain·Altasia)라고도 부른다. 중국을 대신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의 공급망이라는 의미다. 유교문화권이라 우리나라와 친밀감도 더 높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3대 교역국으로, 알타시아 국가 중 교역규모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베트남과의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달라진 위상은 이번 순방의 경제사절단 규모에서 드러났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당시 100명이었던 경제사절단은 이번에 205명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다양한 기업이 베트남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 역시 우리나라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곳으로 베트남을 꼽았고,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도 다수 진출해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기업 약 9,000여개가 베트남에서 70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베트남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날 트엉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 직후에 베트남을 아세안 국가 중 첫 국빈 방문 국가로 택하신 것은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는 것을 보여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베 비즈니스 포럼’에서 “작년 한국이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을 3대 비전으로 하는 한-아세안 연대구상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협력국이 바로 베트남”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베트남의 해양치안 역량 강화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겪는 베트남을 위함이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우리나라는 ‘한-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 설립을 얻어냈다. 베트남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총리실에서 운영하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알리고 있다. 그만큼 이번 방문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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