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우리가 재배하는 구기자와 고추는 한여름인 7~8월에 수확을 해야 해서 더위 속에 고생하곤 한다. / 청양=박우주
우리가 재배하는 구기자와 고추는 한여름인 7~8월에 수확을 해야 해서 더위 속에 고생하곤 한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의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싶더니 어느덧 장마철이다. 그래서 오늘은 날씨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날씨와 농사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요즘은 기술과 설비가 좋아진 덕분에 날씨와 관계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도 있지만, 워낙 많은 초기자본이 들기 때문에 내 주위엔 몇 명 없다. 

우린 처음 3년은 완전히 노지에서 농산물을 재배했고, 4년차부터는 하우스 3동에서 재배 중이다. 노지에서 하우스로 넘어오니 여러모로 굉장히 편해졌다. 다만, 고추의 경우 아직 노지에 심기 때문에 여전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처음 귀농했던 2018년은 정말 뜨거웠던 해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귀농하기 전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앞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히터 앞에서 일을 했던 우리는 40도가 넘는 폭염에 너무 힘들었다. 이게 맞나? 이렇게 농사짓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심지어 우리가 재배한 고추와 구기자는 한여름인 7~8월에 수확을 하고, 수확시기도 겹친다. 하루 종일 서두르지 않으면 다 물러 터져 버리게 된다. 그래서 가장 바쁘고 또 가장 더운 수확시기에 일을 하다 둘 다 더위를 먹고 반나절을 누워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주변 분들에게 물어봤더니 일을 하는 시간이 문제였다. 한낮을 피해 이른 새벽과 해가 넘어갈 무렵에 일을 한다고 하셨다. 새벽 4시쯤부터 오전 11시 무렵까지 일한 뒤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후 4시쯤부터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도 ‘농부의 시간’에 맞춰 일을 했고 너무 바쁠 땐 밤에 헤드라이트를 달고 수확을 하기도 했다.

노지에서 고생했던 때에 비하면 하우스는 참 좋다. / 청양=박우주
노지에서 고생했던 때에 비하면 하우스는 참 좋다. / 청양=박우주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하우스가 있어서 참 좋다. 하우스 차광막을 치고 일하면 아무리 더워도 할만하다. 예전에 힘들 걸 겪어봐서인지 작은 것에도 감사함이 생긴 것 같다. 하우스는 참 좋지만 한 번 설치했다고 끝은 아니다. 하우스 중 1개의 비닐이 여러 군데 찢어졌는데, 교체 비용이 200만원이나 나왔다. 다행이 농업보조가 있어 50%를 보조받아 100만원에 비닐을 갈 수 있었다. 이렇게 하우스는 비닐 교체 비용이 약 5년~10년 마다 한 번 씩은 발생한다. 그럼에도 하우스의 이점이 너무 크기 때문에 포기할 순 없다. 

귀농하기 전 우리에게 날씨 예보는 그저 우산을 챙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정도밖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농업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날씨 예보에 민감해졌다. 스마트폰 날씨 앱을 4개나 깔았다가 정확하게 맞는 게 없어 다 삭제하기도 했다. 지금은 일기예보를 보고 날씨가 이상하다 싶으면 기상청 초단기예측을 확인한다. 도시에 살 땐 하루에 한 번 볼까말까 했던 날씨 예보를 요즘은 아침, 점심, 저녁, 새벽에 시시때때로 확인하는 습관이 들었다. 특히 와이프가 날씨를 많이 신경 써서 나는 와이프를 날씨 요정이라고 부른다.

농사는 날씨에 따라 작업 방식부터 여러 해야 할 일이 많이 달라진다. 날이 너무 더우면 새벽에 나가거나 늦게 나가 일을 하고, 비가 오면 늦잠을 자거나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구름이 많은 날은 시원하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한다. 비가 오는 날은 물을 안줘도, 되고 비가 오기전이나 오고난 뒤에는 병충해 약을 쳐야한다. 또 온도에 따라 생기는 병충해가 다르고 그 시기에 맞춰 줘야하는 영양제도 다르다. 

올해를 예로 들면, 예보 상으로 7월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비가 많이 오면 햇빛이 나는 날이 적을 것이고, 작물은 잘 자라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수확 시기가 늦춰지거나 열매가 적어진다. 그래서 5월과 6월에 고추가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영양분을 미리 주었다. 지금은 다른 곳보다 키도 크고 열매가 맺는 꽃도 많이 펴있다.

너무 더운 여름엔 더위를 피해 새벽 일찍이나 오후 늦게, 심지어 야간에 작업을 하기도 한다. / 청양=박우주
너무 더운 여름엔 더위를 피해 새벽 일찍이나 오후 늦게, 심지어 야간에 작업을 하기도 한다. / 청양=박우주

우리는 날씨 때문에 농사를 망친 적도 몇 번 있다. 청양은 다른 곳보다 날씨가 춥다. 그래서 작물을 심는 시기도 좀 늦어야 한다. 그걸 모르고 유튜브에서 고구마 심는 시기라고 하는 때에 맞춰 심었는데, 그걸 본 지나가는 어르신은 청양은 다른 곳보다 추워서 2주 늦게 심어야 한다고 혀를 차셨다. 결과적으로 수확할 때가 되니 반 이상은 죽었고, 산 것도 별로 건질게 없었다. 고추 같은 경우도 보통 4월말~5월초에 심는데, 4월말에 심었다가 냉해를 입어서 2,000개가 다 비실비실한 적이 있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적어도 빨리 심는 것보단 늦게 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무조건 그렇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심는걸 보면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꾹 참는다.

우리는 최악의 가뭄도 겪어봤다. 비가 안와서 병충해는 덜 왔지만, 수확량이 너무 적었다. 그보다도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오는 건 비다. 폭우와 태풍 등의 자연재해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 하우스는 피해가 덜할 수 있지만, 정말 심한 폭우와 태풍엔 하우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폭우나 태풍까진 아니더라도 비가 많이 오거나 자주 오면 농작물이 병에 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또 벌레들을 잡기 위해 약을 쳐도 비가 오면 씻겨 내려가 벌레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하늘에서 오는 물은 고이면 안 되고 흘러가야 한다.

지난해 폭우로 집 근처 둑이 무너졌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땅을 파고 배수로를 만들었다. / 청양=박우주

우리 농사 스승님이 해주신 귀중한 말씀이다. 농작물은 물이 고여 있으면 무조건 병에 든다. 그래서 농업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 하는 게 뭐냐 묻는다면 관수와 배수로 이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물을 관리할 줄 알아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도 비가 오지 않더라도 물을 줄 수 있도록 관수 시스템을 노지든 하우스든 다 구축해 놨다. 또 비가 많이 온 작년엔 우리 집 옆 둑이 무너져 정말 깜짝 놀랐다. 우리집 터도 무너지면 어떡하지 싶어 빠르게 배수로를 만들어 물이 흘러가도록 작업을 했다. 사람을 부르면 비싸니까 우리 둘이 땅을 파고 배수로를 만들었다. 스마트팜은 못하더라도, 농부라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날씨의 영향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특히 탄저병은 비 때문에 생기는, 농업에 있어 최악의 병이다. 하나가 걸리면 순식간에 작물 전체가 그 병에 걸려 수확도 못하고 다 버려야한다. 우리도 탄저병을 경험해봤다. 그 후로는 농업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농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험들이 있는데, 탄저병이나 수해로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험료도 90% 정도는 정부에서 지원해줘 큰 비용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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