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피상장사인 아세아제지는 지난 12일 공정공시를 통해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습니다. / 아세아제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제지업체이자 코스피상장사인 아세아제지는 지난 12일 공정공시에 해당하는 ‘수시공시의무 관련 사항’을 공시했습니다. 공정공시 제도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특정인에게만 선별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모든 투자자들에게 공평하게 알리도록 하는 것인데요.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식 등은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3절을 통해 규정돼있습니다.

아세아제지가 이번 공시를 통해 알린 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정책입니다. 이 역시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으로, 공정공시 사안에 해당하죠.

아세아제지가 내놓은 주주환원정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우선, 이번에 발표된 주주환원정책은 오는 2026년까지 실행에 옮길 방안들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 4년간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대표적이고 직접적인 주주환원 방식 중 하나인 현금배당입니다. 아세아제지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25%에 해당하는 배당성향을 목표로 삼고, 해당 사업연도의 경영실적, 현금흐름, 향후 투자소요 등을 고려해 배당금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올해는 주당 500원의 분기배당도 실시합니다.

참고로 아세아제지는 최근 3년간 △2020년 11.6% △2021년 8.9% △2022년 9.5%의 연결기준 현금배당성향을 기록해온 바 있습니다. 별도기준 현금배당성향은 △2020년 14.3% △2021년 15.9% △2022년 13.8%였죠.

다음 방안은 자사주 취득 및 소각입니다. 이 역시 대표적인 주주환원 방식인데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나 잉여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기업의 가치는 그대로인 가운데 주식 수는 줄어들어 주주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거죠.

아세아제지는 우선 2023년과 2024년 자사주 매입 목표치로 각각 200억원, 총 4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올해는 앞서 단행한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포함입니다. 이어 2024년엔 올해 취득한 자사주의 75% 이상을 소각하고, 2025년에는 2023년~2024년에 취득한 것 중 남은 자사주의 75% 이상을 소각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2026년엔 2023년~2025년 취득한 자사주 중 남은 것을 전량 소각합니다.

아울러 아세아제지는 2023년과 2024년의 자사주 취득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족액은 이듬해 추가 현금배당으로 대체할 방침입니다.

마지막 방안은 주식분할입니다. 주식분할은 유통주식 수 증가로 거래가 활발해지고 1주당 주가가 낮아진다는 점에서 통상 주가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세아제지는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1주당 5,000원인 액면가액을 1주당 1,000원으로 분할할 계획입니다. 기존 주식 1주가 5주로 쪼개지는 셈이죠.

이와 함께 아세아제지는 IR활동을 강화하고,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한편 각종 공시 보고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아세아제지가 이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세아제지는 지난달 ‘소송 등의 제기·신청’과 ‘소송 등의 판결·결정’을 연이어 공시한 바 있습니다. 제기된 소송은 소액주주연대 측의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신청이었고, 아세아제지 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소송이 취하됐죠.

아세아제지 소액주주연대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 세를 결집해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세아제지의 주주환원이 부족하다고 반발하며 중간배당 실시, 자사주 매입,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고 나섰죠. 다만, 정기주주총회가 임박한 시점이다 보니 주주제안 등 실질적인 행동까지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아세아제지는 소액주주연대의 이러한 목소리를 의식한 듯 정기주주총회 직후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소액주주연대의 반발은 계속됐습니다. 두 번째 주주서한 발송을 통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턱없이 작다고 지적하며 10배 늘릴 것을 요구한 겁니다. 또한 앞서 요구했던 다른 방안들에 대한 답변과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등도 요구했죠.

뿐만 아닙니다. 소액주주연대는 아세아제지가 과거 담합 행위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전력과 관련해 당시 경영진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예고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특히 소액주주연대 측이 책임자로 지목한 인물들엔 이훈범 회장과 동생인 이인범 부회장, 그리고 두 사람의 부친인 이병무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가 대거 포함됐죠.

즉, 아세아제지의 이번 주주환원정책 발표는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아세아제지가 꺼내든 주주환원정책 카드는 주주 달래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13일 아세아제지의 주가는 전일 대비 13.92% 상승해 장을 마감했습니다. 나아가 주주들을 달래는 데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소액주주연대 측 행보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아세아제지 ‘수시공시의무 관련 사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712800376
2023. 7. 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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