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신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 뉴시스
유승민 전 의원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신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에 ‘백지상태’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출마 여부는 물론 어디 소속으로 출마할 지 등의 선택지로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당(新黨)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의 향후 행보를 그리 낙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당 바로 세우기’(전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가 주최한 ‘정치를 바꾸는 시간’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 행보와 관련해 “백지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소속‧무소속‧신당 등 모든 가능성이 선택지로 열려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떨어진 이후 특별한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아 왔다. 지난 3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결국 불출마를 선택한 이후 그는 줄곧 여권에 ‘쓴소리맨’을 자처해 왔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비롯해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 여권의 ‘아픈 곳’을 직격했다. 당내에선 ‘내부 총질’이라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의 ‘공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이미 같은 당 ‘동지(同志)’로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의 탈당을 종용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부디 부끄러움을 알고 이제라도 국민의힘을 떠나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윤계’ 중심의 신당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유 전 의원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실상 ‘내부’보다는 ‘외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태섭 전 의원과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제3지대 정당’ 등으로 정치 지형이 미세하게나마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미리 만들어진 당에 자기가 (합류하는) 그런 가능성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신당 가능성 열어뒀다

가능성을 열어 뒀다곤 하지만, ‘바른정당’의 기억을 지닌 유 전 의원이 다시금 신당의 길로 나설 것인지는 미지수다. 유 전 의원은 그간 복수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바른정당을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굉장히 어려운 진짜 가시밭길이다. 그걸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떴다방’ 비슷한 그런 정당 기회주의적 제3당에 대해선 국민들께서 절대 인정을 안 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도 유 전 의원의 신당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신당 창당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하게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탈당을 해서 신당을 만든 이력이 있는데, 지금 신당 창당을 한다고 해서 동력이 생길 것인가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까지 신당을 만들고 출마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대해서도 의문이 따른다. 무소속 출마의 경우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전제는 당을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안에서 쓴 소리를 하는 것과 국민의힘을 버리고 가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유 전 의원이 총선을 관망한 후 대선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평론가는 “(대선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져 정권교체 바람이 불 경우 대안으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총선은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정치 변화를 진짜 절실하게 원한다면 미력한 힘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 백지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