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집중호우로 인한 전국적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여야 할 것 없이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조속하고 전폭적인 피해 대책 마련에 힘을 싣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이를 위한 접근법에서는 이견을 보이며 정쟁의 불씨도 도사리는 형국이다.

19일 여야는 집중호우 피해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정부와 정치권이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추가적 피해방지책을 마련하고 복구지원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에서 “조속한 피해 복구와 추가적인 피해 방지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여야는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수해 관련 법안 처리에 큰 틀에서 공감대를 모았다. 하천 범람 등에 따른 침수를 막기 위한 필요 사항을 규정하고 지역 하천의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는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여야는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 안전과 민생 관련된 법안은 어떤 경우에도 우선 처리하는 의회 문화를 견고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관련 법안 처리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미묘한 신경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특별재난지역 지정만으로는 충분한 피해 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적으로 발생한 수해 복구와 어려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선 이제 다시 추경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본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를 찾아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본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를 찾아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뉴시스

◇ 여야 신경전 ‘활활’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추경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추경의 경우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일뿐더러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은 지원 예산의 경우 예비비까지 포함한다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올해 확정된 기정예산을 이‧전용하고 부족할 경우 재난대비용 예비비 2조8,000억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재정적으로 충분한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여야정 태스크포스(TF)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피해 복구와 지원, 재난 대응체계 전면 개선 등을 논의할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여당에 공식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에도 논의했고 내린 결론은 정부는 현장 조치나 수해 복구와 관련해 겨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수해 관련 법안을 신속 처리하고 기후 변화에 따른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는 논의가 오히려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야가 수해 대책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인 가운데, 신경전은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이들의 기싸움이 비단 지원 방식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앞서 정치권 내에서 수해 피해 상황을 고려해 정쟁을 자제하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새어 나왔음에도 벌써부터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때문이라고 직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폭우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의문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은 ‘물타기’, ‘재난의 정쟁화’라고 발끈했다. 동시에 이번 극심한 수해 피해의 원인을 현 정부의 잘못으로 규정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현장 최고위에서 “그 자리에 국가는 없었다. 대통령도 없었고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고 직격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159명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해놓고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면 정부는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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