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뉴시스
 8·15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8·15 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세 번째 특별사면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심사를 통과한 주요 정·재계 인사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황제보석’ 파문을 일으키며 10년이 넘는 사법절차 끝에 만기출소하는 등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특별사면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 ‘황제보석’ 논란 속 10년 9개월 사법절차… 만기출소 1년 10개월 만에 특별사면?

지난 9일, 법무부는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8·15 광복절 특별사면 건의 대상자를 심사했다. 이후 전해진 심사 통과 인사 명단엔 예상대로 재계 인사가 대거 이름을 올리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사면심사위원회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특별사면 건의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계의 사면 건의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던 이호진 전 회장은 심사 통과 가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 바 있다. 다른 재계 인사들에 비해 과거 전력이 남다르다는 점에서다.

이호진 전 회장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며 기나긴 사법절차가 시작된 것은 201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재판은 2차례나 파기환송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장기간 이어졌다. 

2012년 1·2심 모두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2016년 8월 이를 파기환송했고, 2017년 4월 내려진 징역 3년 6개월의 파기환송심 판결 역시 2018년 10월 대법원이 재차 파기환송했다. 결국 2019년 2월 재파기환송심에서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고, 2019년 6월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하면서 길고긴 재판이 마무리됐다. 구속된 지 무려 8년 5개월 만이다.

이 과정에서 이호진 전 회장은 ‘황제보석’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선, 그는 구속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인 2011년 3월 간암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거듭 연장된 끝에 이듬해 6월엔 아예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재판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병보석 결정 역시 거듭 연장됐다.

그런데 2018년, 병보석 중인 그가 외부에서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파문이 일었다. 결국 그는 2018년 12월 병보석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7년 9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구속부터 병보석 취소까지 8년 동안 그의 실제 수감기간은 고작 63일이었다.

이처럼 숱한 우여곡절과 논란 끝에 이호진 전 회장은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다. 구속부터 만기출소까지 무려 10년 9개월에 걸쳐 사법절차를 밟은 것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구속돼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으며, 이 과정에서 ‘황제보석’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 뉴시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구속돼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으며, 이 과정에서 ‘황제보석’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 뉴시스

만기출소 전후로도 이호진 전 회장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이호진 전 회장의 개인회사가 태광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김치와 와인 등을 강매했다며 검찰 고발 및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이호진 전 회장의 관여 여부를 알 수 없다며 그를 불기소 처분했지만 대법원에선 지난 3월 이와 엇갈린 결정이 내려졌다. 태광그룹 계열사들과 이호진 전 회장이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이호진 전 회장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한 2021년엔 역시 공정위가 이호진 전 회장의 차명주식 허위신고를 적발해 검찰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위반 기간 중 상당부분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였고,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 3억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해에는 이호진 전 회장이 최대주주인 비상장사 흥국생명이 ‘콜옵션 사태’를 일으킨데 이어 태광산업의 자금 지원 추진으로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해 7월과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각각 2019년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면서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2,000억원대 배임을 저지른 혐의와 태광그룹 계열사 협력업체를 상대로 이호진 전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강매한 1,000억원대 배임 혐의다.

이처럼 10년이 넘는 사법절차를 밟고, 이후에도 각종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아온 이호진 전 회장이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제보석’ 등 전력이 남다른데다, 현재진행형인 논란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 기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다. 

금융정의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의 시민단체들은 앞서 공동성명을 통해 “이호진 전 회장은 희대의 ‘황제보석’으로 사법체계를 형해화했다”며 “그에 대한 특별사면은 대한민국의 사법정의와 공정사회를 명백하게 부정하는 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태광그룹은 올해 신년 특사 직전에 12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해 ‘면죄부 흥정’이란 비판을 자처했다”며 “그러나 불과 1년도 안 돼 공장을 폐쇄하는 등 사업부문을 축소하고, 흥국생명 영업부문을 분사하고, 수백 명의 임직원을 감원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아울러 태광그룹은 국가적 금융파동과 환경 범죄 등으로 심각한 국민적 반감을 일으켜온 기업”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호진 전 회장이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자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호진 전 회장은 재벌총수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있고, 배임 혐의로 2건이나 고발된 상태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태광그룹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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