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은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 등 섬으로만 이루어진 지역이다. 이 지역의 인구변동 흐름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사진은 강화읍 전경./ 강화군 홈페이지 갈무리 
강화군은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 등 섬으로만 이루어진 지역이다. 이 지역의 인구변동 흐름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사진은 강화읍 전경./ 강화군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인구감소는 지방도시만이 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행정구역상 수도권에 들어가는 지역 중에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않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이 풍부한 일자리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주변 인구를 흡수한 반면, 수도권 외곽 소도시 지역은 저출산과 청년 인구이탈 위기를 겪고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도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지역 중 한 곳이다. 다만 인구변동흐름에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최근 20년간 이 지역의 총 인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사위크>는 인천 강화군 지역을 탐방하며 지역의 현주소를 짚어보면서 지역이 품은 특별한 가치를 찾아보고자 한다.

◇ 최근 20년간 인구 회복세… 7만 인구 회복할까 

강화군은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 등 섬으로만 이루어진 지역이다. 이 중 강화도 본섬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1995년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편입된 강화군은 행정구역상 ‘수도권’ 범주에 들어가지만, 일반적인 수도권 도심 지역은 아니다.

아울러 인천시와 연결된 직접적인 육로가 없어 사실상 월경지다. 육지와 연결된 교통로 두 곳(강화대교·초지대교)은 모두 경기도 김포시와 이어져 있다. 행정구역은 1읍 12면 185리로 구성돼 됐으며, 총 지역 인구의 32%는 강화읍에 살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강화군의 인구는 6만9,265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6만5,000명대까지 감소했다가 최근 20년간 소폭 회복세를 보여 6만9,200명대까지 회복한 상황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올해 8월 말 기준 강화군의 인구는 6만9,265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6만5,000명대까지 감소했다가 최근 20년간 소폭 회복세를 보여 6만9,200명대까지 회복한 상황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강화군의 인구는 6만9,265명으로 집계됐다. 한때 인구가 10만명도 넘었으나, 강화군 역시 수십년간 인구감소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 7만명 아래로 내려앉은 인구는 2003년엔 6만5,044명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20년간 인구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6만5,000명대까지 감소했던 인구수는 서서히 늘더니 어느덧 6만9,200명대까지 회복했다. 2003년 대비 4,221명의 인구가 증가한 셈이다. 10년 전인 2013년(6만6,735명)과 비교하면 2,530명이 늘어났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군 단위 지역이 각종 인구유입 정책에도 인구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추세다.

이는 자연감소(출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더 많은 현상)와 전출에 따른 인구감소보다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더 많은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강화군 총 전입자는 8만4,742명, 총 전출자는 7만6,063명으로 집계됐다. 군내 이동 인구를 제외한 실질적인 총 전입자는 6만2,827명, 전출자는 5만4,148명으로 산출된다. 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빼면 8,679명이 순유입된 셈이다.

그렇다면 주로 어떤 사람들이 강화군에 주로 정착하고 있는 것일까. 강화군청에선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일 강화군청에서 만난 이명수 기획예산과 기획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로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은퇴 세대들이 귀농하거나 귀촌하시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귀농·귀촌 인구 꾸준한 유입… 농산물 자원·지리적 강점 

농촌경제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귀농·귀촌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강화군은 귀농·귀촌 가구원 수 상위 50위권 시·군에 포함되는 지역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펴낸 보고서(지역재생잠재력지수’의 의의와 시사점)에서도 강화군은 최근 5년간(2015년~2019년)간 귀농·귀촌 유입량이 증가세를 보인 지역으로 집계됐다. 

강화군은 농업 비중이 비교적 높은 지역이다. 다양한 농산물이 재배되고 품질 좋은 먹거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지역 농산물로는 강화섬쌀, 인삼, 강화순무 등이 있다. 이 때문에 귀농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화군의 행정구역은 1읍 12면 185리로 구성돼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강화군의 행정구역은 1읍 12면 185리로 구성돼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또한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경관과 섬이 주는 특별한 분위기 등이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의 이주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서울 등 수도권과 거리가 비교적 가깝다는 점도 꾸준하게 전입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포시에서 강화군으로 3년째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공무원 이동환(34) 씨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중교통이 한정적이라 불편함이 있지만 차로는 서울과 멀지 않은 거리”라며 “귀촌하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서울과의 접근성도 그렇게 멀지 않으면서 도심에서 벗어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느끼시고 있는 것 같다. 귀촌하는 분들이 늘면서 단독주택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화도와 서울은 거리상 가까운 편이다.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대라면 강화도 부근에서 서울권까지 1시간 내에 다다를 수 있다. 서울권 인프라와 접근성이 비교적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강화도는 서울 근교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이동환 씨는 “평일과 주말의 강화도 풍경은 매우 다르다”며 “평일엔 매우 조용하지만 주말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토요일 오전쯤엔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진입로에서 차가 30분 정도 막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화군은 ‘관광도시’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강화는 섬지역인 만큼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해양관광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바닷가 부근에는 해안가를 따라 펜션, 캠핑장, 음식점이 줄지어 들어섰다. 갯벌체험, 루지체험 등의 다양한 관광 자원이 있을 뿐 아니라 지정문화재만 115개에 달할 정도로 역사 문화재가 많은 지역이다. 

◇ 관광인구 수요 껑충… 역사·문화·관광 자원 풍부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에는 고조선시대 유적인 ‘참성단’이 자리하고 있으며 청동기 시대 유적인 ‘고인돌’도 지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시대의 변혁기마다 주요 요충지 역할을 한 지역이기 하다. 이 때문에 역사·문화·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강화군청에 따르면, 지역의 연간 관광인구는 지난해 기준 1,684만명에 달한다. 2018년 910만명 수준이었으나 △2019년 1,000만명 △2020년 1,500만명 △2021년 1,580만명 순으로 빠르게 증가해왔다. 

지표로 보는 최근 강화군의 변하 흐름. / 그래픽=이주희 기자
주요 지표로 보는 최근 강화군의 변화 흐름. / 그래픽=이주희 기자

특히 2020년에는 관광객이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지자체에서는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한적한 지역을 찾는 여행 수요가 증가세를 보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후 강화도는 서울 근교의 한적한 섬 여행지로 더욱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몇년간 다양한 관광인프라가 확충되고 캠핑장, 이색 카페와 식당 등이 많아지면서 관광객 수요가 더욱 늘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인구와 관광인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자체인 강화군 관계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명수 팀장은 “고령세대가 늘고 청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 많다”며 “부양인구가 들어와야 하는데 많이 나가고 있다. 일자리가 많지 않다보니 지리적으로 인접한 수도권 대도심으로 청년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 한때는 강화군 내 방직산업이 발달하면서 인구가 10만명이 넘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인구 고령화·청년인구· 인프라 개선 숙제 

실제로 연령별 인구수 추이를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이 확인된다. 20~39세 청년층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2만5,374명으로 전체 인구의 37%에 달한다. 2016년 12월경과 비교하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인구수(1만9,575명)가 5,799명 증가했다. 고령층의 인구 비중은 29%에서 37%로 8%p(퍼센트포인트) 올랐다. 

20~39세 청년층 인구는 올해 8월 기준 9,582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수준이다. 20~39세 인구수는 2016년 12월(1만1,724명) 대비 2,142명 줄었다. 19세 미만의 인구는 2016년 12월 8,954명에서 올해 8월 7,291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저출산 및 청년 인구 이탈 현상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구이탈 배경으로 일자리와 인프라 부족이 지목된다. 강화군 역시 수도권 및 대도심과 비교하면 산업, 일자리, 교육, 교통, 의료 등의 인프라가 풍부하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기관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유치원 19곳, 초등학교 20곳이 지역 내 자리잡고 있다. 이어 △중학교 9곳 △일반계 고등학교 4곳 △자율고등학교 1곳 △특성화 고등학교 3곳 △대학교 2곳 △대학원 1곳이 있다. 의료기관은 총 2021년 기준 59곳이다. 종합병원과 일반병원은 각각 1곳이며 의원 20곳, 치과 15곳, 한의원 17곳이다.

다만 강화군은 인구감소위기 극복을 위해 최근 몇년간 적극적인 지역발전 및 재생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역사적 특성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인프라 개선 △관광자원 육성 △교통망 확충 △원도심 활성화 △주거·복지 시스템 확충 △청년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시책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 인프라 개선·공간 재생 시도 활발… 느리지만 희망은 있다

강화군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긍정적인 지표 변화도 확인되고 있다. 2020년 기준 강화군 내 사업체수는 8,929개로 2018년(5,745개)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음식점수도 2018년 1,348곳에서 2022년 1,963개로 늘었다. 공영주차장·도시공원·체육시설 등의 인프라도 최근 5년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풍물시장은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현대화 시설로 탈바꿈을 했다. 방치돼 있던 조양방직 공간은 보수를 거쳐 미술관과 카페로 재탄생했다. 사진 위쪽은 강화풍물시장, 아래쪽은 조양방직. / 시사위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풍물시장은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현대화 시설로 탈바꿈을 했다. 방치돼 있던 조양방직 공간은 보수를 거쳐 미술관과 카페로 재탄생했다. 사진 위쪽은 강화풍물시장, 아래쪽은 조양방직. / 시사위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풍물시장은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현대화 시설로 탈바꿈했다. 강화군은 2021년 전면 리모델링 사업을 실시해 시장 점포의 동선을 재배치하고,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 설치와 노후된 각종 시설을 재정비했다. 주차장 확충 사업도 진행됐다. 취재진이 지난 8일 현대화 시설로 탈바꿈한 풍물시장을 직접 찾아 둘러보니 넓고 쾌적한 시설과 환경이 바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교통약자를 배려한 편리한 시설과 동선이 눈길을 끌었다. 풍물시장 2층 식당가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유미영 사장은 “주로 나이가 많은 분들이 시장을 많이 찾는 편인데,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시장 내 이동 동선도 쾌적해지면서 이동하기 편리해졌다"며 "상인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시설공사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역 내에선 자발적인 도시재생과 청년 공동체 활성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방치돼 있던 폐건축물을 활용해 옛 가치를 살리고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조양방직’ 공간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양방직은 1933년 설립돼 강화도의 부흥을 이끌었던 최초의 방직공장이다.

1958년 폐업 후 촬영장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나 1990년대 문을 닫고 오래도록 방치됐다. 하지만 2018년 카페와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다시 문을 열었다. 옛 방직공장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레트로 감성을 불어넣은 이 공간은 강화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또한 지역 체험·체류·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외부인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본지는 다음 기획 편에서 이러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 정착 청년들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보고자 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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