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담론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지 수년이 흘렀다. 지방소멸 담론은 지방인구감소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역할을 했으나, 한편으론 과도한 공포감을 키우는 요인로 작동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소멸 담론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지 수년이 흘렀다. 지방소멸 담론은 지방인구감소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역할을 했으나, 한편으론 과도한 공포감을 키우는 요인로 작동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방소멸. 지방의 인구감소문제가 부각되면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용어다. 이 용어는 ‘지방소멸위기론’이 학계를 통해 등장한 후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확산돼 사용되고 있다. 지방소멸 담론은 지방 지역 인구감소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고 정책적 대응을 가속화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 ‘지방소멸’ 공포에만 짓눌린 현재의 담론에서 나아가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지방소멸 공포감’에 짓눌린 지방, 이대로 괜찮나

‘지방소멸 담론’이 등장한 시기는 2010년대 중반 이후다. 2014년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 도쿄대 교수가 ‘마스다 보고서’를 통해 “가임인구 감소·고령화 현상에 따른 인구감소세가 지속된다면 2040년까지 일본 기초지자체의 절반인 896개가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이러한 담론이 등장했다.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일본 사회에 지방소멸론은 충격으로 작용했다. 이는 일본 사회의 인구문제와 지방문제에 대한 큰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국 학계와 지자체, 언론에서도 이러한 담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청년이탈, 수도권 집중화, 고령화에 따른 지방 인구감소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한국고용정보연구원이 ‘마스다 보고서’의 연구접근법에 근거해 ‘소멸위험지수’ 개념을 만들어 발표하면서 ‘지방소멸’ 담론이 본격 부상했다.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산출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228개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 시군구는 118곳으로 집계됐다. 자료 제공=한국고용정보원, 그래픽=이주희 기자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산출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228개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 시군구는 118곳으로 집계됐다. 자료 제공=한국고용정보원, 그래픽=이주희 기자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산출된다. 지수는 △저위험 지역(1.5이상) △정상지역(1.0~1.5미만) △주의단계(0.5~1.0미만) △소멸위험진입(0.2~0.5미만) △소멸고위험(0.2미만)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소멸위험지수 값이 0.5 미만일 경우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된다. 

소멸위험지수로 산출된 소멸위험지역은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7월 집계 당시 84곳이었던 소멸위험지역은 118곳으로 불어났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228개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 시군구는 118곳(위험진입지역 67곳, 고위험지역 51곳)으로 집계됐다. 소멸위험 시군구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92.9%)으로, 전체 14개 시군구 중 13곳이 소멸위험 시군구로 나타났다. 이어 강원(88.9%·16곳), 경북(87.0%·20곳), 전남(81.8%·18곳), 충남(80.0%·12곳) 등도 관내 시군의 상당수가 소멸위험지역으로 집계됐다.  

소멸위험지역은 인구 유입 등 변수가 없는 한 약 30년 뒤에는 소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러한 충격적인 가정은 ‘지방소멸’라는 용어로 대표되면서 점차 사회적 담론으로 떠올랐다. 학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까지 ‘지방소멸 우려’라는 의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뉴스 검색・분석을 통해 언론보도 건수를 분석한 결과, ‘ 지방소멸’ 키워드가 담긴  보도는 최근 몇년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 자료: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그래픽=이주희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뉴스 검색・분석을 통해 언론보도 건수를 분석한 결과, ‘ 지방소멸’ 키워드가 담긴  보도는 최근 몇년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 자료: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그래픽=이주희 기자

언론도 마찬가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뉴스 검색・분석을 통해 ‘지방소멸’ 키워드를 다룬 언론보도 건수를 분석한 결과, 2014년 1건도 없었던 보도는 △2015년 30건 △2016년 192건 △2017년 501건 △2018년 924건 △2019년 1,183건 △2020년 1,559건 △2021년 3,038건 △2022년 6,100건 순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도건수는 5,330건에 달했다. ‘지방소멸’ 키워드가 담긴 보도는 최근 3년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무분별한 ‘지방소멸’ 담론 확산… 부정적인 인식 확산 역기능↑

이는 소멸위험 지표를 계기로 지역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자체 및 중앙정부가 ‘지방소멸 위기 대응’이라는 명목 아래 각종 시책 사업을 쏟아내는 한편, 법 정비에 나선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소멸에 대한 논의는 지방인구감소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뿐 아니라,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청년인구 유출, 지역 침체 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지자체 및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패러다임을 넘어, 지방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방소멸’ 담론이 순기능만 있을까. 일각에선 ‘지방소멸위기론’이 과도한 공포감을 조장하고 지역 쇠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멸될 수 있는 지역’이라는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 인구 유출을 부추기고 인구 유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충남 지역 소도시에 위치한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거주 중인 남성 이모(41) 씨는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부정적인 인식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방이 소멸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니, 왠지 지방은 더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든다”며 “되레 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향인 전남 완도 지역에서 청년공동체인 ‘완망진창’을 운영 중인 김유솔(27) 대표는 “지방소멸 담론이 지역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지역이 활성화되려면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게 가져야 한다고 본다”며 “저를 포함해 저희 친구들이 도시로 갔다가 고향 지역으로 돌아왔던 이유는 이 지역이 좋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 문제를 인지하고 방법을 강구하는 데 있어 ‘지역소멸’이라는 위협적인 방식을 취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청년들이 지역에 돌아오거나 정착하는 데엔 이러한 이슈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본다. 그 보다는 이 지역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학계 일각에선 지방소멸 담론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소멸 위기의식을 지나치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아울러 소멸위험지수의 무비판적 수용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한 학계 전문가는 2019년 학술저서(지방소멸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성호)를 통해 “소멸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는 지자체가 생존 자체를 위한 적극적 움직임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지만 기존 연구들이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면서 소멸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지니고 있는 가임여성의 ‘대체 출산 가정’은 초저출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으며, 지방소멸위험지수의 값이 0.5 이하일 경우 지역이 사라질 위험이 크다는 주장도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지역재생잠재력지수 눈길… 군단위 잠재력 지수↑

202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존 지방소멸 담론과 대치되는 개념인 ‘지역재생잠재력지수’를 고안해 발표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지역재생잠재력지수의 의의와 시사점)에 따르면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지역에서 얼마나 인구를 증가시킬 잠재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지수로, 출산가능인구 비율 대비 두 자녀 이상 출생률로 구성된다. 둘째 이상 출생률은 특정 1년간의 총 출생아 중에서 둘째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의 비율이며, 출산가능인구 비율은 총 여성인구 대비 15세에서 49세 여성(가임여성) 인구를 의미한다. 

농촌경제연구원 측은 지역재생잠재력지수 고안 배경에 대해 “지방소멸위험지수에는 현재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40~50대 연령집단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실제 현실적으로는 가임여성 인구수가 많은 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가임기 여성 인구수(15~49세)가 적은 군 지역의 합계출산율이 더욱 높다”고 전했다. 이어 “인구의 수만 가지고 지방소멸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지역의 육아 및 보육 분위기 등 지역사회의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더욱 긍정적인 성격의 지표 발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지역에서 얼마나 인구를 증가시킬 잠재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지수로 출산가능인구 비율 대비 두 자녀 이상 출생률로 구성된다.  /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그래픽=이주희 기자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지역에서 얼마나 인구를 증가시킬 잠재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지수로 출산가능인구 비율 대비 두 자녀 이상 출생률로 구성된다.  /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그래픽=이주희 기자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지역의 전반적인 출산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역에서 둘째 이상 자녀가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알려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육아·보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수 값이 1 이상이면 지역에서 인구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수 값이 1 미만이면 출산가능인구 중에서 태어난 자녀의 비율이 1명 이하가 돼 향후 인구가 감소할 것을 뜻한다.

전국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산출한 ‘2020년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군 지역, 시 지역, 구 지역 순으로 평균 지수 값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수 값이 2 이상인 19개 상위 지역은 모두 군 지역이다. 시도별로는 서울, 세종, 광역시, 경기도의 지역재생잠재력지수가 1미만이었고, 전라남도와 경상북도가 1.2 이상의 가장 높은 값을 나타냈다. 

시도별로는 지역재생잠재력지수 2 이상인 지역이 없었다. 그러나 시·군·구별로는 2 이상의 값을 나타내는 지역들이 존재했으며, 모두 군 지역이었다. 2이상의 높은 값을 가지는 지역으로 △산청군 △보성군 △신안군 △고흥군 △하동군 △의성군 △봉화군 △합천군 △군위군 △청송군 △남해군 △장수군 △완도군 △구례군 △단양군 △함평군 △고성군(경남) △진도군 △청양군이 있다. 

◇ “희망적 인식 전환·다양한 지표 개발 필요해”

이들 지역들은 소멸위험 경고등이 켜진 곳들이다. 그러나 지역재생잠재력지수로는 전혀 다른 결과 값이 산출됐다. 특히 가임여성 인구수가 많은 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가임기 여성 인구수(15~49세)가 적은 군지역의 합계출산율은 높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총 39개국 가운데 꼴찌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역 문제 연구가들은 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역 문제 연구가들은 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다양한 재생 잠재력 부문 중 출산, 육아·보육에 관련한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으로 모든 재생 잠재력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다만 ‘지역소멸론’에 입각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재생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긍정적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지역의 특성과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다양하고 임팩트 있는 팩터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역 재생의 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다양한 형태의 긍정적인 지표를 발굴해 지방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문제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온 권영란 지역쓰담 대표도 비슷한 시각을 제시했다. 권 대표는 “국가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며 “현재 작은 마을 단위에선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역의 관점에서 지역민들의 생생한 삶을 들여다보고 지역 가치를 발굴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지역소멸’라는 담론에 가려진 각 지역 소도시의 특성별 가치와 다양한 지역 재생 활동, 지역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거주 가치를 발굴해 해당 지역이 충분한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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